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1박 2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다녀왔다. 고레에다 감독의 신작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피케팅에 성공했기에 계획된 여행이었다.

베니스 영화제에 갔던 기억이 오버랩되는 순간이 많았다. 현생을 신경쓰지 않고 무한히 영화의 세계에만 빠지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영화가 업이 되어도 쭉 같은 마음을 유지할 수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영화제를 끝까지 즐기지 못하고 돌아온 것이 못내 아쉬웠다. 너무 흐물거리는 삶이었나, 생각의 시간이 많아지니 후회가 가득차기도. 열심히 살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으니 앞만보고 달리겠단 다짐도 함께였다. 지금 이 시간을 소중히 여기면서도 스스로 발전시켜나가는 밸런스가 좋다.

처음 짜솔과 함께 부산에 도착해 광안리서 해운대까지 태풍을 뚫고 걸어가 해운대서 밤을 샜던게 2008년 여름. 혼자서 또는 같이 부산을 자주 들락거리던게 2012년. 나는 지난 10년간 어떤 추억과 기억이 생기고, 무엇을 경험했고, 삶을 대하는 자세는 어떻게 바뀌었나. 10년 뒤의 나는 또 어떨까. 일에서의 행복과 일상에서의 행복을 모두 챙기며 사는 삶은 어떤 삶일까. 다시 한 번 광안리서 해운대까지 걸으며 온통 그런 생각뿐이었다.




호텔에 바로 체크인을 했다. 굳이 힘들게 찾아 예약한 더블룸이었는데, 트윈을 받았다. 클레임할 힘도 없었다. 다시 데스크에 내려갔다가, 짐을 옮길 생각을 하니 아찔했다. 베드 중 하나는 큰 사이즈였기에 그냥 조용히 지내다 가기로.



흐리던 하늘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구멍이 난 듯 거세, 로비에서 비가 좀 멎기를 기다렸다.



영화의 전당에 도착했다. 영화의 전당 근처만 영화제 분위기로 가득하다. 도시의 축제가 되기엔 축제가 작은걸까, 도시가 큰걸까.



윤희에게도 무척 보고싶었지만, 다음에 극장에서.



빼곡한 손글씨 공지들, 어린 자원봉사자들. 부산영화제는 아직도 언저리쯤에 머물고있구나.






이번 부국제의 공식 주류 후원사는 조니 워커라 한다.



진저 하이볼 한 잔.




오늘 고레에다 감독 신작 상영회가 열리는 하늘연극장.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극장 앞서 대기하는 느낌이 좋았다.



6층 분위기는 어떤가 올라갔다 테이블에서 홀로 대기중인 정성일 감독님도 만났다. 이것저것 여쭙고 싶은게 많았지만, 당황하니 횡설수설. 부일상 수상 축하도 못드렸다. 담에 또 뵙게될 날이 있다면 정제된 말로.



대기하며 앉아있는데 이래저래 명사들이 돌아다닌다. 이용관 이사장이 어슬렁 거리시는데 인사를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약간은 불편한 시간이기도 했다.





상영 전 전일 개막식 불참으로 인해 건네지 못한 ‘아시아영화인상’ 시상이 있었다.



영화가 끝나고 GV가 있었다. 윤성은 평론가가 모더레이터로 진행. 운좋게 질문할 기회가 있었다. 사실 묻고싶은게 너무 많았는데 딱 하나만 골라야해 또 횡설수설한 것 같기도 하다.





끝나고 막간의 싸인회도. 엄청난 행렬에도 하나하나 다 해주고 가셨다. 덕분에 나도 고레에다 감독이 쓴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에 싸인을 받았다.




전날 밤 영화를 보다 그대로 쇼파에서 잠들어버렸다. 이럴 수가.. 부랴부랴 정신을 차리고 침대에 누으니 아침 6시 반이었다. 오늘 사우나와 수영은 못하겠구나.



1900호였다. 미드나잇 인 파리나 피아니스트의 전설이 생각나는 호실번호였다.



점심으로 수육백반을 먹었다. 뭐 그저그런 맛.



부경대부터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citycraft 에서 텍스쳐 매핑 오류로 치던 패턴.



광안리.



2011년도 해운대에서 대우 동기들과 배구를 했던 적이 있다. 낮엔 배구하고, 밤엔 웨스틴조선에서 부어라마셔라 쉬고. 호사도 그런 호사가 없었구나.



해운대로 걸어가는 길.




광안대교를 건너 영도를 거쳐 남포동으로 넘어왔다.



김지미씨에 대해 아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 비프에서 회고전용으로 편집한 영상을 보고선 홀딱 빠져버렸다. 기술의 발전과는 상관 없이 전달되어오는 진심이 있었달까나. 아름다운 미모때문이 아니라, 그 연기에서 전달되는 감정이 무척 좋아 한동안 비프 야외광장에 서서 오픈톡을 들었다. 이영하 배우, 정진우 감독, 곽경택 감독이 게스트로 참석했다.




추억의 700 비어.. ㅎㅎ



2층에 자리까지 있는 편의점.




아까 700비어를 보고 목이 탄 까닭인지, 갈매기 브루잉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요즘은 흑맥이 좋다.



아까 오픈 톡이 끝나고 상영을 시작한 임권택 감독의 미완성작 ‘비구니’ 를 보다 열차시간에 맞춰 나왔다. 무성 영화인데다가, 미완성작이라 전주영화제서 제작했던 다큐멘터리가 포함된 버전이었다. 나는 무성영화라 더 좋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실망하며 자리를 떴다. 게다가 날씨도 꽤나 쌀쌀해서. 마저 다 보고싶은데, 영상자료원서 vod 가 제공되는지 모르겠다.



비프 광장에서 오픈 스튜디오로 생방중인 비프 라디오. 라디오가 끝나고서 영화의 전당서 진행되는 티켓을 마구 뿌리고 있었다. 무척 보고싶었던 올해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작인 레미제라블 입장권이었다.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 대선 소주를 몇 병 사서 기차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