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 Fast X

2023 / Louis Leterrier / IMDb
★ 3.2

10번째 분노의 질주를 극장에서 보고왔다. 사실 앞선 시리즈를 일절 보지 않았기도 했고, 미리 유튜브에서 하이라이트도 보고가지 않았기에 내용을 따라가야 한다는 생각에 좀 긴장했었다. 막상 영화가 시작하니 그렇게 긴장할 만한 스토리는 아니라 편하게 보긴 했다.

무척 여러가지 단상이 들었는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열하자면..

  1. ‘사람들이 극장에 가서 보게 만드는 영화는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을 했다. 작년 탑건: 매버릭을 필두로 존 윅4까지 잇는 어떤 작은 공식이 생긴 것도 같은데, 그건 바로 여행이라는 새로운 체험에서 비롯되는 영화적 쾌감인 것 같다. 물론 이게 비단 요즘새 일이 아니라, 미션 임파서블이나 007같은 클래식 작품들이 써오던 공식이긴 하지만, 유난히 그런 작품들에 어느정도 작품성이 보장되면 사람들은 영화관 티켓을 구매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것 같다.
    다만 이 분노의 질주는 모르겠단 생각이다. LA에서 시작해 로마를 훑고 남극까지 다녀오는 체험이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부수적인 요인들이 영화로의 몰입을 방해하곤 했다. 이 큰 스크린으로 느끼는 여행 특수도 이게 막바지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올해 새 미션임파서블 시리즈가 개봉할 때 좀 다른 얘기가 될 수도..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가 세계테마기행 구조에 돈을 쓴 만큼 가성비가 나왔는지 모르겠다. 크레딧을 보아하니 참여한 스탭 수가 어마무시하던데..

    국민의 세금으로 만든 댐과 고속도로를 알 수 없는 이유로 잃은 불쌍한 포르투갈 국민들을 생각하게 될 줄이야~

  2. 영화와 TV의 경계가 무너진다. 영화의 TV화, TV의 영화화. 10개의 시리즈를 20년을 넘기며 개봉하는 영화는 내용적으로 촘촘하지 못하고 어떤 내러티브는 재탕의 느낌이 들기도 했다. 적게는 5개, 많게는 11개 정도로 편수가 압축되며 더 쫀쫀하게 내용이 엮이는 TV시리즈 작품들에서 되려 영화적 미장센을 느끼곤 한다. 어쩌면 마블도, 이 분노의 질주 시리즈도 이제는 다중의 대수가 아닌 팬으로 남은 고인물들만을 더 깊게 노리는 것인가, 계속 우려먹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다.

  3. 전체 분노의 질주가 아닌 이 10번째 작품에 대해서만 얘기하자면.. 먼저 좋지 않았던 것부터.. 의욕은 넘치는데 뭔가 아주 조금씩 핀트가 맞지 않고 서툴어 보였다. 예를 들면 초반엔 편집점이 너무 빠르게 끊기는게 마치 발을 달달달 떨며 리듬을 맞추지 못하는 복서의 느낌이었다. 할 말도 보여줄 것도 무지하게 많아 완급을 조절하지 못하고 마구 쏟아내는 모양이었달까..

    좋았던 것은 VFX와 SFX의 교묘한 편집이 보는 재미가 있었다는 점이다. 어디까지가 실제 촬영 소스이고 어디까지가 가상인지 혼돈스러웠다. 그리고, 샤를리즈 테론 연기참 잘하더라~ 더불어.. 전작을 보지 않아 왕좌의 게임의 그 제이슨 모모아가 이 제이슨 모모아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단테~ 앙상테~ 외칠 땐 와.. 정말 연기에 몰입했나보다 박수가 나오기도 했다.

  4. 냉전시대가 끝나고 본인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007 시리즈와 닮아있는 부분이 있었다. 이런 현대 문명 사회에 왜 여전히 물리적인 차의 전쟁이 필요한가, 본인의 당위성을 스스로 찾아나가기 위한 여정같이 보였다. 그 고찰의 시각화가 영화가 할 수 있는 최대를 한 것 같아 밉지 않았다.

기회가 된다면 1에서 3편까지 찾아봐야겠단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