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인천펜타포트락페스티벌 / Incheon Pentaport Music Festival 2023

짜요와 2박 3일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에 다녀왔다. 인천에 오래 살았음에도 첫 방문이었다. 락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북적이는걸 싫어한다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난 그런걸 좋아했는지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락페 며칠 전 터진 폭염과 잼보리 사태로 펜타포트 주최측이 나름 준비를 한 모양이다. 물론 시행착오는 많았지만.. 밥시간과 메뉴를 미리 다 정해 주어진 수량 내에서 미리 구매해야하는 밥케팅부터 (심지어 어플리케이션이 무려 3시간동안 먹통이었다!) 잔디 관리 문제로 흩날리는 흙먼지, 관리가 되지 않는 돗자리존 등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올해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차차 나아지기를 바라며..


무대

총 세 개의 무대. 하나는 무신사 스테이지로 루키들의 공연이 짧게 이어졌고, 나머지 두 무대에서는 공연이 겹치지 않게 (그러나 이동 시간도 허용하지 않도록 바로바로 이어지게) 타임테이블이 짜여졌다. 양 무대를 오가느라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돗자리를 밟고 다녀야만 했다.



메인 스테이지인 KB스테이지.



2023으로.



서브 스테이지인줄 알았지만 나름 메인 2부라 봐야할 것 같은 인천공항 스테이지.



무더위를 식히려 공연마다 주기적으로 발사된 물대포. 물을 채우느라 재발사까지는 최소 5분이 걸린다는데, 잠깐이지만 무척 시원했다.


환경



3일권을 끊었다. 숙소와 공연장 사이는 택시와 전기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녔는데, 마지막 날은 체크아웃 후 차를 연대 주차장에 대야해서 셔틀을 탔다. 10분의 배차간격이라더니, 무척 긴 기다림의 연속.



굿즈를 사기 위한 줄이 어마무시했다. 사고 싶지 않기도 했고, 그나마 사고 싶은 것은 매진이라 포기.



아티스트 MD 역시 땡기는 것이 없었다.



첫 날 사람이 붐비지 않을 때 인생 세 컷도 후딱 찍었다.



극락도 락이라거나, 바지락도 락이라거나, 나락도 락이라는 즐거운 밈들의 향연.



부쩍 많아졌다는 깃발을 보는 맛이 있었다. 커비를 믿겠습니다.




KB 2층 쿨존에서 찍어본 사진. 뒤쪽엔 돗자리존으로 가득, 앞 쪽엔 스탠딩으로 가득. 낮 11시부터 해가 지는 7시까지 그늘 하나 없어 총체적 난국이었다.



다른 스테이지의 공연을 건너 뛰고 다음 공연의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사람들. 누워서 잠깐씩 쉬기도 하고. 무대 오른쪽은 완전한 슬램존.



뜨끈한 햇살을 피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



행사장 곳곳에 있는 에어컨 존은 항상 사람이 가득해 들어가보지 못했다.



둘째 날부터 추가적으로 배치한 쿨존 버스.



하루종일 시동을 켜놓아 매연이 나오는게 나은지, 조금이라도 사람들이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게 나은지.



KB 2층 쉘터는 30분 단위의 예약제였다. 일찍 도착해 선점해야만 이용할 수 있었다. 페스티벌에 온다는 것은 하루 종일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볼 수 있다는 데 베너핏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늘 아래서 바람을 솔솔 맞으며 바라보는 구름이 좋았다.



행사 당시엔 인터넷이 먹통이라 몰랐는데 흉기 난동 예고가 있었다 한다. 덕분에 경찰특공대가 배치되었었나 보다.



내년에 참여할지 말지는 라인업이 관건이라는 생각을 하며.


음식

투명한 다회용기에 담긴 포장을 제거한 음식만 반입이 가능했다. 보냉백을 가져갔음에도 날이 너무 더워 제대로된 저녁거리를 가져가기란 완전 불가였다. 첫날은 이런 저런 간식류와 꽝꽝얼린 물을 락앤락에 담아갔지만, 둘째 날부터는 숙소에 냉동고가 없어 그냥 차게 식힌 물만 몇 병 가지고 들어갔다.

현장 구매도 가능하다지만 그 수량을 파악할 수 없어 음식을 사전에 예매해야 했고, 앱이 너무 별로라 거진 3시간은 쏟아야 했던터라 참가하기도 전에 벌써 실망이 가득했다. 생각했던 것에 비해서는 괜찮았지만, 여전히 별로였던 퀸즈스마일. 당일 키오스크에서 시간을 잘못 체크한 채 결제했을 때는 절대 환불이 불가능했다. 그리고 사전 예약분은 수령 전날까지 취소가 가능하다더니 실상 취소는 밤 11:30 부터 12시까지 딱 30분만 가능하다 했다. 공연장의 인터넷 상황이 좋지 않아 취소를 하는데도 무척 애를 먹었다.



올해 맥주 담당 업체는 카스. 생맥 한 잔에 오천원. 카스 이외의 주류는 하이볼이 유일했는데, 아주 연한 하이볼이 한 잔에 팔천원이라니! 정말 주류가 너무 아쉬웠다.



날이 더워 플라스틱 컵은 금방 뜨끈해졌다. 이 이후부터는 텀블러에 맥주를 받아 시원하게 마셨다.



사실상 메인 헤드라이너라는 깡치네 김치말이국수 (김말국). 우리는 미리 사전에 대량으로 예약을 했는데, 현장 구매 분도 사실상 매진이라 늦게 온 미구매자들은 저녁 8시 이후에나 김말국을 먹었겠구나 싶었다.



처음 맛보는 김말국. 뜨거운 날씨엔 왜 이 음식이 1티어인지 충분히 납득되는 맛과 양이었다. 다른 부스의 음식들의 가성비가 너무 좋지 않은 탓도 있다.



이번 펜타포트는 무조건 다회용기 사용 원칙으로, 서비스되는 음식들도 다회용기에 담겨 나왔다.



마지막 날은 운전을 해야해 술을 마실 수 없었다. 대신 간식을 좀 챙겨가 야무지게 먹었다. 폭염때문에 하나로 합쳐져 선지가 된 짜요의 마이구미가 생각난다.


좋았던 뮤지션

몰랐던 뮤지션들을 대량으로 알게 되었다. 공연한 순서대로 나열해 보자면..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노래만 들었을 때 무척 젊은 밴드라 생각했는데, 열정적인 노익장의 모습에 정말 까무러치게 놀랐다! (영상)



로맨틱펀치는 진짜 말그대로 정신 놓은 망아지처럼 뛰어다녔다. 배인혁은 TV에서 보는 것보다도 더 망아지 같았다. 막상 방방 뛰어다니는 영상은 못찍었네. 이번 락페에서 관객과의 인터랙션이 가장 좋았던 밴드를 꼽으라면 로맨틱펀치가 아닐까. (영상)



크.. 마이앤트메리 라이브를 듣게 되다니! 로맨틱 펀치와 상반되는 점잖은 공연에 조금 가라앉긴 했지만. 여전한 목소리~ (영상)



크.. 제일 기대가 컸던 KIRINJI를 실물로 영접했다. 곡을 끝낼 때마다 옆에 놓여진 테이블에 놓인 종이에 볼펜으로 하나씩 체크하는 모습에서 뭐랄까 알 수 없는 꼿꼿함과 꼼꼼함이 느껴졌다. 새소년과의 콜라보는 개인적으로 불호. (영상1) (영상2)



엘르가든! 고등학생 때 이따금씩 들었던 엘르가든을 라이브로 듣게되다니!



아직도 그 때의 열정이 가득한 모습이 정말 놀라웠다. 화면으로 보이는 수많은 스탠딩 관객들. 이 다음 무대는 노브레인의 미드나잇 스테이지였는데, 노브레인의 <넌 내게 반했어>를 다같이 부를 때 비로소 락페가 시작한 느낌이었다. 등골이 서늘해지며 아무런 현실에 대한 생각 없이 완전한 몰입을 그제서야 비로소.



둘째 날. 박소은의 공연은 음원만큼 좋았다. 나중에 락페의 모든 일정이 끝나고 차를 갖고 대전으로 향하는 길, 박소은의 <고강동>이 계속 맴돌아 반복해 들으며 내려왔다는 사실.



진짜 무대를 뒤집어놓은 Otoboke Beaver. 어떤 그룹인지 어떤 음악을 하는지 전혀 사전 정보가 없었는데, 한 곡만 듣고도 그냥 반해버렸다. 이 사람들의 정신세계가 정말 너무 궁금하다! (영상1) (영상2) (영상3)



무대 사진은 못찍었지만, 흐뭇한 미소와 함께 보게된 Surl. 본인이 무척이나 서고 싶었던 무대에 선 아기락커를 보는 느낌이었달까. 어디서 본 건 많아서 하고 싶었던 모든 퍼포먼스를 하는 것도 너무 웃겼다. 나중에 푸드코트에 음식 포장하러 갔을 때 보컬인 설호승을 마주쳤다. (영상1) (영상2) (영상3)



검정치마. 너무 젠체하는 것 아닌가 싶긴 했지만, 정제된 무대들이 나쁘지 않았다. (영상1) (영상2)



팬들이 마련한 부스에 설치된 검정치마 Team Baby 앨범 자켓 포토존ㅋㅋ…



둘째 날의 미드나잇 스테이지였던 250! 뽕짝과 EDM의 조화가 어마무시했다. 요즘 힙하다는 트렌드세터의 터치가 이런 것인가, 무대 영상마저 완벽했다. (영상)



공연 마감 시간을 1~2분 정도 남겼을 무렵부터 무대에서 책 읽는 퍼포먼스 시작. 12시에 칼같이 끝내기 위한 그들의 개그.



셋째 날. 무신사 스테이지의 홈 슬라이스 공연부터 시작. 짜요가 좋아하던 라이프앤타임의 기타리스트가 새로 시작한 밴드. 타이밍이 좋아 펜스를 잡고 구경했다.



메인 스테이지의 권진아 공연 때 햇빛이 너무 쨍해 나무 아래 캠핑체어를 설치하고 앉았는데, 첫 곡의 1절을 듣고 그대로 기절.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스테이지에 권진아는 없었고 다른 스테이지에서 이날치가 막 범내려온다를 끝내고 두 번째 곡을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맙소사.. 따뜻한 햇살 아래서 혼절했던 완벽한 낮잠.



처음 들어보는 히츠지분가쿠, 한자를 독음하면 양문학으로 읽히는 일본 밴드. 생각보다 말랑한 음악이라 놀랐고, 생각보단 음악이 좋아 또 다른 의미로 놀랐다. ZARD가 살아있다면 과연 한국 락페에 초대받을 수 있었을까? 문득 궁금해지기도. (영상)



체리필터의 무대. 체력이 딸리는지 5분 공연, 5분 멘트가 반복되어 결국 공연이 유례없이 10분가량 딜레이 되었지만.. 모두가 아는 노래를 함께 떼창하며 방방 뛰는 순간이 꽤나 설레고 좋았다. (영상1) (영상2) (영상3)



말로만 듣던 Ginger Root의 공연. 정말 스테이지 프로덕션이 예술이다. 직접 준비해온 백그라운드 영상들과, 유려한 80년대 팝 스타일의 음악들, 쇼맨십까지. 모던 아트를 본 느낌이다. 이미 성공했지만 더 대성할 것 같은 사람들. (영상)



그리고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하는 김창완밴드. 80분 공연이라니, 거의 단독 콘서트다!



슬램존에 있었는데, 같이 오토바이를 타고, 노를 젓고, 강강수월래에, 완전히 동심으로 돌아간 순간이었다. (영상1) (영상2) (영상3) (영상4) (영상5) (영상6)



체리필터와 비교되게 멘트가 무척 적고 80분을 음악으로 꽉 채우셨다. 체력 무엇. 중간중간 주옥같은 멘트들이 있었다. 내일이면 이제 입추니 이제 오늘이 우리의 마지막 여름이다. 여름을 붙잡아 보겠다. 몇 곡 부른 뒤 거의 엔딩시간에 가까워질 때, 아 그렇지만 결국 우리의 여름은 가고야 말았다. 청춘을 즐겨라. 같은 말들ㅎㅎ 다음날 아침 라디오 생방송 가셨다는데, 우리보다 더 청춘이신듯! 건강하시길.


아쉬웠던 뮤지션

이번 펜타의 메인 헤드라이너였던 The Strokes의 무대는 ‘나는 누구 지금 여긴 어디’ 라는 생각이 가득차도록 별로였다. 무대를 대하는 태도도 아쉬웠고, 노래 역시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펜타포트 예습 때도 음악이 땡기지 않았는데, 라이브도 마찬가지.



김윤아의 공연 역시 별로였다. 락페가 아닌 개인의 단독콘서트에서 해야할 것 같은 공연. 유닉하다라는 표현보다 자의식의 과잉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무대였다.



기대했던 실리카겔의 공연도 별로였다. 사실 그들 자체가 별로인게 아니라 나와 맞지 않았다는게 더 맞겠다. 그들은 성실한 공연을 했다.



새소년의 공연도 역시. 이상하리만치 혼자의 흥이 저만치 먼저 아득히 가버린 느낌이었달까. 노래도 역시 내 취향은 아닌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