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 Iksan

UDay로 평일에 하루 쉬는 날이 생겼다. 평소에 가보고 싶었지만 선뜻 발길이 닿지 않았던 익산 미륵사지에 다녀왔다. 캄보디아에 다녀온 이후로 더 다녀와보고 싶기도 했다. 탑을 쌓고 절을 만들던 이들의 마음이 궁금했다.

날이 무척 더워 너른 평원을 맘껏 돌아다니지 못한게 아쉬울 따름이다. 다른 유적지들이 무척 궁금하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제대로 정독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패러글라이딩 금지는 생각치 못했던 금지 사항. 미륵산에서 미륵사지까지 날아오는 게 평범했던 시절이 있었나? 위에서 내려오면 장관이긴 하겠단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번에 익산에 방문하기 전까지는, 이 곳이 백제의 왕도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미륵산 아래 너른 평원에 서측 석탑이 서있다. 그림자때문인지 더욱더 동화같은 풍경.



그리고 현대에 들어 복원한 동측 석탑. 대칭이 되는 동일한 모양으로 복원했지만 서탑과 묘하게 결이 달라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나중에 집에 돌아와 검색해보니 졸속 복원으로 훗날 말이 많았나보다.



동측 석탑 내부를 구경할 수 있었다. 안이 뻥 뚫려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석탑 한 가운데에 놓인 심주석 때문에 건물로서의 기능은 하지 못했으리라 생각했다.



동탑과 서탑 사이에 더 높고 큰 목탑이 존재했다 한다. 어마무시했을 전체적인 미륵사의 규모가 새삼 느껴진다.



발굴된 금당 터들. 시엠립에 갔던 순간을 반복해 생각했다. 1100년대에 세워진 앙코르와트와 600년대에 세워진 미륵사. 600년대의 시엠립은 어땠고 1100년대의 익산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오랜 세월을 지나며 무너져 내려 돌무더기로 남겨진 석탑. 1915년 일제가 당시엔 최고 기술이었던 콘크리트로 보강하였고, 해당 콘크리트는 2001년부터 해체 및 복원를 시작해 20년만에 대중에 공개되었다.



원래의 높이인 9층이 아닌 해체 당시의 높이인 6층으로, 그리고 사라진 부분 역시 그대로 둔 복원. 이런 모습으로 복원되어 정말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날렵하게 올라간 지붕 끝에서 오는 우아함이 아름다웠다.



미륵사지 터에서 발굴된 돌들이 아직 본래의 모습을 찾지 못한 채 한쪽 공간에 나란히 놓여 있었다.



국립익산박물관이 바로 옆에 있었다. 지면과 거의 동일한 높이로 설계된 건물이 무척 흥미로웠다. 입장하는 게 유적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랄까.



동탑과 서탑 사이에 놓여진 목탑을 상상한 모형.



이 거대한 9층 목탑이 서있을 때의 위압감이 어땠을지 무척 궁금하다.



이번에 여기 미륵사지 근처에 있는 왕궁리 유적은 차마 가지 못했다. 햇빛이 너무 쨍쨍해 그 너른 들판을 또 걸어다닐 자신이 없었다. 국립익산박물관에는 미륵사지 뿐만 아니라 왕궁리 유적의 유물도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왕궁리 유적에서 발견되었다는 변기형 토기. 옛 요강..?



요즘 사람들이 선호하는 그릇이 문득 백제 스타일인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시..



왕궁리 오층석탑에서 나왔다는 사리장엄구.



미륵사지의 복원 모형.



역시 왕궁리 오층석탑에서 나온 도금은제 금강경판.



전문가마다 다르게 추정한 제작 방법이 친절하게 나열되어 있었다. 뭔가.. 그래픽스 논문이 한 편 나올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잠시.



그리고 제석사에서 발견되었다는 악귀상. 얼마전 끝난 드라마 <악귀>와 동혁이가 말해준 <산해경>을 떠올렸다.



서탑에서 발견된 사리장엄구를 전시해놓은 공간. 상단의 와이어프레임 지붕이 눈길을 끌었다. KBS 역사추적 미륵사편을 오디오로 들으며 사리장엄구를 구경했다.



무왕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대왕릉에서 발견된 나무널.



백제의 시각에서 바라본 한반도 지도가 흥미롭다.



서탑의 심주석에서 발견된 유물들. 땅 속이 아닌 지상의 탑에 숨겨진 덕분에 2009년이 되어서야 발견되다.



심주석에 함께 놓여있던 손바닥 사이즈의 사리봉안기. 덕분에 미륵사 창건의 역사와, 통일신라로 추정되던 왕궁리 유적들의 제작 시기가 백제 시대로 정정되다. 미륵사 창건 당시 무왕의 부인이 선화공주가 아닌 사택가문의 여성으로 밝혀져 서동요의 진위여부에 혼란을 가져오게 되었지만.



미륵사지에서 발견된 도가니와 유리 가공품. 옥빛이 아름답다. 후에 이 유물들을 시작으로 어떤 추가적인 고고학 연구가 펼쳐질지 궁금하다.




배에 그릇을 싣고 운반하던 방법을 재현.



익산 시내로 돌아가 하나로 마트에 들렀다. 익산 향토 생막걸리 두 병과,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했던 생크림 찹살떡을 사서 집으로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