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파울루

8월 21일부터 30일까지 USP (University of Sao Paulo) 에서 열리는 InnSciD-SP (Innovation and Science Diplomacy School) 에 참석하기 위해 상파울루에 다녀왔다.

주최측에서 경비처리를 모두 담당했는데, 80명이 넘는 참석자들의 항공편을 모두 처리하다보니 가장 저렴한 노선으로 배정받았다. 덕분에 로마를 경유하는 시간을 포함해 편도 27시간의 비행을 견뎌야했다. 새삼 지구가 얼마나 넓은지 깨닫는 힘든 시간이었다. 여행 좋아한다는 말을 취소하고 싶을 정도로…

첫 남미 방문이었다. 무척 큰 도시였다. 뭐든 과하리만큼 다 큼지막했다. 건물도, 접시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컸다. 얼마나 문화가 다른지도 직접 체험했다. (40명의 브라질 참석자들이 얼마나 브라질 표준에서 가까울 지는 모르겠지만) 브라질 사람들은 생각대로 무척 열정적이고, 커피보다 훨씬 술을 좋아하고, 뭔가 밍글하는데 도가 트인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남미 최고의 나라라는 자부심이 꽤 커보였고, 생각보다 한국 문화를 접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뭐 주말의 파울리스타 거리에서 Kpop 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들을 봤지만 어린 친구들 뿐이었다. 게다가 포르투갈어 역시 무척 어려워 배울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시간도 없었지만ㅎㅎ 쿠바나 페루, 볼리비아에 가면 또 다른 남미를 느낄 수 있겠지만 한편으론 조금 두려워지기도.

다행히도 호텔은 1인 1실이었다. 호텔에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스택에 차례대로 올리듯 1층을 배정받아 시내 뷰를 구경하지 못한 건 좀 아쉽다. 밤마다 무척 큰 헬기소리와 개짖는 소리가 들렸다. 거의 여정의 마지막쯤에 알게된 사실인데, 호텔 앞에 정체를 알 수 없는 헬기장이 있었고 호텔 바로 옆에 대여섯마리 개가 살고있었다. 12시간의 시차때문도 있지만 이어플러그를 뚫는 소음때문에도 깊게 잠들기 힘들었다.

음식은 짜거나, 달거나. 무척 익스트림했다. 단건 아예 포기하면 되지만, 일반적으로 식사 역시 너무 짜, 이곳에서 오래 머무르면 단명하겠단 생각을 무척 많이했다. 이미 짠 요리에 엑스트라 소금을 뿌려먹는 당신들은 도대체…

길거리를 가득 메운 대마 냄새도 좀 힘들었다. 브라질 친구에게 대마가 합법이냐 왜 이렇게 많이 피냐 물어볼 기회가 있었다. 대마는 불법이지만, 판매하지 않고 홀로 피우기만 한다면 경찰이 와서 따지거나 처벌하지 않는다 했다. 아무렇지 않은 무단횡단, 넘쳐나는 길거리의 쓰레기, 두서없는 새치기. 이 곳 사람들에게 사회 규범이나 약속이란 뭘까 계속 생각했다.

여행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상파울루 미술관이었다.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도, 황홀하기까지 했다. 그 이외에는… 의식주와 안전 문제와의 치열한 싸움이었다. 아침 저녁에 홀로 호텔밖을 나가 걷거나 뛰지 못하는건 정말 답답한 일이구나. 매일 셔틀로 행사장에 실려가고 실려오는, 반경 5km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 가끔은 감옥아닌 감옥같기도 했다.

여행 내내 최대한 브라질 뮤지션들의 음악을 들으려 노력했다. Joao Gilberto, Ivan Lins, Carlos Jobim 등등 산책하며, 셔틀을 타고, 걸어다니며 듣는 순간이 꽤 로맨틱했다. (그래도 가끔 밤낮으로 듣는 콜바넴 OST 역시 너무 행복했지만)

마트의 물가는 저렴했지만, 생활 물가는 저렴하지 않았다. 그렇다해서 비싼편은 또 아니지만. 돈이 남을까 걱정했는데, 알뜰하게 잘 썼는지 기념품으로 가질만한 20헤알 정도를 남겼다. 카드를 사용하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는 도시라 (길거리 리어카도 모두 카드기를…) 환전 걱정은 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상파울루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힘들어 걱정이 많았던 것에 비해선 무척 잘 지내고 온 것 같다. 처음 반둥에 도착하자마자 적었던 8월에 끝내고싶은 것들을 제대로 하진 못했지만, 꽤 괜찮은 여정이었기에 후회는 없다. 한 뼘 더 성장한 기분으로 귀국하게되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