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 Beijing

카이로행 비행기를 베이징 경유로 끊었는데, 어차피 카이로로 떠나는 비행기가 새벽 2시기에 조금 일찍 베이징에 도착해 반나절 여행을 하기로 했다.

비행기가 풀부킹으로 이런저런 처리를 하다 지연되는 바람에 뒤의 일정들도 좀 밀려버렸다. 그래도 가보고 싶었던 중국국가박물관에 가고, 마킹해둔지 오래되었지만 가보지 못했던 대약맥주도 가는 절반 이상의 성공이었다.

문명의 발생과 부흥 그리고 몰락을 배우러 카이로로 떠나는데, 그전에 짧게나마 황하문명 찍먹을 하는 기분이었다. 언젠가는 찍먹 대신 제대로 살펴볼 수 있기를 바라며.




에어차이나에서 경유객들에게 무료로 공항철도 티켓을 주기에, 사전 신청 후 탑승.



이번엔 캐리어 대신 배낭으로. 원래 더 작은 리터의 가방을 챙겼었는데 노트북이 들어가지 않는 이슈로 첫 개시하게 된 오스프리.



천안동문역에 내렸다. 밖으로 나오니 이제 슬슬 중국에 온 게 실감이 난다.



흐린 날이었다. 천안문을 뒤로하고 중국국가박물관으로.



듣던 대로 정말 컸다. 세 시쯤 입장하게 되었기에 위층들은 볼 생각도 못 하고, 지하 1층의 고대중국관만 가까스로 관람할 수 있었다.



락커가 곳곳에 있는데 모두 풀방. 결국 배낭을 메고 관람을 시작.



입장 전부터 중국의 역사를 연표로 정리해 크게 붙여놓았다. 새삼 중국 문과 학생들의 학습량.. 대단하단 생각을 했다.



이번에 여행 가서 보게 될 이집트 문명과 연대를 비교하며 관람했다.



기원전 3200년에서 2000년 전쯤의 춤추는 사람들을 그린 토기.



서주 시대의 글자.



대단한 사이즈의 food container들. 너무 다양한 디자인의 변주가 있었는데 사이즈는 모두 얼추 비슷한 것이 신기했다.



마스크.




촛대.






한나라 때의 신발이 어떻게 지금까지 멀쩡한 것인지.






나노바나나로 테스트해 보고 싶어졌던 것들.




전체 관을 통틀어 가장 인기 있던 명나라 효정왕후의 관.



조선의 국왕이 보냈다는 문서. 한자가 까막눈이라 어떤 왕인지 모르겠다.



청을 무너트린 아편대.



폐관 시간에 맞춰 관람을 끝냈다.



모두 박물관 밖으로 서둘러 나가라는 폐장 음악이 울리고 우르르 천안문 광장으로 흘러 나갔다.



두 가지의 기분이 공존했던 것 같다. 땅덩이와 역사가 긴 만큼 유물의 양이 너무 압도적이었다는 생각. 그럼에도 불구하고 섬세한 아름다움은 중국이 아닌 다른 동북아시아가 가져가는 것 같은 기분. 뭔가 신라와 일본이 깔짝깔짝 등장하는데 언젠가 고구려와 발해도 이 박물관에서 등장할 수 있을까, 아주 흥미진진해졌다.



때마침 국기 하강식의 시간. 대단한 카메라들 아래서 국기 하강식을 기다린다.




국기를 내려 어떻게 처리하는지 항상 궁금했었는데 이번에 그 의문을 풀었다.



고이 접어 어깨에 메고 들어갔다가, 게양식 때 다시 들고나오는 의식이었구나.



해가 지고 차오양으로 이동했다.



씻고 싶기도 했고, 좀 누워 쉬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호스텔을 예약해 뒀었다. 일단 짐을 두고 저녁을 먹으러.



메뉴를 고민하다 결국



중국식 자장면과 돼지 머릿고기.



옌징 맥주를 곁들여.



그리고 근처 대약맥주로 걸어갔다.



드디어 맛보는 Great Leap Honey Ma Gold. 향과 맛이 굉장히 독특하긴 했는데, 아쉽게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중국식 맥주 홍보.



한 잔만 후딱 마시고 좀 걸었다. 최근에 눈이 왔었나 보다. 길이 모두 녹아있어 전혀 몰랐는데. 심지어 날씨도 한국보다 훨씬 따뜻해 패딩 대신 바람막이만 입어도 괜찮았다.



구글 맵을 보다가 신농지가 근처 건물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음에는~



삐까뻔쩍한 빌딩가와 나란히 일상생활의 건축물들이 함께 있는 것이 무척 생소했다. 어쩌면 한국도 똑같은가ㅎㅎ 다만 우리는 나란히가 아니라 빌딩들 뒤쪽에 숨어 있을 뿐.



대부분의 상점가와 지하철 역사에 달린 중국식 방한.



오토바이와 자전거를 막기 위한 구조물들.



빨간불에도 팔차선 도로 아래 거리낌 없는 사람들.



참 알다가도 모르겠는, 좋으면서도 좋지 않은 여러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다 숙소로 돌아왔다.



warm 아니면 hot 밖에 지원하지 않는 정수기. 끝까지 웃음벨이었다.



새벽 두 시의 비행기를 타러 막차를 타고 공항으로 복귀했다. ccc 인증이 필요하단 얘기를 듣고 보조배터리를 뺏길까 걱정했는데, 압수당한 것은 의외로 휴대용 버너였다. 이런.. 이집트에 가서 커피를 끓여 마시려 했는데, 티타늄 컵과 부탄가스 컨버터만 남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