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피섬 / Phi Phi Island

푸켓의 정수는 섬에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한국에서부터 진짜 물놀이와 휴양을 즐길 목적으로 피피섬에서의 3박 4일을 계획했다. 현지에 도착해보니 현지인들은 시밀란 섬이 정말 좋다며 그곳을 추천했지만. 나중에 푸켓에 또 방문하게 된다면 그 땐 반드시 시밀란 섬에서 5일동안 배에서 지내는 liveaboard를 해보기로.

반둥이나 씨엠립 처럼 인생의 작은 전환이 되었던 여행처럼, 피피섬에서의 3박 4일도 인생에서 꽤나 드라마틱한 전환점으로 기억될 것 같다.




그랩을 잡아야하나 고민했는데, 전날 클룩에서 10% 할인된 호텔픽업 포함 페리 티켓을 보고 결제했다. 덕분에 아침 일찍 편하게 라사다 항구로.



구불구불 산길을 넘어 간다. 다른 동남아 도시에 비해 왜 그랩 바이크가 적은가를 깨닫게 되는 순간.



2시간이 걸리는 슬로우 페리를 타고 출발. 해를 피해 실내에 앉았는데, 실내는 에어컨으로 너무 추워 다시 밖으로.



헤어질 결심이 생각나는 바다였다. 바닷바람에 내릴 때쯤 입술이 온통 짠맛이었다.



바로 똔사이로 들어가지 않고 코피피레 투어를 한바퀴 시켜주셨다.



하롱베이와는 완전 다른 느낌의 기암 절벽들. 어떻게 깎아 내려진걸까 그 역사가 궁금해진다.



마야비치도 멀리서 구경했다. 여전히 바닷 속에 들어가는 것은 금지되어 있나보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붉은 돼지>가 생각나는 해변.



색을 보니 그래도 비교적 최근에 깎인걸까?



수많은 롱보트와 페리들이 오간다.




드디어 피피섬에 입도.



배에 묶여있던 배낭을 매고 다시 출발.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시내에 나섰다. 배를 타고 오는 내내 피피섬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하다가, 문득 스쿠버 다이빙 오픈 워터 자격증을 따야겠단 생각을 했다. 한국이나 다른 곳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것은 아닌데,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아서. 오늘은 5시간의 e-learning, 내일부터 3일간 입수다.



점심으로 팟타이와 쏨땀을 먹었다. 맛은 있는데, 피피섬 어느 식당이든 파리와의 전쟁이다.



간단히 정비를 하고 로달럼 해변으로 나갔다. 빠통과는 다르게 역시 시야가 괜찮다.



스노클을 끼고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물이 낮고 잔잔해 물고기들이 많았다. 제대로된 사진은 못건졌지만. 가장 별로라는 로달럼이 이 정도라면, 다른 스노클 포인트로 나가면 얼마나 좋을까.



해수욕을 마치고 해변에 누워 낮잠도 자고, 책도 읽고, 음악도 들었다. 아! 가장 중요한 e-learning 퀴즈를 열심히 풀었다.



햇살이 급격히 따가워 질때쯤 숙소에서 씻고 나왔다. 그리고 맥주 한 캔을 들고 다시 산책을 시작.




로달럼이 조수간만의 차가 이렇게 심한 해변인줄 몰랐다. 덕분에 저녁엔 다른 풍광이.



쏟아지는 별을 보게될거라 기대했는데, 아쉽게도 별은 그닥. 대신 새하얀 초승달을.



슈퍼 관광지 피피에서 팟타이만 파는 팟타이 전문점이라니!



팟타이 폭격기로서, 오늘도 두 끼를 모두 팟타이로.



지나가다 보게된 다른 다이빙 샵에서 오픈 워터를 훨씬 싸게 판매중. 또르르. 피피섬은 같은 브랜드의 편의점마다 지점마다의 가격 편차가 심한데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기 어려워 계속 발품을 팔아야했다. 나름 세 네군데를 돌아다닌 뒤 결정한건데, 천바트 손해를 봤다 생각하니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그만큼 잘 체험하면 되는거니 가격에 매몰되지 말자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모든 다이빙 세션이 끝나고선 내가 계약한 곳에서 하길 잘했단 생각을 했다. 인스트럭터 알렉스는 정말 좋은 선생님이었다.) 그래도 오늘의 산책으로 알게된 피피섬 평균가, 큰 병맥은 70바트가 국룰. (저렴한 마트는 60까지도!)



다음 날. 사실 피피섬은 6개의 섬으로 이뤄진 군도이고, 머물고 있는 곳은 그 중 가장 큰 피피돈. 그 피피돈의 전형적인 상점가의 모습. 우람한 언덕이 어디서든 보이는 전형적인 촌락 관광지의 모습이 이제는 정겹다.



오후에 첫 다이빙 수업이 있어 오전은 널럴하게 보냈다. 여행와서 첫 라떼를 마셨다. 마음의 안식처같은 카페라 이후에 머무는동안 한 번 더 가고, 주인장과 이런 저런 인사도 나눴다.



샵에 들러 웨이트 납 벨트를 받고, 장비샵에 들러 산소통과 BCD, 레귤레이터같은 장비를 챙겨 부두로 나섰다. 영국태국 혼혈 인스트럭터 알렉스, 스페인에서 온 (근데 베이징에 사는) 칼리, 호주에서 온 (근데 방콕에 사는) 라일리와 오픈워터 수업을 함께했다. 샵에서 간단한 장비 다루는 법을 배운 뒤, 바닷가에 도착하자마자 바다에 뛰어들어 수영경계선까지 왕복 수영을 몇 차례 다녀와야했다. 물안경도 없이 파도와 싸우는 게 힘겨웠지만 어쨌거나 통과. 이후에는 장비를 착용하고 3m 정도로 내려가 이런 저런 훈련을 했다. 물안경을 벗거나, 장비를 벗었다 끼는 등 fun diving이 아닌 오픈 워터 자격증을 위한 수업들. 12시에 시작한 수업이 7시가 되서야 끝났다. 모든 수업을 마치고 시간이 너무 늦어져 수면으로 올라와 있을 때 멀미가 시작되어 그대로 토해버렸다. 이 때부터 급격히 컨디션이 나빠지기 시작..



수업이 끝나고 이런저런 관광 계획을 세워놨는데, 바로 편의점에 가서 신라면과 초코렛 기반 열량식을 사서 숙소로 복귀했다. 체온도 높이고 미식거림을 내리려고 노력했다.



세븐일레븐 토스트도 하나 구워 픽업했다. 내일 새벽부터 시작되는 수업에 갈 수 있을까, 내일은 18m 아래로 내려가는데, 이런 저런 걱정을 하며 이른 잠을 청했다.



그리고 아침에 좀 회복된 컨디션으로 바다에 나섰다. 다이빙은 피피돈이 아닌 피피레에서 이뤄지기에 항구에서 추가로 입장권을 구매했다.



오늘 다같이 타고 나가는 배. 총 수강생은 10~15명 정도로 인스트럭터까지 함께하니 꽤 북적거렸다.



배에 타고서 하는 처음 하는 일은 장비를 셋업하는 것. 산소통 컨디션을 체크하고, BCD에 결합하고, 레귤레이터 장비를 체결하고, 잘 결합되었는지 전체적인 검사, 그리고 스노클 장비 체크업과 웻수트로 갈아입는 것. 바쁘다 바뻐.



마야 비치 앞에 배가 정박했다. 어제 3m 에서 연습했던 오픈 워터 자격증 시험 중 일부를 여기서 다시 체크받았다. 마야비치는 태국 정부의 자연 복원을 위해 입수가 금지되어 있기에, 사실 마야 비치에 방문한 사람들은 절대 바다에 들어갈 수 없는데, 우리는 결국 따지고 보면 마야 비치에서 수영을 하는거네~ 라고 다같이 껄껄 웃으며 플로팅 테스트를 받았다.



하루에 두 스팟에서 다이빙이 이뤄진다. 피피섬 이곳 저곳을 누볐다. 어제까지는 컨디션이 정말 별로였는데, 이상하게 물 속으로 들어오니 평온 그 자체였다. 물론 나중에 수면에 떠올라 배를 기다릴 땐 또 멀미에 오바이트를 하긴 했지만. 다음 날엔 알렉스가 챙겨준 멀미약을 미리 먹었더니 일절 없었다. 진작 먹을걸!



샵으로 돌아와 알렉스와 코스에 대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웻수트와 장비 세척도 함께했다. 피피섬은 고양이의 섬으로도 불린다는데, 식당이든 어느 샵이든 사람보다 더 편안하게 놀고있는 고양이들.



수업 얘기를 하는 도중에 책상으로 올라온 녀석.



컨디션이 좋아 오늘은 관광을 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씻으러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호텔 앞 빵집에서 빵을 샀다. 매일 아침 오븐에서 갓 나온 빵 냄새가 숙소 골목을 가득 채웠었다. 오가며 보니 피피섬 내 레스토랑의 햄버거, 샌드위치 빵은 모두 여기서 납품하고 있는 것 같았다. 빵도 맛있고 주인 아주머니도 친절하시고~



재정비를 하고 나와 어제의 카페로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



마음과 배를 채우고 피피섬을 둘러보기로 했다. 다음에 또 피피섬을 온다면 산 중턱의 숙소에서도 몇 박 묵어보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피피섬 곳곳에서 보이는 손수레들. 호텔의 포터들, 상인들, 우리 다이빙샵도 전부 이런 손수레를 이용해 짐을 옮긴다. 하긴, 섬에 차가 없으니!



뷰포인트로 올라간다.



듣던대로 끝없는 계단과의 싸움. 뜨거운 햇살에 땀이 뻘뻘 났다.



피피섬의 지형이 한 눈에 담긴다. 로달럼과 똔사이 해변이 동시에 보이는 멋진 광경. 네시쯤 올라갔지만 여섯시까지 기다려 선셋을 보고 내려가기로 했다. 널찍한 돌 위에 냅다 누워 책을 읽었다.



해가 지기 시작한다.



석양을 보며 24시간 전의 내가 저 바다 속에 있었구나, 하루만에 이렇게 다른 사람이 되었구나 싶었다.




선셋을 즐기는 사람들을 뒤로한채 하산.



킬로당 5~60바트 런드리의 비밀.



저녁을 먹으러 피피돈 중심가로 나갔다. 이 중에 하나쯤은 네 취향이 있겟지 싶은 메뉴판이었지만, 피피섬에서 가장 맛있는 피자를 판다는 피잣집에서 한 판을 포장해 숙소에서 맥주와 먹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피피섬 식당 정수기 물통의 비밀.



다음 날 아침. 매일 아침 6시 반이 집합시간. 오늘은 다이빙 마지막 날이며 피피섬을 떠나는 날이기도 하다. 체크아웃을 한 뒤 호텔에 짐을 맡기고 나섰다.



샵에 놓인 고양이 밥그릇.



마지막 웨이트 벨트를 들고 부두로 나섰다.



이젠 홈 스윗 홈의 느낌이 들기까지.




오늘도 장비 이상 무.



어제는 미식거려 보트에 차려진 식사를 못했는데, 오늘은 야무지게 먹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푸켓 여행에서 먹었던 음식 중 가장 맛있게 먹었다.



오늘은 저 비다녹에서 첫 다이빙을 했다. 첫 세션에서는 오픈 워터 취득을 위한 모든 시험을 끝냈다. 두 번째는 가랑행에서. 결국은 두 마리의 거대한 레오파드 샤크도 보고, 유영하는 거북이와 갑오징어도 보고, 마지막 펀 다이빙을 즐겼다. 물고기보다 씨슬러그, 해마같은 작고 귀엽고 환상적인 생명체들을 더 좋아하는 알렉스 덕분에 더 풍성한 경험이 되었다.



마지막 다이빙을 끝내고 갑판에 누워 햇살을 즐겼다.




우리가 어제 했던 과정을 겪는 다음 수강생들.




마지막 벨트를 반납하며. 이렇게 자격증을 획득하다.



점심을 먹고도 푸켓으로 돌아가는 배시간까지 시간이 좀 남아 숙소 근처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피피섬을 떠나려 하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페리 실내는 에어컨으로 너무 춥고 갑판은 비가 내리는 아찔한 상황이었지만, 용케 왔다갔다 거리며 버텼다.



비가 그치고 펼쳐진 멋진 풍경들.





푸켓의 라사다 항구로 돌아왔다. 인드라이브 바이크를 잡아 올드타운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