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

서귀포를 떠나 애월로 넘어갔다. 역시나 한라산 중턱을 넘어갔는데, 꽤나 행복했다. 노래도 많이 듣고, 많이 따라 부르고, 조용히 생각도 많이 하고.



오늘은 이 호텔에서 체크아웃한다. 하루에 딱 한 캔씩 (에 딱 한 캔 더ㅎㅎ).


라마다 이스트에서 묵었는데, 재밌는 시스템. 타워에서 차를 직접 빼야한다. 덕분에 직접 출고도 해보고 즐거웠다.


한라산 중턱으로 올라간다. 달리는 차가 없어 걱정도 됐지만, 걱정보단 신남이 앞섰다. 그리고 길 가운데서 놀고있는 꿩도 만났다. 어렸을 때 계곡에 놀러가서 먹은 꿩냉면이 생각났다. 그 때 먹은게 꿩이 아닐거라 생각해왔는데, 진짜 꿩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


중턱으로 올라간 이유는 방주교회때문. 한국에서는 이타미 준으로 불리고, 일본에서는 유동룡으로 불린다는 비운의 건축가가 설계한 건물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건물은 우왓~! 이건 너무 멋져 최고야 다이스키! 는 아니었지만 꽤나 흥미로웠다. 내부까지 구경한다면 더 흥미로웠겠지만 그건 불가. 꼭 고래 등 지느러미같이 위로 솟은 창문. 생김새만 다를 뿐, 서양문화사 시간에 배운 서양 성당 건축 양식의 룰과 일치했다.


단층이 주는 안정감이 좋다 생각했는데, 거기서 비롯된 기능적 마이너스는 지하에서 보완했나보다.


한 바퀴 삥 돌았다.


창문 열림이 물가에 비치니 운치있다.


신전쪽 윗 창가에 십자가 형태의 창문이 뚫려있다. 안에 종이 들어있는 건가?


곡선같은 직선이 근방의 자연과 어우러져 아름답다.


타일의 패턴을 알 수가 없어 답답했다. 그냥 랜덤인가?


근처에 다른 건물들도 궁금했지만, 호텔이거나 프라이빗해서 포기. 차를 끌고 저지마을로 내려가는 중. 여러 목장을 지나쳐 말을 실컷 구경했다.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에 도착했다. 나는 예술마을을 상상했는데, 확실히 ‘예술인’이 거주하는 예술인마을이었다.


제일 먼저 들어간 곳은 제주현대미술관. 현대미술에 눈꼽만큼도 관심없는데, 왜일까 왜 여기에 가고싶었을까.


본관으로 걸어가는 길에 여러 작품을 만났는데, 모든 작품에서 다 43사건이 연상된다. 의도되었건, 의도치 않았건. 그들이 숨어야했던 동굴같고,


꼭 혼령이 되어 이 길을 걸어가는 우리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여튼 긴 길을 걸어 본관 앞에 도착.


본관으로 들어가는 길에 설치된 작품이 꽤나 멋졌다. 정말 나무에서 사과를 똑 딸 것 같은 율동감이 있었다.


현대미술관엔 제주 바다의 쓰레기로 탄생한 작품들을 전시중이었다. 가장 좋았던 것은 부표로 만든 전등과 그물을 얹은 안락의자.


재주도 좋아 라고 이름을 지었다 한다. 5글이인가, 4글이인가.


아, 이 작품도 좋았다. 아마 설치작품을 사진으로 찍어둔 것 같은데 citycraft 가 생각나버렸다.


쓰레기 섬이어도 역시나 집은 배산임수에 놓여있구나.


이 것도 좋았고, 이 옆에 다 구로 만들어 버린 것도 좋았다. 논문의 아이디어를 1정도 얻었다.


지하로 내려갔다. 여긴 달 관련 작품 전시 중. 공기를 넣은 볼로 만들어 놓은 거대 달 풍선이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있었다.


관람을 마치고 바깥 정원으로 나갔다. 미술관으로 소풍 온 유치원 친구들이 뛰다니고 있었다.


콘크리트 계단 사이에 미끄럼 방지를 위해 넣은 현무암이 귀엽다. 샵에 들렀지만 살만한 것이 없어, 미술관을 나왔다.


사실 현대미술관만 보고 협재로 내려가려 했다. 자꾸 끌리는 미술관이 있는데, 그냥 지나치면 분명 후회할 것 만 같고 그래서 들려버렸다.


바로 제주도립 김창열 미술관이다. 저 도립자를 붙이고 안붙이고가 이렇게 사람 마음을 농락할 줄이야.


물론 멋진 건물도 한 몫 했다. 정말 멋진 건축물이다.


미술관에 오기전에 김창열 화백이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몰랐다. 물방울 작가라 한다. 생애 엄청 많은 물방울을 그렸다고. 게다가, 물방울만 그렸다고.


이 화가에게 명성을 가져다 준 첫 번째 작품이라 한다.


물방울을 물방울같이 만드는게 무엇일까. 결국 벽에 걸리는 그림이라면, 중력이 5할은 차지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중후반엔 물방울과 한자를 함께 그리기 시작했다 한다.


무척 많은 물방울들. 점점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관람을 마치고 옥상 데크로 올라갔다. 멋진 건물의 옥상도 멋진 구조였다.


이제 진짜 협재로 내려갔다. 오늘 점심은 흑돼지 돈까스. 나혼자산다 무지개여행에서 방문한 수우동의 자매가게로 오픈한 수돈가스이다.


안심돈가스를 시켰다. 일식에 가까운 맛이었다. 비록 튀김옷은 일식이 아니었지만.


협재해수욕장으로 내려갔다. 사람이 많고, 상가가 많아 분위기는 별로였는데, 바다 앞에 놓인 비양도가 너무 cg 같아 할말을 잃었다. 바다와 하늘과 섬의 조합이 진짜 사기였다.


심지어 내가 싫어하는 해초밭 해변인데, 그걸 무릅쓰고 저 뷰 구경으로 오래 머물러버렸다.


바로 숙소로 넘어가기엔 이르기도 하고, 그 전에 들리고싶은 관광지는 좀 더 해가 뉘엿할 때 가고싶어 카페에 가기로 한다. 검색을 뚝딱해서 가게된 매기의 추억.


보진 않았지만, 드라마 맨도롱또똣 촬영지라 한다. 커피 볶는 집이라, 정말 고소한 냄새가 가득가득하다. 이번 제주 여행에서 다녀온 카페 중 커피향만으론 단연 1등!


귀여운 메모.


처음엔 창가좌석에 앉았다가, 좀 더 편한 쇼파가 있는 안쪽으로 옮겼다.


그리고선 다시 책을 읽기 시작.


향만큼 진한 커피는 아니었지만, 맛있는 커피였다. 내부에 좌석이 많은 편은 아니라 돗데기 시장은 피했다. 덕분에 집중해 책을 읽다보니 어느새 카페에 사람이 하나도 없더라. 한 두시간정도 보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선 애월한담공원으로 넘어왔다.


도대체 얼마나 좋은 산책로인지 궁금한 까닭이었다.


평범한 산책로인데, 그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골웨이랑 둘린 생각이 많이 났다. 아일랜드를 좋아하는 사람은, 분명 제주도 좋아할 거란 확신이 드는 순간이었다.


갈 때는 위쪽으로 걷고 올 때는 아래쪽으로 걸어보기로 한다.


사람이 많을거라 한 카페 봄날엔 사람이 정말 많았다. 별로 들어가고싶지도 않았다.


내년에 다시 오게 된다면, 저기에도 또 다른 카페가 생겨있겠지.


해안가를 따라 숙소로 들어가는 길. 진짜 해녀를 만났다! 가시는 걸음을 따라가보니, 해녀분들이 짐을 풀고 있는 가게가 있던데 내려서 성게 몇 알만 파시겠냐고 물을까말까를 무척 고민했다. 물론 가지 않은 길이 되었다.


이번엔 먹방을 찍고 있는 연예인들을 보게되었다. 누군지 모르겠어서 한참을 들여다봤지만, 거리가 멀어 알 수가 없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현이, 윤승아, 라비란다. 생긴지 얼마 안 된 수플레팬케익을 파는 집이라고. 라비는 누군지도 모르겠다.


바로 숙소로 들어가려다, 저녁을 먹고가는게 좋을 것 같아 메뉴를 물색했다. 아무래도 오늘은 매콤탕 느낌이라 해물라면을 먹기로 했다.


게, 전복, 홍합, 배추 등이 들어있다. 2층 옥상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먹었다. 사실 거의 남겼다. 아무래도 나는 해물라면이랑 안 맞는듯.


숙소에 체크인을 했다. 공항에서 가까운 애월에 전실 독방인 게스트하우스가 있대서 냉큼 예약해두었었다. 해가 질 때까지 방에서 책을 읽었다.


게다가 넓찍한 창을 가진 바다뷰였다. 에어컨과 조용한 음악을 틀어놓으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해가 지고 어선들이 불을 키고 나가기 시작한다.


1층 펍으로 내려가 저녁2를 먹기로.


미리 예약해둔 딱새우 회를 안주로 웰컴 맥주를 마셨다. 머리는 튀겨주셨다. 단새우처럼 달달하고 고소한 것이 녹진하고 맛있었다.


그리고 맛 본 제주 위트 비어 생맥~! 한 잔으론 안주를 끝낼 수 없어 맥스 생맥도 한 잔 더 했다.


근처 편의점에 들러 카프리 한 병을 사왔다. 딱 이 정도 양을 마시고 잠에 들면, 좋은 꿈을 꿀 것 같았다. 그리고 드디어 책을 다 읽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