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 / Cairo
피라미드를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해 보는 것은 언제나 상위권에 있는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중동의 상황 때문에, 비행기가 비싸서, 낯설어, 여러 이유로 미루다 이번엔 꼭 가야겠단 생각에 덜컥 표를 예매했다. 생각해 보면 첫 아프리카 여행이기도 하다. 두바이 정도만 가봤을 뿐, 이런 모래바람이 날리는 이슬람 국가의 여행은 어째서인지 두려움이 앞섰다. 인종, 문화, 종교, 기후 등 우리와 빙고가 하나도 맞지 않는 나라여서라 생각했다.
여행을 가기 전 벼락치기처럼 틈날 때마다 이집트 문화에 대해 알아봤다. 기원전부터 3천 년이 넘는 역사에 왕조가 굉장히 큰 줄기로 나눠져 있다는 것부터, 상형문자는 어떻게 읽는지, 결국 이집트의 역사가 어떻게 저물고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게 되었는지 등등. 찾아보고 알아봐도 끝이 없는 내용이라 좀 지치기도, 까먹기도 했지만.
카이로에는 총 2박 3일을 머물렀다. 다녀온 순서와 상관없이 섹션을 나누어 적어본다.
거리 풍경
공항에서 택시를 잡아 자말렉에 있는 호텔로 향하는 고가 도로에서. 카이로 시가지를 횡으로 가로질렀다. 그 짧은 삼십분 남짓 한 시간에 이미 이집트라는 나라에 대한 인상이 결정되는 기분이었다. 낡은 빌딩들, 씻기지 않는 모래바람을 그냥 켜켜이 쌓아가는 모습들. 시내의 도로는 고가화되어 있어 사람들은 고가의 아래에서 살아가고, 고가 위에선 너 나 할 것 없이 질주하는 차들. 어디가 깨지고 성한 곳이 없어 골골대는 차량들. 차를 아끼며, 가방과 신발을 아끼며 돌아다니는 나의 모습을 떠올리며 너무나도 다른 사고와 생활 방식을 가진 나라에 도착했다는 실감이 났다.
어느 날은 카이로의 골목을 구경했다.
처음 시가지가 조성되고 건물들이 새로 들어설 때의 모습을 상상했다.
유적지건, 도로에서건 이집트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길강아지들.
거리에서 시샤를 하는 사람들도 무척 많았다.
건물을 완공하면 세금이 달라져 웬만해선 마무리를 짓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던 것 같다. 그 말이 사실일지는 몰라도, 거의 대부분의 건물에서 볼 수 있던 노출 철근들.
숙소가 있던 자말렉은 나일강에 떠있는 섬으로 대사관들이 모여있는 부촌이었다.
자말렉은 듣던 대로 물가가 좀 나갔지만, 깨끗하고 안전함이 피부로 와닿았다. 아침마다 밖으로 나설 때 가로수 사이로 새어 나오는 햇살이 너무 아름다웠다.
거리에서 쉽게 마주치는 이집트 빵 에이쉬.
매연과 흙먼지 속에서 계속 구워지고 매대에 놓이지만, 너 나 할 것 없이 몇 장을 겹쳐 봉투에 포장해간다.
도시나 직업에 관계없이 이집트 사람들을 관통하는 어떤 국민성이 있었다. 굉장히 붙임성이 좋고, 뭐랄까 인간을 좋아하는 특성이라 해야하나. 호의를 베푸는데 서슴없다. 다만, 관광객의 입장에서 그 호의가 대가 를 바란 호의일까 촉각을 곤두세워야하는 것이 이따금씩 피곤했다. 좋은 이집션이 많았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았지만.
나일강 주변으로 펼쳐진 녹음이 정말 신기했다. 어느 순간 녹지가 사라지고 갑자기 펼쳐지는 사막의 모습도. 몇 천 년을 범람하고 가물며 유지되온 문명의 비밀을 눈으로 직접 보게 된 기분이었다.
이집트는 물가가 굉장히 저렴했다. 이집트 파운드가 공식 통화였고, 30쯤을 곱하면 대략 원화와 맞았다. 제일 큰 지폐는 200, 작은 지폐는 5. 그보다 작은 금액은 동전으로. 동전을 많이 사용하는 것 같은데, 지하철에서도 관광객에겐 절대 거슬러 주지 않는 동전.
교통
이집트의 공용어는 아랍어라, 택시를 타기 위해선 아랍어 숫자를 빨리 읽어내는 것이 관건이었다. 여행 중에는 생존 본능이 발동해 호다닥 읽었는데, 여행에서 돌아온 지금은 모든 것이 가물가물하다.
도로에서. 거대하게 세워져 있는 광고판이 인상적이었다. 차선이 없어 사람들이 마구 달리게 되었는지, 마구 달리니 차선을 없앤 건지 선후 관계가 궁금했다.
이집트의 시내버스. 한 2파운드 (60원)쯤 한다던데, 목적지나 경유지가 쓰여있지 않아 기사에게 물어보고 탑승해야 하는 듯. 버스를 잡으러 도로 한복판에 서있는 사람들의 무리를 자주 볼 수 있었다.
카이로에 2박 3일밖에 머무르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대부분 인드라이버나 우버로 택시를 불러 이동했다. 카이로에서 좀 떨어진 다슈르, 사카라, 멤피스 지역을 다녀오는 것이 좀 걱정이었다. 보통 쇼핑이 옵션으로 낀다는 투어를 끼긴 싫고 그냥 반나절 택시를 대절하고 싶어 인드라이브로 호출. 다만.. 아저씨가 다슈르, 사카라를 다녀와보신 적이 없으신지 한참을 고속도로에서 뱅뱅 돌았다. 1시간 거리를 2시간 동안 간 기분이었는데, 시간은 그렇다 쳐도 톨게이트를 피하기 위해 고속도로 역주행을 하실 거라곤 생각지 못했는데. 그 와중에 고속도로에서 내가 탄 택시에 합승하겠다 택시를 멈춰세우는 사람까지. 싱글벙글 이집트.
카이로 시내의 러시아워는 듣던 대로 대단했다. 시간에 쫓길 때는 바이크 택시를 타고 이동.
지하철을 몇 번 타기도 했다.
높은 악명에 비해 굉장히 쾌적했던 지하철과 플랫폼.
이슬람 국가답게 여성칸이 따로 존재한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기차역 Bashtil upper egypt train station. 쾌적했는데, 화장실에서 삥을 뜯겼지만..
아스완으로 이동할 때 탑승한 슬리핑 기차.
생각보다 더 낡았고, 생각보다 탈만했다.
너무나도 배려심 넘치는 광저우 걸 3인방 덕분에 거진 1인실처럼 사용하며 이동했다.
시가지 탐방
카이로 시가지는 대부분 이슬람 유적지로 채워져 있었다. 카이로 패스를 끊어 카이로 시내의 모든 유적지가 무료입장이었기에 부리나케 돌아다녀 봤다.
카이로 성채라 불리는 살라딘 시타델. 이름답게 굉장히 높은 언덕에 위치하고 있었다.
살라엘딘 광장에서 금방 올라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거진 2km를 삥 돌아 들어갈 수 있었다. 인도가 잘 되어있지 않아 고생하며 이동했는데, 그럴 줄 알았다면 택시를 부를걸. 어쨌거나 도착.
성채 자체는 12세기에 지어졌지만, 모스크는 1800년대 작품.
화려한 이슬람 문화를 실컷 구경했다.
결혼식으로 대관이 가능한 것이 신기했다.
성채에 앉아서 숨을 돌렸다. 저 멀리 기자의 피라미드가 보였다.
나무마저도 깔롱을 부리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성채를 빠져나왔다.
수하이미의 집 (Bayt al-Suhaymi). 시가지에서 가본 집 중 가장 크고 화려했다.
중정. 원치 않았는데 어디선가 붙은 이집트 아저씨가 나를 데리고 다니며 자꾸 설명을.. 팁을 요구할게 분명하기에 시간이 없다고 끊고 나왔다. 뭐 어쨌던간 귀동냥한 말씀에 따르면 가족이 너무 많아 서로 다른 집을 구매해 연결한 뒤 가족들에게 방을 하나씩 나눠줬다고.
그래서인지 미로처럼 펼쳐진 1층, 2층, 3층의 방들을 들어갈 때마다 비슷하지만 다른 구조의 거실이 반복되었다.
설명이 없었다면 그냥 수하이미씨가 엄청 사람들을 불러 차 마시는 걸 좋아했나 보다 생각할 뻔.
집 뒤편. 하인들을 위한 공간이었다 한다.
너무 작은 구멍의 발코니 같은 창문들도 궁금했는데, 아저씨의 말씀에 따르면 이슬람 여인들이 편하게 머리카락을 드러내면서 바깥을 구경하기 위해서라나 뭐라나~ 모랫바람을 막기 위한 이슬람식 지혜라 생각했는데, 그것만은 아니었나 보다.
Place of Beshtak. 음악당 같은 곳이었다. 정말 볼 게 없는 곳이라 일찍 나오려 했는데, 또 팁을 바라며 접근하는 사람. 어쩔 수 없이 어떤 미국 커플과 옥상으로 끌려 올라갔는데…
아주 대단한 사진사 셨다. 어떤 핸드폰 기종으로든 맛도리 사진을 뽑으시는 젊은이.. 여기서 팁으로 천 원 이천 원에 기댈 게 아니라 적성과 능력에 맞는 직업을 가지면 좋을 텐데, 그런 생각을 했다.
왼쪽은 술탄 하산 모스크 (Sultan Hasan Mosque), 오른쪽은 알 리파이 모스크 (Al-Rifa’i Mosque).
알 리파이 모스크 내부. 술탄 하산 모스크와는 다르게 굉장히 최신에 (1912년)에 지어진 모스크라 한다.
술탄 하산 모스크. 1300년대에 지어진 모스크. 이름 앞에 Madrasa라는 말이 붙었는데 교육기관의 역할을 할 때 함께 붙는 단어라 한다. 후에 방문한 이슬람 건물들에도 빈번히 등장했다.
알 리파이 모스크보다 훨씬 장엄한 분위기였다.
Qalawun Complex. 1200대 말에 세워졌다 한다. 무덤, madarasa, 모스크, 병원 등 다양한 목적의 공간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그 어떤 벽과 창문도 그냥 놔둘 수 없는 이슬람들의 광기가 느껴졌다.
Sabil-Kuttab of Nafisa al-Bayda.
1400년대 지어진 터키식 목욕탕이었다는 Hammam Inal. 태양빛이 비치는 글라스가 아름다웠다. 돈을 더 내면 숨겨진 2층의 방문을 열어주겠다는 관리원. 원래 내가 낸 입장권에 포함되어야 하는 권리가 아닌가 생각했지만 더 지출하고픈 생각은 없어 발길을 돌렸다.
Madrasa and Khanqa of Sultan Barquq.
Sultan al-Ghuri Complex.
Bab Zuwayla. 옛 성문.
성벽에 올라설 수 있었다. 왼편의 카이로 성채부터 주욱 펼쳐지는 이슬람 스카이라인.
칼릴리 시장.
마땅히 사고픈 기념품이 없어 발길을 돌렸다.
식사
생각보다 이집트 음식이 입맛에는 맞았지만, 그렇다 해서 계속 먹고 싶은 그런 음식은 아니었다. 살기 위해 먹었던 것들.
코샤리를 먹으러 아부 타렉에 갔다.
관광객에게만 유명한 식당일 거라 생각했는데 웬걸, 완전히 현지인들도 앉을 곳이 없어 한참을 기다리는 대단한 곳이었다.
이집트 콜라와 함께 맛본 코샤리는 생각한 그대로의 토마토 파스타였다. 혼자 앉을 자리가 없어 고생했는데, 푸근한 인상의 아주머니께서 8명의 대가족 자리에서 한 틈을 내어주셔 금방 앉을 수 있었다. 가족 중 유일하게 영어를 할 수 있는 아드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한 그릇을 뚝딱했다. 코샤리 한 그릇, 콜라, 쌀 디저트까지 모두 포함해 한국 돈 3천 원.
1인 셰프가 운영하는 노상의 테라스에서 먹어보기도. 이집트는 대체로 고기가 맛이 없다 얘기 들었는데 그게 사실로 다가왔다.
이슬람 국가답게 술은 지정된 곳에서만 살 수 있었다. 카이로 시내에는 Drinkies라는 바틀샵이 곳곳에 있어 편하게 구매했는데, 이후에 여행하는 도시에선 펍에서 고가로 포장해야 했다.
이집트 스텔라 맥주. 맛은 평범한 라거였다.
잔돈을 깨기 위해 가끔 들린 과일 주스 가게.
망고 철엔 망고가 싸고 맛있다는데, 철이 끝나 제철이라는 오렌지주스를 마셨다.
마트에서는 아직 팔고 있는 생망고주스가 너무 맛있어 실컷 마셨다. 작은 병을 사서 가게 문 앞에서 다 마시고는 다시 마트에 들어가 큰 병을 사서 호텔에 가져다 두었다.
너무 많이 걸어 지쳐버린 날엔 탈밧(talbat)으로 음식을 배달시켜 호텔에서. 이집트식 케밥인 샤와르마도 괜찮았지만, 후무스가 너무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