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 박물관 / Cairo: Museums
카이로에선 총 세 곳의 박물관에 다녀왔다.
가장 최근에 오픈한 이집트 대박물관, 파라오들의 미라가 전시되어 있는 이집트 문명 박물관, 그리고 오랫동안 카이로의 대표 박물관 역할을 해온 이집트 국립박물관이다.
세 곳의 특징과 형태가 제각각이라 질리지 않고 흥미롭게 구경했다.
이집트 대박물관 (Grand Egyptian Museum)
계속 개관이 미뤄지다 드디어 오픈한 대박물관. 낮부터 폐관인 저녁 늦게까지 있었는데도 다 구경하지 못하고 나온 기분이었다. 박물관에 흥미를 갖는 사람이라면 하루 온종일 머물러도 좋겠단 생각을 했다.
다슈르와 사카라에 다녀온 날 오후에 방문했다. 일주일에 두 번을 저녁 9시까지 오픈하는데 때마침 그날이라 꼬박 8시간 정도를 머무른 것 같다.
입구에 세워진 오벨리스크. 람세스 2세의 것이라 한다.
또세스2세 답게 오벨리스크 밑둥에 본인 이름을 쾅 박아뒀다.
박물관 건물로 입장하는 입구. 파라오의 이름인 카르튜스를 잔뜩 적어놓은 곳 사이로 피라미드 형태의 틈이 열리는 게 흥미로웠다. 이쪽과 반대쪽 모두 이런 형태였는데, 로비가 문으로 완전히 폐쇄되지 않고 외부와 연결된 오픈 스페이스라는 것이 흥미로웠다. 이집트 기후니까 가능한 구조라는 생각도.
로비에 들어서면 멤피스에 누워있었어야 할 람세스 2세 거상이 등장한다. 이날 오전에 고왕국의 수도였던 멤피스에도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이미 지불한 택시비에 포함된 여정임에도 불구하고 택시 아저씨가 급구 거절(?)을 하셔서 그냥 바로 박물관으로 온 터였다. 비록 멤피스엔 못 갔지만, 거상 앞을 서성이며 멤피스의 향을 맡았다.
1층엔 샵과 식당들이 있고, 모든 전시는 3층에서 이뤄진다. 3층까지 올라가는 회랑에도 잔뜩 석상을 가져다 두었는데, 이걸 보며 올라가는 것도 한참이었다.
회랑의 끝에 다다라 3층에 올라서면 저 멀리 기자의 피라미드가 보인다. 피라미드가 보이는 측면을 모두 개방해두어 전시실 내부에서도 피라미드 뷰를 보며 앉아있을 수 있었다.
전시실 지도. 색상은 연대를 구분하고 가로축은 각각 Society, Kingship, Beliefs로 구분. 원하는 테마에 맞춰 천천히 전시실을 구경할 수 있는 동선이었다.
빵과 맥주의 생산. 사카라에서 발견된 기원전 2400년의 석회암 조각.
나일강의 물결을 표현한 것이 흥미로웠다.
Wooden Statue of Kakherptah. (제4-5왕조)
기자, 사카라, 다슈르의 피라미드 내부 구조. 피라미드마다 매장실에 진입하는 구조가 서로 다른 것이 신기하다 생각했는데 도면으로 보니 더욱 그랬다. 도굴 당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한 그들의 노력.
Queen Hetepheres Collection. 제4왕조 때의 캐노피 커튼 박스로, 스네프루의 왕비인 헤테프헤레스의 무덤에서 나온 부장품. 원래 다슈르의 스네프루 무덤 근처에 묻혔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도굴로 인해 아들인 쿠푸 피라미드 근처로 이장.
마찬가지로 헤테프헤레스 왕비의 부장품. 이동할 때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carrying chair. 왕비는 푹신한 쿠션 위에 앉았고, 가마꾼들이 어깨에 매는 방식으로 사용했을 것이라 추정한다 쓰여 있었다.
마찬가지로 헤테프헤레스 왕비의 부장품인 은팔찌. 옛날 이집트에선 금보다 은이 귀했다 한다.
드디어 마주한 스네프루 왕. 다슈르 굴절 피라미드에서 발견된 석회암 조각상. 상이집트의 관을 쓰고 있고, 벨트에 스네프루의 카르트슈가 적혀있다.
기자에서 발견된 멘카우레 왕의 조각상.
Wadi Maghara에서 발견된 스네프루 왕이 외적을 때려눕히는 조각상. 이후 수천 년 동안 변하지 않고 반복되어 사용된 모티프의 원형을 보는 기분이었다.
네메스를 쓴 카프레 왕의 조각상.
사카라에서 발견된 우세르카프 왕의 조각상.
Coffin of Senbi. (제12왕조) 호루스의 눈이 매섭다.
Mummy Masks. (제11-12왕조) 황금이 아닌 다른 재료 (Cartonnage)로 만들어진 머미 마스크가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졌다.
전시실에서 복도를 건너 넘어가면 투탕카멘 관이 굉장히 길고 크게 구성되어 있었다. 이집트 중왕국을 구경하다 투탕카멘 관으로 넘어갔다. 도굴되지 않은 채 발견되었던 만큼, 부장품이 굉장히 많고 다양했다. 일단 황금 전차를 보며 시작.
금으로 도금된 굉장히 큰 박스가 여러 개라 무엇인가 싶었는데
미라를 mummy mask부터 여러 겹의 관으로 감싸고, 그걸 또 여러 겹의 관에 넣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금관에 이런저런 데코레이션이 많은데, 당시의 기술로 어떻게 관이 convex하게 똑 맞아떨어지도록 마트료시카화 시켰는지 궁금했다.
투탕카멘의 샤브티. 사후 세계에서 고된 일을 나대신 해줄 꼭두각시들.
함께 묻힌 수많은 지팡이. 투탕카멘이 생전에 다리에 장애가 있었을 것이라 추정되기에, 많은 양의 지팡이가 묻힌 것이 아니겠냐는 글을 본 것 같다.
사후에 배를 곪을 수 없기에 함께 매장된 오리나, 소고기 같은 동물의 미라들.
벽화에서나 보던 장신구를 실물로 보니 기분이 묘했다.
다산을 상징하는 스캐럽 장신구.
부장된 신발.
투탕카멘의 간, 폐, 장, 위가 건조되어 보관된 카노푸스 단지.
투탕카멘의 미라의 손가락과 발가락을 감싸고 있던 황금 덮개.
대박물관의 최고 인기존답게 투탕카멘관엔 사람이 무척 많았다.
드디어 마주한 투탕카멘의 mummy mask. 모나리자처럼 편하게 둘러보는 구조는 아니고, 줄을 서서 점차 다가가며 360도로 한 바퀴를 볼 수 있게 되어있었다.
카이로뿐만 아니라 이후 아스완, 룩소르를 다니며 보게 된 전체 이집트 여행 중 가장 화려한 mummy mask였다. 이미 도굴된 다른 왕들의 마스크는 더했을까, 덜했을까. 일찍 세상을 떠나버린 왕에 대한 서글픔이 응집되어 폭발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평균 수준의 마스크가 유일하게 발견되어 버린 것인지 궁금해졌다.
곳곳에 시각 장애인을 위해 “만져보세요” 코너가 있는 것이 흥미로웠다.
투탕카멘의 미라를 이미지로 전시해두었다. 실제 미라는 이후 방문한 룩소르의 왕가의 계곡에서 볼 수 있었다.
조직과 근육을 붙여 3D로 재현해 본 투탕카멘의 얼굴.
등받이엔 왕비가 투탕카멘의 몸에 향유를 발라주는 모습이 그려져 있고, 풋스툴엔 잡혀온 포로들이 그려져 있어 발아래 놓이게 되어있는 의자.
이 모든 부장품이 발견될 수 있었던 시초가 된 유물. 고고학자 에드워드 아일톤이 룩소르 왕가의 계곡에서 이 작은 파이앙스 컵을 발견했는데, 투탕카멘의 즉위명인 “Nebkheperure"가 새겨져 있어 투탕카멘의 무덤에 대한 무덤이 조사되기 시작되었다 한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흥미를 갖게 된 왕 중 하나인 하트셉수트 여왕의 석상. 신에게 받히는 nu pots을 두 손에 들고 무릎을 꿇은 여왕.
콤옴보에서 발견되었다는 그레코 로만 시대의 악어 미라.
로마 시대의 조각상으로 이집트 신화의 Serapis, Horus, Isis를 조각해 놓은 것이 신기했다.
로제타 스톤만 존재하는 줄 알았는데, 이번 박물관 투어를 다녀보니 이곳저곳에 비슷한 비석들이 있었다.
로마 시대의 어떤 부자 여인의 미라. 형태와 문화가 점점 달라져도 여전히 미라를 만드는 신앙을 갖고 있는 것이 흥미로웠다.
미라를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 당시에도 타투를 하는 문화가 있었다 한다. 벽화에 그려진 몸의 문양들이 단순한 데코가 아니라 실사였다니.
이따금씩 가발이 함께 부장품으로 묻혔는데 이렇게 온전한 형태로 남아있을 줄은 몰랐다. 제11왕조 Amunet의 가발.
쿠푸 왕의 피라미드 옆 구덩이에 묻혀있었다는 쿠푸왕의 보트. 총 두 개가 발견되었는데, 하나는 이미 복원되어 이렇게 전시가 되어있고, 다른 하나는 지금 열심히 일본팀이 복원 중이라 한다.
선체의 Hull을 이루는 나무가 이어붙인 것이 아니라 선수에서 선미까지 하나의 통나무인 것이 무척 놀라웠다. 좋은 나무가 귀했다는 이집트에서, 이 나무를 위해 먼 원정으로 수급했을지 어땠을는지 , 그런 여러가지 건조의 과정을 상상했다.
밧줄 같은 부속품도 함께 발견되었다 한다.
해가 지고서도 놓친 유물들을 마저 구경했다.
늦은 밤까지 박물관을 떠나지 않는 이들. 오랜만에 다리가 얼얼하도록 걸었다.
이집트 문명 박물관 (National Museum of Egyptian Civilization)
이집트 문명 박물관은 카이로패스에 포함된 박물관은 아니었지만, 꼭 가보고 싶었던 곳 중 하나였다.
그 이유는 대다수의 파라오의 미라가 전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담아올 순 없었지만, 굉장히 경이로웠다. 람세스 2세, 하트셉수트, 세티 1세 등등 총 20구의 미라가 전시되어 있었다. 영생을 위해 본인의 시신을 미라로 만들고 무덤 안에 꽁꽁 숨긴 것인데, 결국은 이렇게 투명한 유리관에 담겨 전 세계인들을 만나고 있다는 사실이 서글프면서 무서웠다. 세티1세-람세스2세-메렌프타 로 이어지는 부자 관계를 육안으로도 알 수 있을 만큼 미라들이 닮아있는 것도 놀라웠다. 혹 글을 보시는 분들 중 미라의 사진이 궁금하다면, 박물관에서 제공하는 페이지에서 확인하시길.. (NMEC-Mummies Hall)
지하에서 미라 전시를 보고 1층으로 올라왔다. 단관으로 구성된 전시. 선사시대부터 이슬람 시대까지를 아우르는 전시였다.
선사시대의 유골.
밀을 빻는 고대 이집트인.
빵을 굽는 고대 이집트인.
각도기와 자도 구경할 수 있었다.
눈동자가 그려진 석상이 왜 이리 낯설게 느껴지던지.
출산의 모습이라 한다.
콥트 정교회 시대의 유물들.
그리고 이슬람 시대의 유물.
Mahmoud Mukhtar라는 이집트 조각가가 만든 여성 농부 조각상.
이집트 국립박물관 (The Egyptian Museum)
이집트 대박물관이 오픈하기 전까지 투탕카멘 전시를 비롯해 모든 메이저 유물을 보관하던 박물관. 많은 유물이 빠져나갔어도 어떤 유물들을 계속 보관하고 있게 되었는지, 이전에 관람하던 사람들은 어떤 분위기에서 관람을 했는지 궁금해 방문했다.
박물관 로비부터 오래된 박물관의 느낌이 왔다. 1902년에 세워지고 세팅한 전시가 아직까지도 그대로 이어진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의 낡다면 낡고, 클래식하다면 클래식한 구성이었다.
유럽풍의 건물과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에 반해 좀 안타까운 운영이었다. 낡은 공조시설,
파손으로 가는 길목,
낡은 엘레베이터,
유물에 손을 대거나 기대고 앉아도 아무도 제지하지 않는 분위기,
조악한 설명 레이블,
파레트 위에 방치된 유물, 이따금씩 꺼진 조명 등등. 조금만 손보면 여전히 아름다운 위용을 떨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럴 거면 모든 유물을 GEM에 넘기고 이 건물은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게 어떨까 싶을 정도였다.
박물관에서 가장 좋았던 전시는 아케나톤의 유물이었다. 하트셉수트와 더불어 이번 여행에서 가장 흥미를 가지게 된 파라오 중 하나. 다른 파라오와 달리 유일신을 주장했고, 본인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아마르나 양식으로 자웅동체의 이미지를 사용하는 등 어딘가 삐딱한 노선을 타던 파라오.
결국은 후대에 모든 것을 부정당하고 황금 마스크마저 파손당했다.
관에 적힌 카르트슈까지도 파여버린 비운의 파라오. 그가 투탕카멘의 아버지라는 것이 더 가슴 아프게 다가오기도 했다.
하트셉수트 여왕의 석상. 하트셉수트도 살아남기 위해 수염을 붙이는 등 남자의 모습으로 조각된 것이 어딘가 마음이 쓰였다. 사실 하트셉수트는 이후 룩소르에서 가게 된 장제전의 정밀함에서 꽂혀버린 것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이집트의 어떤 언더독들을 응원하 된 기분이다.
드디어 만나게된 조세르 왕의 석상. 실제 사이즈의 이집트 조각상 중 가장 오래된 것이라 한다. 실제로 계단 피라미드에 함께 있던 푸른 석벽까지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하토르 여신, 멘카우레 왕, 그리고 바트 여신.
우세르카프 왕의 석상.
알라바스터로 만든 돌그릇. 어떻게 만들었을지 궁금했는데, 나중에 룩소르에 가니 기념품 상점마다 앞에 할아버지들이 앉아서 이 그릇을 만들고 계셨다. 원형으로 깎은 돌 가운데에 철심을 넣고 마구 비벼서 내부를 깎는 방식이었다.
고대 이집트의 가족사진.
제18왕조 때의 벽화인데, 어딘가 다른 벽화와 다른 구도로 놓인 오브젝트들이라 무척 신기했다.
성직자의 상.
두 손에 앙크를 들고 영원한 생명을 꿈꾸며.
스핑크스에도 여러 변주가 있다는 것을 박물관을 다니며 알게 되었다.
호루스와 세트에게 모두 인정을 받는 파라오.
히에로글리프, 민중문자, 그리스어 세 가지 언어로 기록된 카노푸스 칙령.
투야 왕비의 부장품이었던 가발.
그리고 왕비의 미라.
람세스2세의 왕비였던 네프리타리 무덤에 함께 묻혀있던 스캐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