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2 / Jeju Island #2

오늘부터 정보과학회가 시작된다. 첫 날은 워크샵이나 튜토리얼로 채워져있는데 들을 수 있는게 거의 없어 등록만 하고선 차를 끌고 돌아다녔다. 다음 날 아침이 발표였기에 그래도 조금의 긴장은 놓지않고 보낸 하루였다.



아침 일찍 간 곳은 미리 예약해둔 배럴서핑스쿨이었다. 언젠가 꼭 서핑을 배워보고싶다 생각했는데, 이번이 적기였다. 오늘 물때에 맞춰 수업은 9시부터 12시까지 3시간. 처음 예약할 땐 3시간밖에 안된다니 넘 짧다 싶었는데 막상 시작하니 3시간을 버티기엔 체력이 딸려, 역시.. 전문가의 판단은 정확하다 생각했다.


오늘 레벨1 수업을 듣는 사람은 총 3명. 아까 오피스에서 웻수트로 갈아입고 다같이 봉고를 타고선 색달해변으로 넘어왔다. 1시간 정도 해변에 누워 기본자세를 배웠다. 파도가 약한 곳을 찾아 보드를 끌고 이리저리 옮겨다녔는데 세 명 모두 입을 모아 그 순간이 가장 힘들다했다.


물에 들어갔다. 지상에서 배울땐 오 완전쉽네! 생각했지만 막상 물에 들어가니 그 때 배운대로 자세가 잡히질 않는다.


결국 엉망진창인 순서로 서버렸다. 강사님 말대로 몇번 더 보드를 빌려 스스로 타봐야 자세가 잡히지 않을까?


모든 수업을 끝내고서. 중간중간 쉬는 시간에 보드에 누워 햇빛을 즐기며 졸던 것과, 파도와 모래사장에 걸쳐 앉아 느끼던 촉감들, 그리고 패들링을 할 때 보드 뒤로 다가오는게 느껴지는 파도의 오싹함 색달해변에 방문할 때마다 그런 순간들이 떠오를 것 같다.


다시 오피스로 돌아가 씻고서는 제주컨벤션센터로 넘어갔다. 중문을 제대로 방문해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등록을 하고서는 일정표를 훑어봤고, 컴퓨터를 좀 하다 밖으로 나왔다.


아까 서핑하던 색달해변에 다시 갔다. 컨벤션센터에서 나가는 길이기도 했고, 아까는 카메라를 못가져갔기 때문에 제대로 사진을 찍어보고 싶어서이기도 했다. 강사님이 좋다고한 두 카페 중 하나, 더 클리프가 바로 앞에 있었다. 아깐 제대로 못봤는데, 다시 제대로 봐도 그닥 끌리진 않았다.


물이 많이 차올랐다. 강사님도 말씀하시길 오늘 파도가 거세 초보가 하기엔 힘들겠다고.


색감이 좋아 찍었는데, 막상 지금 다시 보니 표지판으로서의 기능은 꽝이라는 생각이.


슬슬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갔다. 여행 오기전엔 마라도를 가고싶었는데, 막상 오니 별로 가고싶지 않았다. 대신 짜장면은 먹고싶어 마라도에서온 짜장면집, 마짜에 갔다.


조미료를 넣지 않는다는데, 짜장면은 역시 조미료맛인걸까 짜장면이라고 생각치 않으면 훌륭한 맛인데 같은 여러 생각을 섞으며 먹었다. 짜장면은 괜찮은 수준이었고, 배추나 무 절임은 맛있었다.


도로변에 세워두었던 차를 돌려 나가려는데 보게된 현수막. 많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차를 돌려 간 곳은 군산오름. 오름의 중턱까지 차를 갖고 올라갈 수 있는데, 좁은 일차선 도로라 마주오는 차를 만날 땐 고생좀했다.


오름엔 처음 올라본 것 같다. 조금만 더 가면 된다.


오름에 올라서는 여러가지 생각이 떠올랐는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생각보다 뷰가 너무 멋지다는 것. 왼편으로는 중문이 보이고,


오른편으론 산방산이,


뒷편으론 한라산이 보이는 근사한 솟음이었다.


다른 오름들도 슬쩍슬쩍 보이는데, 제주의 지형이 한 눈에 들어오자 뭐랄까, 소름이 쫙.


그 다음 놀란 것은 식생이다. 정말 다양한 식물과, 그 높은 데서 살아가는 이름 모를 벌레들.


그 오래전부터 제주 사람들에게 한라산이 어떤 존재였나부터 한라산의 곡선이 왜 아름다운가까지 되뇌이게 만든 멋진 뷰.


오름에서 내려오니 네 시쯤. 이제 어딜가야하나 지도를 뒤적거리다 김영갑 갤러리로 냅다 달렸다. 한 시간쯤 간 것 같은데, 아뿔싸. 오늘 휴무일.ㅠㅠ 허탈했다.


땅거미가 내릴 기미가 보였다. 예전같았으면 화가 났을 것 같은데, 정말 허탈한 웃음이 먼저 났다. 여기까지 달려오는 산길이 아름다워서였을까나?

이른 저녁이나 먹을까란 마음으로 성산 남양식당에 전화를 걸었다. 두 번 방문했을 때 모두 만족스러운 식사였기에 분명 이번에도 일거란 생각에. 하지만 남양식당도 오늘 제사가 있어 문을 닫으셨단다ㅠ


대신 멋진 카페나 갈까란 생각으로 표선에 내려왔다.


아흑. 가려던 카페도 문을 닫았다.


이렇게 된 이상 다시 저녁각이다! 표선수산마트에서 고등어 한마리를 테이크아웃했다.


한치도 괜찮아보였지만 어제 물회로 먹었으니 오늘은 스킾.


표선에서 호텔로 돌아가는 길, 하나로마트에 들렀다.


어제 맛본 위트에일이 맛있어 몇 캔 더 샀다. 귤이랑, 회를 싸먹을 깻잎이랑 맛김치, 운전할 때 씹을 껌같은 걸 샀다. 깻잎은 40g부터 가격표가 나온다는데 아무리 담아와도 40g이 안넘었다. 혼자 먹을 양보다 무리해서 가져갔더니 딱 40g. 가격은 320원. 고작 몇백원으로 이모님을 괴롭힌 것같아 죄송했다.


제주 곳곳엔 선거의 잔재가 남아있다. 지금 한국 어딜가도 비슷하겠지 뭐.


어제부터 자꾸 네비가 추천하는 길인데, 자꾸 당해버렸다. 서귀포 시내에 있는 시골길인데 일차선이라 다른 차를 만날까 조마조마했지만 오솔길처럼 아름다운 모습에 사실은 기쁜 마음이 더 컸다.


호텔이 혁신도시! 에 있기에 나는 직진. 4차산업혁명하고 어울리는 이름이다.


호텔에 돌아왔는데 아직 해가지지 않았다. 얼른 옥상 가든으로 올라가 석양을 구경하기로.


아일랜드뷰 아파트구나.


뒤로는 한라산이. 구름이 걷혔다.


저녁이되니 어선들이 하나둘 불을 켜고 나간게 보였다.


오늘 서핑의 결과. 살구 앞발처럼 타버렸다.


고소한 저녁이었다. 내일 한 번 더 사다먹을까 고민할 정도로 맛있었다.


어제 남은 바게트와 함께 먹으니 더 꿀맛이었다. 유럽에선 청어 샌드위치를 입에도 못댔는데, 왠지 이제는 잘 먹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내일 발표 준비를 해야지.. 해야지.. 말을 하다 그대로 잠들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