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전주국제영화제

취소표를 계속 눈팅하고, 전날 자정까지 다음날 영화 스케줄을 다시 한 번 추스르고, 본 영화를 정리하며, 간간히 일상의 업무까지 챙겨야 했던 날들의 반복. 룸 클리닝 덕분에 아침 일찍 일어났고, 새벽이 훌쩍 지나서야 잠드는 날들의 반복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텅빈 전주를 누비는 느낌이 좋았다. 정지우 감독의 사랑니를 생각했다. 잠자는 사람들은 어제 비가 내린걸 모른다는.

실컷 보고, 먹고, 마시고, 돌아다닌, 그러면서도 틈틈히 일을 해야했던 짧지만 긴 휴식이었다. 느꼈던 기분을 사진에 투영해보려, 이번 사진은 전체적으로 surrealistic 한 보정을 해봤다.




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갔다. 집에서 유성터미널로, 유성터메널에서 전주시외터미널로. 배낭 하나와 자전거, 헬맷이 가져간 전부였다.



곧장 지프떼끄로 향했다. 버스가 지연되어 첫 영화에 늦을 것만 같아 부리나케 밟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이번에는 지프떼끄 앞에만 굿즈샵을 운영한다 했다. 그마저도 사람이 없다. 주말에는 좀 다녀간 것 같긴 했지만. 곧 품절이 될 것만 같아, 영화제를 시작하기도 전에 스티커와 마그넷을 샀다.



첫 상영관 입장. 상영 전 스크린에 관객들끼리의 인터랙션을 위한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었다. QR코드를 찍어 내 정보를 남기면, 스크린에 게시된다. 내가 자유롭게 컨트롤할 수 있는 엘리먼트는 “닉네임"이 전부였는데, 영화제 막바지에 갈 수록 사람들이 닉네임을 더 잘 활용해 맛집을 공유하거나, 감정을 표현하거나 하는 등의 재미 포인트가 있었다.
상영코드 609, 영화보다 낯선 단편2(바디, 해피밸리, 지구지구지구),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단편을 보고 나왔더니 허기가 졌다. 근처의 라멘집에서 돈코츠 라멘과 맥주 한 잔을. 전주영화제 할인도 받았다. (처음이자 마지막 할인이었다..)



금지옥엽 팝업스토에도 들렀다. 뭘 사진 않고 구경만 했다.



영화제의 중턱인데도, 거리가 한산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고요한 축제의 분위기가 무척 좋았다.



체크인 시간까지 풍년제과 2층에서 시간을 보냈다. 코로나19로 카페 공간은 오픈해두되, 음료 코너는 운영하지 않으신다 하셨는데, 내 몰골이 안스러워 보였는지 한 점원분께서 커피를 내려주셨다. 초코파이와 맛있게 찹찹 먹으며 영화 스케줄과 취소표를 다시 한 번 체크했다.



짐을 맡기고, 가벼운 마음으로 두 번째 영화를 보러 나왔다. 리클라이닝관이었다.
상영코드 617, 포옹, @씨네Q 전주영화의거리(4관)



저녁으로 경아분식에서 김밥을. 매콤했다.



다음 영화 상영까지 시간이 잠시 떠 객리단길을 구경했다.



임시(일 것이라 생각했던)포장



항상 거대한 돔과 함께 헤드쿼터가 세워졌던 옥토주차장. 올해는 아쉽게도 코로나19로 텅.



세 번째 영화.
상영코드 624, 습도다소높음, @CGV전주고사(3관)



이번 영화제의 첫 GV. 코로나19로 관객석에 마이크를 주지 않고, QR코드로 입장한 페이지에 질문 입력을 하는 방식을 제공하고 있었다. 직접 인터랙션할 수 없는 것이 아쉬웠지만, 나는 이 시스템이 무척 좋았다! 손을 들고 질문을 해야하면, (1) 궁금한 것들을 모두 질문할 수 없고, (2) 다른 사람들과 질문이 살짝 중복되어 꺼려지거는 경우가 있었는데 모두 말끔히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덕분에, 질문도 실컷 하고 궁금증도 실컷 해결했다. 고봉수 감독과 다른 배우, 그리고 제작자의 다른 작품이 궁금해지는 GV였다.



고봉수 감독은 질문했던 사람들에게 나눠줄 포스트카드를 가져오셨다. 4회차 촬영 중 한 회차에서 포스터 스틸까지 촬영했구나..



5월 5일 어린이날. 자전거를 가지고 나간다.



영화 시작까지 30분정도 시간이 있어, 커피를 마시며 일과를 정리했다.



네 번째 영화.
상영코드 701, 재단사 니코스, @CGV전주고사(1관)



전주에 오래 내려와있으니, 일상적인 메뉴의 맛집들을 다닐 수 있어 좋았다. 유성원의 볶음밥도 그 중 하나. 휴일의 시청 근처 음식점은, 역시 한산하다.



다음 영화 시간까지 자전거를 타고 시내를 돌아다녔다. 한낮의 전일갑오.



객사의 스타벅스에 들어와 잠시 컴퓨터를 했다. 이번 전주영화제는 씨네Q, CGV, 독립영화관 세 곳만 운영했는데, 각 공간에도 노트북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좋았다.



이번 영화제에서 방문한 관 중 가장 좋았던 리클라이닝관. 완전하게 독립된 공간에서 풀로 누워 시청이 가능하다.



다섯 번째 영화.
상영코드 720, 마일스 데이비스의 유니버스, @씨네Q 전주영화의거리(6관)



다음 영화까지 시간이 남아 또 돌아다녔다. 이번엔 풍남문쪽으로 내려갔다. 아직 오픈 전인 노매딕 브루어리.



간단한 저녁을 먹으러, 베이크앤칠이라는 베이커리에 갔다.



2층의 통창을 개방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식사를 했다. 하노이에서의 시간이 떠올랐다.



여섯 번째 영화. 이번 영화제에서 본 영화 중 가장 좋았다. 감독과의 GV는 영화만큼은 아니었지만.
상영코드 742, 아버지의 길, @씨네Q 전주영화의거리(1관)



코로나19로 두 좌석씩 띄어 앉는다. 타인의 움직임에 방해받지 않고 영화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



아까 낮에 봐둔 노매딕 브루어리에 갔다.



메뉴가 많아, 샘플러를 주문했다.



근데 맛은 생각보다 그저 그랬다는..



5월 6일. 객사를 지났다. 저기에 앉아 시간을 보내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보수중이라 한다.



오늘은 자전거를 타고 멀리 다녀온다.



진사님들을 발견! 이팝나무 철길에 이렇게 트레이너를 싣은 열차가 다니는게 잦은 일은 아닌가보다.



어디로 향하는 걸까.



어쨌거나 나는 가던길 그대로 팔복예술공장으로 향했다.



폐공장을 단장해 전시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전주영화제에서 진행하는 100 Films 100 Posters 전시가 이곳에서 열리기에, 10km정도를 달려왔다. 사전예약이 필수라, 아침에 늦잠을 자고싶었지만 부리나케 왔다.



전시된 모든 포스터는 웹으로도 확인 가능하다. (http://100films100posters.com/)

2015년 시작된 영화 포스터 전시 겸 이벤트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 중 100편의 영화를 선정해 100명의 그래픽 디자이너가 각각 영화 포스터를 만들어 내는 행사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100점의 영화 포스터는 영화제 기간 중 거리, 갤러리에서 전시된다.
이 행사에서 만들어지는 영화 포스터들은, 영화 포스터의 관습과 상업적 압력이 배제된, 영화의 핵심을 그래픽 디자이너가 자유롭게 해석한 것으로 전주국제영화제에서만 볼 수 있는 유일무이한 창작물이라는 특성을 가진다.
100 Films 100 Posters는 여타 영화제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영화계와 그래픽 디자인계의 주목할 만한 협업 이벤트로서 영화인과 디자이너는 물론 관객의 열띤 호응을 이끌어 내는, 전주국제영화제만의 이벤트로 성장하고 있다.



동일한 사이즈의 포스터를 판매도 하고 있다. 엽서 사이즈로 사고싶은 포스터가 몇 개 있었는데, 엽서는 낱개로는 판매하지 않는다 하여 그냥 와야했다.



때때로 원총에서 포스터작업을 해야할 때가 있다. 타인의 작품을 자양분 삼아 더 좋은 포스터를 만들고 싶다.



자전거를 타고 공장의 구석구석을 돌았다.



점심으로 찌개 백반을 먹으려 했는데, 자전거를 오래탄 탓인지 전시를 보자마자 “소바를 먹어야겠다…” 라고 되뇌었다. 전북대 근처 금암소바에 갔다. 콩물 추가는 당연한 것! 묵은지가 예술이었다. 정말 맛있게 뚝딱 먹었다.



다시 영화의 거리로 돌아왔다. 다음 영화까지 여유가 있어 카페에서 보내기로.



2층으로 올라왔다. 널직한 실내에 사람이 없었다. 무척 큰 테이블 한 켠에 앉아 잠시 일을 했다.



이제 영화를 보러 내려가는 길. 오래된 건물과 린넨이 무척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어제 영화를 보고나니 다르게 보이는 “아버지의 길” 포스터.



일곱 번째 영화. 이번 영화제서 두 번째로 좋았던 영화.
상영코드 816, 페블스,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영화를 보고나와 자전거를 타고 한옥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 예전에 원총에서 테마여행으로 묵었던 모던달빛 게스트하우스. 잠시 추억에 젖어.



저녁으로 아무래도 한식을 먹어야겠단 생각을 했다. 이든식당으로 향했다.



오늘의 메뉴는 순두부찌개였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다시 영화관으로. 여덟 번째 영화.
상영코드 826, 전장의 피아니스트, @씨네Q 전주영화의거리(2관)



영화의 여운이 남아 영화의 거리를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 전일갑오에서 맥주 한 잔에 먹태 한 마리!



1층에 자리가 없어 2층에 올랐다. 두 테이블 중 한 테이블은 나가시고, 나와 어느 커플만이 있었다. 갑자기 잘 먹고 마시다 급 헤어지기로 한 그 커플때문에, 가시방석에 앉은냥 마셔야 했다. 노이즈캔슬링을 뚫는 그들의 대화. 부디 원만히 해결되셨길..



먹태가 너무 많아 반절을 포장해왔다. (남은 먹태는 대전에 와서 찹찹 먹었다.) 잘 먹고 갑니다.



5월 7일. 혹 sold out 되지 않았던 영화 중 보고 싶은 게 있나, 스케줄표를 확인했다.



아홉 번째 영화. 오늘은 본의 아니게 일본 여행의 날이다. 보려는 3편 중 2편이 일본 제작 영화.
상영코드 902, 멋진 세계, @씨네Q 전주영화의거리(1관)



점심으로 백일홍의 찐빵과 만두를 포장했다.



얘기만 들어봤지 처음 먹어봤다. 간장에 찍어먹었음 두 배로 맛있었을텐데. 평범한 맛이었다. 집 근처였다면 가끔 포장해 먹을 것 같은.



열 번째 영화.
상영코드 911, 비브르 앙상블, @CGV전주고사(2관)



저녁은 남문시장에서 먹으려 애시당초 계획되어 있었다. 조금 이르게 도착해, 청년몰을 구경했다. 지난 여름에 왔던 샵도 보고.



빛이 교묘하게 졌다.



백수의 찬이라는 식당에 갔다. 오픈 전부터 웨이팅이 있었다.



원고지에 손수 적은 메뉴들. 원래는 간단히 가라아게에 맥주한 잔 마실 생각이었는데,



돼지고기 생강구이 덮밥과 우롱하이를 시켰다.



다시 한옥마을을 한바퀴 돌아 영화관으로 돌아가기로. 전동성당은 아직도 공사중이었다.



경기전도 여전히.



미세먼지가 심했는데, 덕분에 풍광이 정말 멋졌다.



다시 돌아온 영화의 거리.



열한 번째 영화.
상영코드 924, 재즈 카페 베이시, @씨네Q 전주영화의거리(1관)



영화가 끝나고 정진수 프로그래머님이 모더레이팅한 GV가 있었다. 감독님과 제작자였는데, 정말 멋진 분들이셨다. 영화제 측에서 요청하거나 보내드리지 않았는데도, 영화제 포스터와 영화 포스터로 뒷 배경을 만들어 참석. 춤추는 대수사선의 제작도 맡으셨던 분이시라는데, 짧은 GV동안 어조와 컨텐츠에서 많은 걸 배운 느낌이었다. 세상엔 정말 좋고 본받을만한 사람이 많다.



전주에서의 마지막 밤. 그냥 보내긴 아쉬워, 눈여겨본 파머스 브루어리로 향했다.



으! 종류가 많음 정말 곤란하다. 5가지 샘플러로 주문했다.



순서대로 파머스 드라이, 바이젠, 골든 에일, 오미자 에일, 아메리칸 엠버에일.



코로나19 방역 검사 팔찌들. 영화관에 착석하기 위해선 두 차례에 방역 검문과, 세 차례의 손소독이 필수였다. 확진자 두 명이 발생했는데도, 번지지 않은 까닭. 3가지 색으로 제작해, 순차적으로 돌려가며 사용중인가보다. 마지막 날의 팔찌는 함께 촬영하지 못했지만, 붉은색이었다.



5월 8일. 마지막 열두 번째 영화.
1005, 아버지는 영화감독, @씨네Q 전주영화의거리 (2관)



사실 “친구들과 이방인들"도 예매해 두었었는데, 수수료를 물고 취소했다. 어제 피곤했던 까닭인지 영화를 보며 숙면을 취해 버렸다. 이런 컨디션으론 나머지 영화도 졸 것 같아, 노트북으로 보기로. 전날 발생한 확진자때문에 폐막 행사도 간소화되며 거리가 정말 한산했다.



일단 현대옥 남부시장점으로 점심을 먹으러. 수란 속 계란이 두 개라는 것과, 오징어가 통통하다는 것, 반찬이 조금 더 실하다는 것을 빼고선 어느 체인과도 비슷하다.



그래도, 10년 넘게 이 곳에 와보려다 못 와본 한을 푼 느낌이다.



짜요의 추천 카페에 들렀다. 바로 대전으로 올라갈까 고민도 했지만.



듣던대로 실내 인테리어가 정말 좋았다. 가장 좋았던건, 공간을 가득 채우는 음악. 이 분위기에선 정말 사색밖엔 길이 없다!



곳곳에 놓인 액자들. 류이치 사카모토와



이소라.



엄청나게 진득한 생크림을 올린 더치커피도 맛이 좋았다. 첫 입을 마시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는 마법같이 부드러운 단 맛이었다. 음악이 너무 좋아, 그냥 눈을 감고 음악을 듣고 있기도 했다. 덕분에 하시모토 히데유키를 알게 되어 대전으로도 돌아와 한참을 들었다.



세워두었던 자전거를 타고, 터미널로 다시 돌아간다.



휴양이라기엔 빡빡하고, 계속 머리와 몸을 굴려야 했던 시간이었지만,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며 언제 또 이렇게 일주일을 영화제에 푹 빠져 살 수 있을까 생각하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인생을 살아가며, 일어나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순간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하자 다짐하며 대전으로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