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나미 해도 / Shimanami Kaido

마쓰야마에서의 3박 4일, 그것도 연말연초 휴무가 낀 3박 4일은 너무나도 긴 시간이었다. 마쓰야마 근교의 우치코나 오즈를 다녀오고 싶었는데 소식을 전해 들으니 대부분의 샵과 관광명소가 문을 닫았다는 것 같았다.

마쓰야마 시내의 카페에서 컴퓨터도 하고 책도 읽으며 딩가딩가 시간을 보낼까 하다, 정신을 다 잡고 시마나미 해도에 다녀왔다.

시마나미 해도는 6개의 섬을 가로지르는 싸이클링 루트로도 유명한데, 이미 많은 유튜버를 통해 구경한 적이 있었다. (멍바우) (구르트래블)

며칠 전 오노미치에서 시마나미 해도를 바라보며 언젠가 다시 이 곳에 돌아오면 시마나미 해도도 돌아봐야지 생각했던 것이 엊그제인데, 그게 이번 여행이 될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세계 7대 자전거길 중 하나라는 루트는 절경으로 가득했다. 여행이 끝나고 마쓰야마로 돌아왔을 땐 평소의 여행에서 웬만해선 절대로 사지 않는 파스를 잔뜩 사와 허벅지부터 종아리, 발바닥까지 한가득 붙이고 잠들어야 했다. 극한의 즐거움과 감동, 그리고 극한의 고통이 함께했던 여행.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텐트를 갖고 캠핑을 하며 시마나미를 천천히 탐방해보고 싶다. 그리고 올해는 꼭 한국에서도 자전거 여행을 해봐야겠단 생각을 했다.




시마나미 해도의 라이딩 맵. 나는 좌하단의 이마바리에서 시작해 첫번째 섬인 오시마를 건너 두 번째 섬인 하카타시마의 초입까지 다녀오는 루트였다. 하필 깜빡하고 집에 애플워치를 두고온 터라 정확한 로그를 찍지는 못했지만, 아이폰 로그를 보니 60km 정도의 업힐 다운힐 라이딩이었다. 다시 이마바리로 돌아오는게 아니고 오노미치로 쭉 달렸다면 이번에 시마나미 해도 라이딩을 한 번에 끝낼 수도 있었는데. 다음에 다시 한 번 더 와보라는 신의 계시로 생각하기로.



호텔 근처에서 이마바리역으로 향하는 버스가 있었다. 9시 정도에 탑승.



무척 오래되고 낡은 버스였다.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재떨이와 하차벨.



그리고 음료 걸이.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이마바리로 넘어갔다. 가는 길에 이시테가와 댐도 보고, 에히메의 시골 정경을 구경했다.



한 시간 정도 달린 끝에 이마바리 역에 도착. 덕분에 이번 여행에서 세토내해는 원없이 보고간다.



이마바리역 앞에 있는 자전거 렌탈샵. 라이딩 루트를 그려놓은 일러스트가 멋졌다.



시마나미 해도 곳곳에 지점이 있어 대차나 반납, 대여가 가능했다. 물론 나는 여기서 빌리고 여기서 다시 반납했지만.



아쉽게도 전기자전거는 보유하고 있지 않아, Giant사의 Escape R을 빌렸다. 듣던대로 거리에 자전거 루트 표시가 선명해 네비 없이도 불편함이 없었다.



이마바리를 떠나기 전, 편의점에 들러 비상 식량을 샀다.



오노미치로 향하는 길. 마음이 웅장해진다.



구루시마해협대교의 초입. 차가 오르는 길과 자전거가 오르는 길이 구분되어 있어 좋았다.



끝없이 이어지는 업힐이 무서웠지만 눈이 즐거워 쉬지 않고 올랐다.



빙글빙글 대교에 오르다가. 도파민이 뿜어져 나왔다.



70km만 가면 오노미치까지 갈 수 있다니.



수많은 섬이 펼쳐져 있는 모습이 욕지도에서 봤던 절경을 떠올리게 했다. 문득 거제나 통영, 여수에서 자전거를 타보고 싶단 생각을 했다.



4km가 넘는 다리를 건너 이제 내려간다.



연초라 섬의 식당들이 문을 닫았을 것 같기도 하고, 식당이 있다는 보장이 없어 일단 마주친 휴게소에서 점심을 후딱 사먹었다. 항구의 휴게소였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화로를 대여하는 해산물 바베큐를 먹고 있었는데, 내게 그럴 시간은 없었기에 굴튀김 정식으로.



이번에 라이딩을 할 줄 알았다면 옷도 제대로 챙겨 오는 건데. 아쉽게도 일반 면바지에 두꺼운 점퍼를 입으니 몸이 부해 불편했다.



오시마 섬을 가로지르는 317번 국도.



라이딩을 하던 유튜버들이 앉아 쉬던 뜬금없는 벤치와 자판기도 구경했다.



업힐 다운힐이 번거롭긴 했지만, 바닷가를 끼고 달릴 땐 기분이 정말 좋았다.




1,230m의 하카타·오시마대교로 올라간다.




대부분의 교량은 자전거, 오토바이, 자동차 도로가 확실하게 구분되어 위협 없이 안전하게 탈 수 있었다. 자전거나 도보 이동은 통행료도 무료.




언젠가는.



드디어 하카타지마에 도착.



언덕배기에서 뷰를 구경하다 자전거를 돌렸다. 렌탈샵 아저씨와 상의 결과 라이딩을 시작하는 시간이 점심에 가까운 시간이었기에 이쯤에서 돌아오는 것이 6시 반납 전까지 안전할 거라는 조언이 있었다.



다시 오시마로 돌아와서는 왔던길이 아닌 반대쪽 해안가를 빙 둘러 가는 Island Explorer 루트를 타보기로 했다. 이번엔 가보지 못한 오미시마교를 멀리서나마 구경했다.




구글맵으로 봤을 땐 전혀 예상치 못했던 가팔랐던 업힐 구간. 결국 끌바를 했다.




섬 곳곳에 동백꽃이 아름답게 폈다.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반복해 들으며 달렸다.



오시마섬엔 조선소가 위치해 있었다.



현재 상태나 크레인 크기를 봐서는 건조보다는 수리보수에 치중한 조선소처럼 보였다.



특이하게 생겼다고 느껴진 테트라포드. 섬 곳곳의 제방은 이런 직각의 형태로 체결된 상태였다.



저 멀리 보이는 구루시마해협대교. 다시 저 곳까지 달려 이마바리로 향해야 한다.




노래를 바꿔 조용필의 <찰나>를 반복해 듣기 시작했다. 마지막 에너지를 끌어 올리기위해.



구루시마해협대교에 올라 중턱의 벤치에서 팥빵을 먹었다. 세 개의 자전거를 빌린 4인 가족과 짧은 담소를 나눴다.



시마나미 해도에 있는 교량들을 설명해둔 안내판.




이제 9km만 더 타면.



저 멀리 시코쿠의 산맥들을 구경하는 맛이 있었다.



이마바리 시내로 돌아왔다. 아직 반납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었기에 이마바리 성을 향해 달렸다.



생각보다 굉장히 이국적인 정취에 놀랐다. 야자수까진 생각치 못했는데. 새해를 맞이해 구경온 일본인들이 굉장히 많았다.



그리고 유니클로로 향했다. 마쓰야마 시내에는 유니클로가 없어 이마바리에서 꼭 들려야 했다. 시간을 꽉꽉채워 사려던 것을 잘 샀다.



자전거를 반납하고 표를 끊었다. 아쉽게도 애매하게 역에 도착하게 되어 한 시간 정도를 역에 앉아 기다렸다.



그리고 파스 엔딩. 또 하나의 버킷리스트가 비워지고 채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