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 Jeju Island

2020.10.31 부터 2020.11.03 까지 3박 4일로 제주도에 다녀왔다. 한라산에 다녀오겠다는 것만 정해진 채 출발했는데 나머지 여정도 물 흐르는 대로 잘 돌아다녔다.

코로나로 모두가 힘든 시기에, 이렇게 다녀와도 되나 싶어 죄송한 마음도 있었지만..

초반엔 홀로 다녀 쓸쓸했지만, 결국 지연 언니와 만나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대전으로 돌아오는 길이 너무 아쉬울 정도로 좋은 시간이었다.




청주공항에 차를 세웠다. 외부 주차장 포장이 끝나, 이제 저렴한 주차는 더 이상 없다. 비행기 아이콘이 무척 반갑다.



익산쯤 지날 때 그대로 골아 떨어졌다. 비행기에서의 단잠이라니.



눈을 뜨니 제주 상공이었다.



차를 빌리고 늦은 점심을 먹으러 곰막식당에 갔다. 성게국수. 아주머니 말대로 그냥 회국수를 먹어야 했나..



더 늦어지기 전에 제주 4.3평화기념관으로 향했다.



네이버맵에선 5:00까지 입장 가능이랬는데, 이미 4:30에 마감을 했다 한다. 기념관 건물 내부는 보지 못했지만, 공원을 크게 한 바퀴 돌았다. 팜플렛을 읽으며 몰랐던 사실들을, 오해했던 사실들을 다시 되짚었다. 아우슈비츠에 다녀왔을 때처럼 등골이 서늘해지기도 했다. 누군가들에게는 처절한 현장이었을 한라산을 오르기 전에 꼭 들러보고 싶었다.



맥파이 브루어리로 향했다.



운전 때문에 마시진 못했지만, 네 캔을 포장했다. 시즈널 맥주인 가을가득, 무진기행과 코어 맥주인 IPA, 페일에일.



저녁을 빵으로 간단히 해치우려 했는데, 내일도 오래 굶을 것 같아 제주 시내서 뭔가를 먹기로 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오프’ 라는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무척 따뜻한 분위기와, 무척 좋은 온도감의 수프와 빵이었다. 토마토 파스타는 생각한 맛과 달라 좀 실망했지만.



등반을 위해 새벽같이 일어났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문고리에 걸어주신 오늘의 식량. 물과 주먹밥을 가방에 넣었다.



7시 1분. 성판악 입구.



미러리스를 가져가 말아 고민하다 결국 목에 걸었다. 힘들었는지 사진이 다들 춤을 춘다.



등산화, 등산바지, 자켓, 스틱, 가방을 하나하나씩 시간을 두고 마련했는데 모두 정말 필요한 용품들이었다. 덕분에 편하게 올라가는 중.



여러 대피소를 지나 정상으로 향하는 길.



11시 1분. 딱 4시간 만에 정상에 도착했다.




백록담에 물은 말랐지만, 날이 맑아 좋았다.



한 시간 정도 정상에 머물며 주먹밥도 먹고, 구경도 했다. 관음사 쪽으로 살짝 내려가보니 제주 시내가 보였다. 다음엔 꼭 관음사 쪽으로 와 볼 수 있기를.



멋져!



사람이 정말 무척 많았다.



돌밭이라더니 정말 무지막지하던 돌들. 문득, 후지산도 이런 느낌이었겠지, 하며 가보지 못한 아쉬움을 떠올렸다.



내려오는 길. 중턱에서 만난 사라오름으로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무척 고민했다. 내려오시는 어떤 아저씨께 오름 상황이 어떻냐 여쭤보니, 저음의 멋진 목소리로 ‘호수 물은 말랐는데요, 정상으로 올라가면 서귀포 시내가 보이더라구요’ 해주시는데 아니 올라갈 수 없었다.



호수를 지나 오름의 정상으로 올랐다. 정말 서귀포가 깔끔하게 보였다. 멋진 가을 풍경은 덤.



하산의 막바지. 단풍이 멋들어진다. 이 사진을 찍고 렌즈 캡을 잃어버렸다. 10분쯤 내려가서 잃어버린 걸 알아챘는데, 도저히 무릎 사정 상 올라갈 수 없었다. 과감히 포기.



올라갈 땐 거들떠보지도 않던 현위치 번호를, 내려올 땐 하나 하나 세었다. 으! 무릎이 정말 간신히 버텼다.



후들거리는 몸을 차에 태워 물을 마시며 좀 쉬다 숙소로 향했다. 오늘은 바베큐의 날. 축산물판매장에 들러 고기를 샀다.



숙소 가는 길에 가장 가까운 마트는 영어교육도시 안에 있는 마트였다. 국제 학교와 주변의 엄청난 타운하우스들. 내가 보는 제주와 그들이 보는 제주는 이렇게 다르구나, 좀 놀랐다.



숙소에 짐을 풀고 숯에 불을 붙여 바베큐를 시작했다. 여행스케치의 별이 진다네를 반복해 들었다.



짐을 정리하고, 씻고, 치우고. 히든싱어 이소라 편을 틀어놓고 맥주를 마시며 사진을 정리했다. 무척 아늑한 독채 펜션이었다.



한라산을 다녀왔어도, 3만 6천보밖에 안되는구나.



다음 날. 체크아웃을 하고 앤트러사이트 한림점으로 향했다.



이른 아침이라 사람이 없었다. 고요한 공기.



조식을 먹고 나온 터라, 점심 대신 스콘을 하나 시켰다. 크레마로 이승우의 생의 이면을 읽기 시작했다.



무척 귀여운 폰트의 표지판.



커피패스를 쓰러 애월의 어느 카페로 넘어왔다. 마저 책을 읽었다.



뒤늦게 제주 여행에 합류한 지연언니를 픽업했다. 제일 먼저 간 곳은 사려니숲길. 전 날의 여파로 제대로 걷지 못했지만, 울창한 나무가 무척 좋았다. 이곳에서 박지선의 비보를 듣고, 좀 멍하니 다른 세계에 빠져 있기도 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돌카롱을 먹으러 갔다. 무척 맛있다고 할 순 없지만, 달달하니 빵같은 식감이 좋았다.



저녁은 큰돈가에서. 서버분이 너무 재밌게 구워주셔서 사진 찍을 새도 없이 계속 입으로 고기를 넣었다.



바다 위에 떠오른 달빛이 너무 밝았다. 전기가 없어 달빛과 별빛에 기대던 그 시절을 상상해봤다.



밤늦게 숙소에 도착했다. 바깥채 돌집이었다.



내부는 좀 좁았지만, 은은한 향과 음악이 너무 좋아 정말 푹 잤다. 어제의 숙소에서는 빗소리에 일어났는데, 여기선 바람소리에 일어났다.



지연언니와 뒤뜰에서 어제는 맥주를, 오늘은 커피를.



정말정말 잘 머물다 간다. 사장님께서 다른 두 채 중 한 채도 구경시켜주셨는데, 프라이빗 수영장까지.. 정말 좋아 보였다. 다음에 가족들과 올 수 있기를 바라보며…



용머리해안에 갔지만, 물때가 맞지 않아 보지 못했다.



공천포식당으로 물회를 먹으러. 왜 옛 맛이 아닌 것 같은지. 좀 아쉬웠다.



가을에 맞춰, 온통 귤천지.



지나가는 길에 위미항이 아름다워 잠깐 내려 한 컷.



커피패스를 쓰러. 귤따기 체험도 함께하고 있는 카페였다. 귤모자가 너무 귀여워 구매하고 싶었는데, 판매용은 아니라고..



산굼부리로 가는 길. 너른 하늘을 달리는 기분이었다.



산굼부리. 고등학교 수학여행에서 왔던 게 엊그제 같은데. 갈대가 아니라 억새라 한다.



풍림다방. 외관에 놀라고,



내관에 더 놀라고ㅎㅎ



커피도 맛있게 마셨다. 좀 달았지만, 깔끔한 맛.



저녁을 먹으러 함덕으로 내려갔다.



아쉽게도 원래 가려던 해물라면집들은 모두 재료소진으로 마감한 상태였다. ㅠㅠ 어쩔 수 없이 남은 한 집으로 가, 그래도 그럭저럭 맛있게 먹고 대전으로 잘~ 돌아왔다. 청주에서 대전으로 운전해오는 길이 좀 추웠지만, 다시 슬슬 현실로 돌아오는 기분이 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