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 Buan

오랫동안 가보고 싶지만 쉽게 발길이 닿지 않던 부안과 변산반도에 다녀왔다.

금토일 2박 3일 동안 비가 많이 내린다해 좀 걱정이 되기도 했다. 금요일 밤부터 토요일 내내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대단하게 쏟아졌다. 일요일엔 맑게 개어 흐린 부안과 맑은 부안을 둘 다 보고 올 수 있었다.

너무 아름다운 풍광과 고즈넉함에 사실 무척 놀랐다. 대학원생 때 알았다면 마음이 가난할 때 자주 찾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아름다운 산, 바다, 그리고 평야를 모두 가지고 있는 도시가 무척 신비로웠다.

다음엔 조금 선선해졌을 때 텐트를 가지고 가보고 싶다.




곰소 염전.







슬지제빵소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소금찐빵은 이미 솔드아웃이라 찐빵과 크림빵을 주문했다.












숙소로 들어가기 전 마트에 들러 막걸리 상황을 파악했다.



숙소에 있던 귀여운 강아지들. 태어난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네 마리의 새끼 강아지.



“줄포만하"라는 마을 호텔에 머물렀다. 원하는만큼 책을 방으로 가지고 가도 된다지만 이미 읽을 책을 왕창 가져온터라.



머무는 동안 다른 호실에 게스트가 없어 무척 편하고 안락하게 보냈다. 첫날은 개구리 울음 소리와 천둥번개에 좀 뒤척이기도 했지만.



CD플레이어와 CD가 구비되어있는 것이 좋았다. 비틀즈 베스트 앨범을 빼고선 전부 듣고 올 수 있었다.



무조건 끝내리라 생각하고 가져간 책들.



짐을 정리하고 줄포 읍내를 구경했다. 비소식 때문인지, 지방소멸화 때문인지, 동네가 너무 고요했다.





숙소에 돌아와 아까 정읍에서 사온 송명섭 막걸리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다음 날. 조식 시간을 기다리며 동네를 산책했다.



좋은 건축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했다. 미적으로 아름다운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문턱이 낮은 공간에 대해 생각했다. 아무래도 전날 마을호텔을 만든 대표님과 이런저런 로컬 커뮤니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서였던 것 같다.



전날 밤에 내린 비로 하천이 많이 불었다. 왜 이때 따뜻한 밀크티 한 잔이 당기던지. 참.



숙소로 돌아오려면 마주쳐야 하는 깜상이 새끼들.



조식을 먹으며 오늘 하루는 공친 셈 치고 숙소에 틀어박혀 책이나 읽을까 무척 고민했다. 날이 좀 개려는 기미가 보여 슬지제빵소로 향했다. 어제 맛보지 못한 소금찐빵을 먹어보러. 비가 이렇게 많이 내리는 주말인데도 정말 1분 컷이라 놀랐다. 이 변두리 빵집에. 사람들은 어쨌거나 모인다. 사람을 모으는 법에 대해 생각하며 찐빵을 먹었다.



내소사로 향했다. 비 내리는 산사만큼 운치 있는 산책은 없을 것 같아서. 내변산의 산세가 무척 아름다웠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절로 향하는 전나무길도 무척 아름다웠다.



대장금 촬영지일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올 초에 읽은 이병훈 감독의 <꿈의 왕국을 세워라>를 떠올렸다.







고려 때 세워졌다는 석탑. 전날 익산에서의 석탑을 떠올렸다. 계속해 이어지는 역사의 흐름에 대한 단상에 빠지며 경내를 거닐었다.



사람이 많지 않아 좋았다. 비가 많이 내려 산길 곳곳이 토사물이나 쓰러진 나무로 망가진 탓이었을까. 덕분에 처마 밑에 마루에 기대앉아 내변산의 암벽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하필 에어팟도 호텔에 두고온터라 빗소리와 새소리를 잔뜩 들었다.




바지락이 유명하다해 바지락 회덮밥을 먹었다. 다 먹고나니 죽으로 먹을걸 좀 후회되긴 했지만.



간조 시간에 맞춰 바다에 갔더니 온통 해루질을 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바다의 흔적이 아름다웠다.



가까이 들어가보니 조개가 꽤 있는 것 같았다. 어릴 적 외가 사람들과의 추억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날이 개기 시작했다. 장대비에 뒤집어진 바다의 색이 누래졌는데 그게 무척 아름답게 느껴졌다.



채석강으로 향했다. 정말 듣도 보도 못한 장관이었다.



한참을 걸으며 감탄했다. 아무리 걸어도 동굴이 나오지 않아 검색해보니 차라리 차를 타고 끝자락에 있는 포구에 대고 걸어가는 것이 더 빠를거라해 해변을 빠져나왔다.



격포항으로 자리를 옮겼다. 날씨때문인지 시간이 오후에 다다라서였는지 어선들이 전부 정박해있는 모습도 장관이었다.



드디어 가보게된 해식 동굴.







낙조가 아름답다는 솔섬에도 들렀다. 간조 때 걸어 들어갈 수 있는 줄은 몰랐다.



주차장에서 빠져나오는 길에 마주친 수락폭포. CG처럼 너무 기가막힌 장관이라 한참을 바라보다 나왔다.



그냥 숙소로 들어가기엔 좀 아쉬워 모항의 어느 카페에 앉아 책을 읽었다.



젓갈로 유명한 곰소에서 제대로된 젓갈을 먹어보지 못하고 온게 좀 아쉽다. 역시 1인 여행은 쉽지 않다.



줄포 막걸리를 사서 귀가.



무척 맛있는 막걸리였다.



매일 아침 무료로 제공되는 조식을 먹었다.



남이 정성스레 깎아준 복숭아가 왜이리 고맙게 느껴지던지. 일전에 한 친구가 나에게 무심히 던진 말이 떠올랐다. 사랑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를 좀 더 아껴주고 귀히 여겨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에 좀 울컥하며 조식을 끝냈다.



체크아웃을 마치고 떠나려는데 깜상이 새끼들이 또..



트렁크에서 캠핑 의자와 테니스공을 꺼내와 한 두시간을 함께 논 것 같다. 그 한 시간동안 한 마리를 집으로 데려와 십 년을 넘게 함께 보내는 것에 대해 계속 상상했다. 상상을 마음에 그저 묻고 작별했다.



집으로 돌아오는길. 맑은 날에 멀찍이 보이는 내변산이 무척 아름다웠다. 여름의 한 페이지가 아름답고도 아련하게 적혀 또 이렇게 박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