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 오일장 / Yuseong Five-day Market
끝자리가 4일과 9일마다 열리던 유성 오일장이 장대 재개발로 인해 2월까지만 영업을 진행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남은 4일과 9일에 방문이 가능한 날짜가 없기도 했고, 명절 전이 가장 크고 화려했던 마지막 불꽃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대전을 빠져나가는 대신 시장으로 향했다.
이어폰도 꼽지 않고, 오래전의 옛 추억들을 반추했다. 여러 고전을 통해 영원한 것이 없다는 걸 우리는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그게 내 지척으로 다가와야 비로소 마음이 처연해진다는 것이 서글펐다. 연습을 해도 늘지 않는 것이 이별이었다.
장날마다 통행이 불편하던 도로들이었는데, 막상 이별의 순간이 다가오니 그런 불평의 시간들마저 아쉬워졌다. 멀리 차를 세우고 시장으로 걸어갔다.
건물에 공실 테이프가 잔뜩 붙어 있어 금방 철거될 것만 같은 스산한 분위기였는데, 과연 그대로 운영될 수 있을지.
네이버 맵에 마킹만 해두고 발길이 닿지 않던 부산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테이프가 잔뜩 붙어있어 영업을 접었나 했는데, 안에 인기척이 있어 들어섰다. 듣던 대로 할머니의 손맛(?) 순대국밥이었다. 정말 말 그대로 식탁에 함께 나온 새우젓을 손가락으로 퍼서 내 국그릇에 넣어주시는 손맛. 어찌되었거나 한 그릇을 뚝딱했다.
피카츄 돈까스를 파시는 건가 했는데
진짜 피카츄 팥빵이었던..
십 년 전에 봤던 광경이 그대로라 놀랐다. 그때도 이렇게 장날이면 농협에서도 본인들 주차장에 천막을 깔고 자체 상품들을 내놓으셨었는데 여전히.
어차피 장대까지 나간 김에 얼마 전 문을 닫은 금호고속터미널에도 가봤다. 터미널 앞에 여러 개의 카페가 문을 열고 닫았던 자리는 이제 삼계탕집이.
빠르게 오가느라 터미널 위에 아름드리나무가 서있는 것도 몰랐다.
그동안 정말 잘 이용했던 터미널. 또 이렇게 추억의 한 페이지가 넘겨졌다.
하와이안 푸드.
추억의 골목을 맞닥뜨렸다.
가난했던 학부생 시절에 와봤던 게 엊그제 같은데. 사람이 바글거렸고, 커다란 카메라를 설치해 방송도 촬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또 다른 추억의 한 페이지도 닫았다.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그때에 비해 많이 성장한 어른이 되어 발길을 찾았다는 것이 뭉클했다.
유성장에선 빈손으로 돌아와 대신 구암 파머스 마켓에 들러 장을 봤다. 젊은 세대야 대안이 많고, 현금 박치기가 아닌 깨끗한 도시구획이 된다는 것이 좋지만, 시장을 가득 채운 어르신들은 어디로 향해야 하나, 내가 너무 오지랖인가 싶은 여러 생각에 휘감겼다. 십 년 뒤의 장대동, 유성 온천의 모습이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