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무주산골영화제 (야외상영)

2주차 무주산골영화제의 야외상영을 보러 다녀왔다. 메인행사장과는 동떨어진 덕유산 국립공원에서 열린다. 첫 상영은 8시였지만 낮에 국도를 타고 내려가보려 넉넉히 출발했다.

요즘들어선 대전 근교가 정말 좋단 생각을 한다. 천안을 갈 때 지나는 국도의 풍경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덕유산으로 내려가는 국도는 정말 일품이었다. 간간히 대전통영고속도로와 엇갈리기도 하고, 산을 굽이굽이 올라야 했는데, 오토바이를 사서 투어를 다니기에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토바이를 사도 좋겠단 생각을 한건 정말 처음이었다. 무언가에 쫓기지 않고 느긋하게, 멈추고 싶은 곳에 멈출 수 있는 여행이었다. 집에 돌아오니 새벽 세시. 딱 12시간의 여행이었다.




아직 대전을 벗어나기 전. 여기 산내로 운전면허 시험을 보러 온게 벌써 몇 년 전.



국도를 타고 내려가다보면 대전통영고속도로와 몇번 마주친다. 정말 좋은 풍경은, 차를 멈출 곳이 없어 눈으로만 담았다.



원래는 저녁을 건너뛸 생각이었는데, 차를 타고 이동하다 발견한 어느 촌두부집에 들어가 식사를 했다. 고소해. 나도 이렇게 채식의 길로 들어서는 것일까.



너무 일찍 도착. 상영은 8시부터, 입장은 7시부터. 두 시간정도를 산책하며 보내기로.



산자락이 정말 멋있다. 내가 풀벌레에 예민하지만 않았어도, 여름은 거진 밖에서 보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맑고 좋았다.



어렸을 땐 부지런하신 부모님, 그리고 우주소년단 덕분에 야영장을 자주 드나들었던 것 같은데. 지금 나에겐 무리.



빛이 정말 좋았다. 고요한 새소리와 물소리로만 가득한 공간.



공연장 아래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입장할 짐을 꾸리고, 옷을 갈아입고, 차에 잠시 앉아 책을 읽었다.



입장 시작.



너른 풀밭을 둘러싼 숲과 자그마한 스크린. 산골영화제라는 이름에 걸맞는 분위기.



뒤쪽으로 가면 자막이 잘 보이지 않을 것 같아, 앞쪽으로 돗자리를 깔았다.



아직은 날이 선선했는데, 금새 추워질테니 만반의 준비를.



아무튼, 비건도 드디어 다 읽었다!



다음 책은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 책을 읽기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상영이 시작되었다.




야외에 오래 앉아있는 게 드문 일이라, 별사진을 찍으러 카메라를 챙겨갔는데 아뿔싸.. 릴리즈를 두고옴.. ㅠㅠ



쏟아지는 별은 눈에만 담았다.



총 3개의 영화가 상영되었다. 하나하나 끝날 때마다 사람들이 우르르 퇴장해, 결국 마지막 영화가 끝날 땐 4~5개의 돗자리만 남겨져 있었다. 11시가 넘어가며 급격히 추워진 까닭도 있겠지. 오늘 야외상영의 주제는 “사운드와 음악” 이었다. 청력을 상실한 이, 유명 영화음악감독, 그리고 자메이카 음악까지. 영화는 그저 그랬는데, 풀벌레소리를 얹어 들으니 근사했다. 캄캄한 어둠을 헤쳐 구비구비 산을 내려와 집으로 돌아오니 새벽 세시였다. 젊음을 만끽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