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구례 / Namwon, Gurye

짜가 얼마전 다녀왔다고 한 것때문인지, 오래전부터 내가 미련이 남아서인지. 알수는 없지만 금요일에 급작스럽게 주말동안 있을 요량으로 숙소를 잡고 내려왔다.




대전에서 내려가는데 하나도 막히지 않았다. 봄노래와 함께하며 내려왔더니 좀 나른해졌다. 구례의 마스코트 달이, 반이, 수유, 산유라 한다. 축제기간이라 사람이 많았다.



영업중인 미용실일까?



손녀가 박스에 ‘산수유 막걸리 1500원’ 을 적어 대~충 쿨하게 붙이고 들어가는게 재밌었다. 그나저나 한 병 사올걸 그랬네.



산수유 꽃을 처음 본다. 이렇게 노란 꽃일줄은 상상도 못했다.



구례 산수유 맥주가 있는 줄도 몰랐다. 기념품으로 몇 캔 사왔다.



개나리와는 다른 노랑. 상위마을까지 셔틀을 타고 올라갔는데, 셔틀 기사 아저씨께서 짧은시간동안 구례에 대해 이것저것 알려주셨다. 예를 들어, 본인은 도대체 산수유꽃이 뭐가 예쁜지 모르겠다. 개나리는 샛노랗고 벚꽃은 은은하게 예쁘기라도 하지, 산수유꽃은 발색이 영 별로다. 차라리 가을에 붉은 산수유 열매가 열릴 때는 꽤 예쁘니 담에는 가을에 놀러오라 같은 이야기였다.



또 하셨던 얘기는, 지금은 이곳에 60%가 넘는 가구가 외지인들이라 한다. 옛날 이 곳 사람들은 산수유 열매를 따서 자식들을 키웠는데, 이젠 가격이 폭락해서 길거리에 열려있어도 아무도 따지 않는다한다. 지금은 포장도로가 잘 나있지만, 예전엔 도로가 없어 지게로 농사지은 것이나 생필품을 이고 아랫 마을로 오르락내리락 하는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내려올 땐 셔틀을 타지 않고 걸어왔다. 3km 정도 걸은듯. 산수유 군락이 곳곳에 있었는데, 마치 MAYA 에서 생성해놓은 particle point 를 보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아저씨 말대로 발색이 영…



그래도 봄의 초록과 노랑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꽤 좋았다. 작년 가마쿠라에서의 여름이 생각나는 장면이었다.



그래도 아저씨말대로 개나리가 더 예쁜듯 했지만 오랜만에 보는 봄꽃에 기분이 좀 말랑말랑해졌다.



산수유를 기가막히게 그려놨길래 깔깔거렸는데



가까이서 보니 이 동네 이장 아저씨라 한다.



갑자기 하늘이 좀 어둑어둑해지더니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내일 정말 운해를 볼 수 있으려나?



행사장을 빠져나오는데 꽤 오래 걸렸다. 요즘 90년대를 배경으로 찍는 영화들이 왜이렇게들 잘 따라하지 못하는지 싶은 옛 폰트.



구례에서 남원으로 넘어왔다. 점심을 안먹었는데 시간이 늦어 간식으로 떼우고 저녁을 제대로 먹으려, 빵집에 들리기로 했다. 동네빵집인줄 알았는데 코너를 돌아서까지 사람이 무척 길게 서있었다. 알고보니 백종원의 3대천왕에 등장했던 집이라 한다.



4시반 빵이 나오는 시간에 맞춰 입장을 시켜준다며, 대기표도 받았는데 42번.



짜의 말에 따르면 42번은 Answers to the Ultimate Qustion of Life, the Universe, and Everything 이니 운명처럼 받아들여 기다리라 했다. 완전 까먹고 있었는데.



이집은 슈크림소보루, 꿀아몬드, 수제햄빵이 유명하다 한다. 번호표 하나당 사갈 수 있는 갯수 제한도 있었다. 그냥 맛뵈기로 하나하나하나씩 샀다.



수제햄빵은 차에서 바로 먹었는데, 소세지도 괜찮고, 과일맛 소스가 뿌려진채 오븐에 구워진건지 달달새콤한게 맛이 괜찮았다.



체크인을 해놓고 카페에 있다 늦은 저녁을 먹으려 했는데, 저녁을 먹으려한 집에 영업시간을 여쭤보려 전화를 해보니 재료 떨어지면 문닫는다 하셔서 그냥 바로 이른 저녁을 먹으러 갔다.



남원에 왔으니, 메뉴는 추어탕! 맛있게 완뚝했다.



그리고선 카페에 갔다. 좀 나른해졌는데, 책도 읽고 논문도 읽었다.



해가 질무렵 석양이 보고싶어 카페를 나왔다. 쌍교동 성당에서 잘못 찍은 노출 사진. 아직 새 카메라에 익숙치가 않다.



오늘 하루 묵고갈 게스트하우스. 급박하게 예약했는데도 무척 맘에 들었다. 들어와 짐을 풀자마자 ‘에고’ 소리가 절로 나왔다. 과연 내일 하루는.



노고단에서 일출과 운해를 보려 일찍 일어나 출발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지리산을 향해 달리는 텅 빈 도로에서의 느낌이 묘했다.



게다가 성삼재휴게소로 가는 정령치가 3월 말까지 출입 금지라니.. 이미 한참을 달려왔는데. 아쉽지만 다음 기회로.



돌아 내려오는 기분이 찝찝하다기보다 후련하고 좋았다. 다음 방문은 노고단 대피소에 머물며 별사진도 찍고, 코펠에 라면도 끓여먹고, 일출도 보는 그런 방문이기를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