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Seoul
이런저런 볼 일 들이 있어 서울에 다녀왔다. 간 김에, 유영국 회고전과 잠실 직관도 했는데, 여러모로 무척 알차고 마음이 좀 벅차오르는 시간이었다.
회고전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렸다.
유영국 화백의 여러 전시를 다녔지만, 이 정도 규모의 회고전은 처음이었다. 정말 다양한 작품을 모아 놓으니, 초기 중기 말기의 서사가 가능해졌다는 것이 좋았다.
그의 고향이 울진이 아니었다면, 산이 아닌 다른 오브젝트가 그의 모티프가 되었을지 무척 궁금해졌다. 어쩌면 울진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여러 언어와 폰트를 섞어도 혼란스럽지 않고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
좋았던 작품들. 디지털로 만나도 충분히 좋은데, 실물로 만나면 더 좋은 작품들이었다.
그가 산을 그려가는 방식의 그래프의 흐름이 한눈에 들어오는 것이 무척 좋았다.
결국은 이렇게까지 abstract하게 되었다가 말년엔 다시 원점으로 회귀하며 커다란 서클이 완성되는 기분이었다.
전시를 중반쯤 봤을 때까지, 그가 바다를 그렸다면, 그건 또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곧바로 눈앞에 펼쳐진 바다 섹션들. 그가 후반엔 이렇게 바다를 잔뜩 그려놨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어쩌면 이번 전시에서 가장 머리를 쾅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든 작품.
그의 작업실에 놓여있던 장비들도 전시되어 있었다.
작은 사이즈의 작품들이 한 데 모여있는 것도 장관이었다. 이때까지는 그냥 아름다움만 느꼈는데, 전시 마지막의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며 생계를 위해 이런 작은 작품들을 그려내며 우울해했다는 화백의 씁쓸함을 느낄 수 있었다. 지독하게 우직한 사람이 지독한 현실주의자였기에 나올 수 있었던 작품들.
후반 작품들은 다른 울림을 내린다. 보라 계열의 색상들의 사용이 무척 자유로워진 기분.
내가 태어난 해에 그려진 작품. 88올림픽이 끝난 뒤, 그런 어수선하지만 활기찼던 분위기가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기분이기도 하다.
추상의 끝으로 달려가다
가장 마지막 작품은 다시 과거의 자신으로 방향을 자연스럽게 트는 기분이었다.
마지막 굿즈샵에서 파는 더 추상화된 블럭까지가 전시의 완성 같았다.
이런저런 일정들을 끝내고 잠실로.
올해를 마지막으로 하는 잠실에서의 직관을 위해.
외야에 앉은 덕분에 문현빈, 최인호의 외야 수비를 잔뜩 구경했다. 계속 더그아웃과 소통하는 아기 새들 같았다.
결과는 8:1 대승.
외야 난간에 기대어 승리의 분위기를 만끽하다 야구장을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