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1 / Jeju Island #1

정보과학회 참석차 4박 5일로 제주에 다녀왔다.

제주에서 보낸 휴가시간을 10으로 친다면 4는 운전을, 3은 독서를, 마지막 3은 일을 했다.

홀로 방문해서인지, 아님 출장이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전 제주 여행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이전엔 일부러 해안도로를 찾아다니며 바다를 옆에 두고 싶어했는데 많은 차가 다니지 않는 한라산 중턱을 달리는게 얼마나 좋던지. 한적한 도로를 달리며 여러 잡생각을 했는데, 올해의 가장 차분하고 감성적이면서도 냉정한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짧은 여행이었고 사진이 많지 않지만 5개의 글로 쪼개 쓰는 것은 그 때의 감정이나 생각을 좀 더 담고싶어서이다.

기대하지 않았던 여행에서 얻은 뜻밖의 즐거움에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는 아쉬움보다는 뿌듯함이 컸다.



청주에서 제주행 비행기를 탔다. 승희와 영훈오빠가 말해준대로 대구에서 타면 더 편하다는 걸 비행기를 끊기 전에 들었더라면 청주에서 탔을지, 대구에서 탔을지 모르겠다. 비행시 시간이 애매해 버스 대신 차를 끌고 갔기에 불편함은 없었다. 가끔 제주에서 주차장에 두고온 K3가 문득문득 떠오르는 불안함을 빼고선.


제주에 도착했다. 눈이 많이오던 날 가족 여행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부슬부슬 내리던 비는 점점 폭우로 변해갔다. 인생 첫 렌트카는 신형 모닝. 처음엔 불편했는데, 마지막 날은 정이들었는지 아쉬움이 남았다.


무계획 여행이었기에, 비행기 안에서 어딜 가야하나 고민하며 미리 도서관에서 빌려간 책 두 권을 훑었다. 가장 큰 문제는 별로 가고 싶은 곳이 없었단 것이다. 다만, 동쪽은 충분히 봤다 생각했기에, 이번엔 서쪽을 돌아볼까? 그 정도가 전부였다. 비행기에서의 계획과는 전혀 다르게, 차를 몰아간 곳은 비자림이다. 왠지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 날엔 숲을 걸어야 할 것 같았다.


넘어오는 비행기에서 제주의 5월을 가득채운 꽃은 수국이라는 글을 읽었는데 정말 여행다니는 내내 많은 수국을 만났다. 수국의 꽃은 꽤나 무거워보이는데, 어떻게 줄기가 버티고 서있지? 궁금해졌다.


입장 마감 한 시간 전에 도착했더니 대부분 돌아 나오고 있었다. 우비를 사야할까? 고민했지만 비맞으면 시원하지뭐! 란 생각에 우산만 쓰고 냅다 들어갔다.


비자나무를 처음본 것 같다. 이전에 봤다하더라도, 비자나무임을 인식하고 본 것은 처음임이 분명하다. 허준이었던가, 대장금이었을까. “‘비자’를 탔습니다.” 의 비자란다.


벌레를 싫어하기 때문에, 숲과 산에 흥미가 없다. 하지만 비오는 숲이라면 또 다시 들어갈 것 같다. 짜요의 인스타그램이 이렇게 효과를 보나? 덕분에 극복한 느낌. 고마워 짜~!


폭우가 내리는데다 마감시간도 다 되어 사람이 거의 없었다. 나무의 결을 오롯이 느끼며 걸을 수 있었다.


싱그러움이 온 사방에 퍼져있어 걷는 내내 여행의 시작이 좋단 생각을 했다. 대신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왔을 때, 흙투성이가 되어있었지만ㅎㅎ


공항에선 비가오는 쌀쌀한 날씨였기에 저녁으론 따뜻한 탕류를 먹는게 좋을 것 같다 생각했지만 비자림을 다녀오니 정말 딱! 물회각이었다. 차를 몰고 서귀포로 넘어가 공천포식당에 갔다.


원래는 일곱시반까지 하신다는데, 오늘은 사정상 여섯시까지만 영업하신다고했다. 도착이 5:55 였는데 얼른 먹겠다고 부탁드리고선 한치전복물회를 시켰다. 바닷바람을 해결하기위해 올려놓은 현무암이 재밌어서 한 컷.


드디어 나왔다. 나는 초장물회를 극혐하는 완전 된장물회파인탓에 정말 무척 맛있게 먹었다. 옥포에서 먹던 물회집 사장님도 제주출신이었던걸까? 비슷한 맛에, 그 때 점심 회식들이 생각났다.


정말 뚝딱 해치우고선 서귀포 시내로 넘어갔다. 호텔로 돌아가기 전 서귀포 올레시장에 잠시 들렀다.


사람이 정말 많다. 많은 가게가 사라지고, 또 생겼다. 그리고 완전한 관광지구나란 생각에 또 방문하진 않았다.


이름이 재밌어서ㅎㅎ


여기까지 온 김에 호텔에 가서 먹을 주전부리를 사고싶었다. 제주 위트 에일이라는 제주맥주가 새로 나왔기에 하나 샀다. 안주로는 마땅한게 없어서 보리빵을 하나 샀다. 절반은 돌아다니며 먹었다.


결국 호텔 건너편 편의점에서 막걸리와 과자를 좀 샀고, (샀지만 나~중에서야 먹었다. 이젠 술이나 과자가 별로 당기지 않고…) 호텔 일층 카페에서 파는 바게트가 너무 맛있어보여 사왔다. 바게트 안주에 맥주를 뚝딱했다. 위트에일은 꽤나 맛이 괜찮아 여행 내내 하루 일 잔씩 해치웠다. 운전을 하지 않는 여행이었다면 공장도 들렀을텐데. 다음기회에.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일정이 있어 얼른 잠들어야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대전에서 10분정도 보고온 버닝이 생각나 결국 끝까지 다 보고서 새벽에야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