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4 아타미

오늘은 아타미에 다녀왔다. 신칸센을 탈까 하다가, 로컬을 타고 다녀왔다. 100분정도 걸렸다. 당시엔 더 완행이었을텐데, 부모님을 아타미로 보내버린 시게가 얼마나 불효녀였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기누가와처럼 귀신이 출몰할 것 같은 오래된 온천여관이 즐비한 도시일거라 상상하고 갔는데, 생각보다 멀끔하고 힐리한 바닷가 온천 마을이었다.

하코네와 후지산이 가까우니, 어쩌면 보이겠다? 싶었는데 아타미를 둘러싼 산맥들이 두터워 아타미행 열차에서 잠깐 보곤 그 뒤론 구경도 못했다. 그마저도 만년설 봉우리만이었다.

지난 며칠동안보단 8천보에 이른 시간이 늦었다. 오후내 보낸 온천욕때문인지 몸과 마음이 다듬어진 느낌이랄까.



우에노발 10:31 Rapid ACTY 를 타고가기로. 아침에 여유를 부려 우에노공원 산책을 했다. 동경예대 캠퍼스는 처음이다.


동경국립박물관은 오늘 휴관.


국립과학박물관도 오늘 휴관. 사실 여기때문에 우에노 공원 산책을 했다. 리갈하이 성지순례랄까..


아주 과학박물관을 용케도 법원으로 잘 꾸몄었구나.


내가 좋아하는 국립서양미술관도 오늘 휴관.


이번 여행에서 낮의 스카이트리는 처음이구나.


우에노역 입성.


아타미행 탑승 준비 완료!


편의점에서 커피를 사왔다. 100분동안 바깥구경하며 여유를 즐겨야지 싶은 생각이었는데 막상 구경하다보니 100분이 금방 가버렸다.


열차 도착. 일부러 관광객이 적을 월요일로 골라 간건데도 꽤나 많은 사람들이 아타미행에 탑승했고, 아타미에서 내렸다.


열차 내부는 다행이도 일렬로 정렬된 좌석이 아니었다. 정면을 바라보며 넓게 앉았지만, 금세 열차가 꽉찼다.


한 시간정도 지나 오후나에 도착. 어제 왔던 길을 반복해 또 오고야 말았다. 오후나에 있었다는 쇼치쿠 영화사가 떠올랐다. 도쿄에 거주하는 영화사 직원들은 이렇게 출근했을까.


어느순간부터 해안선을 따라 달리기 시작한다. 반대편에는 하다노가 펼쳐졌다. ZARD가 생각나버렸다.


아타미에 도착할 것 같은 각이다!


아타미역에 도착.


온천 전에 관광을 하려해서, 한 정거장 더 가기로. 너무 관광열차처럼 생겼는데 저 기차가 로컬트레인이란다.


다들 어디까지 가시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만석이었다. 특히나 창가쪽으로 정렬된 좌석들 앞엔 테이블이 있어 모두들 파티중이셨다.


저게 바로 긴메다이, 금목어구나!


그러고보니 열차 밖도 긴메다이 천지였네. 오늘 점심으로는 꼭 긴메다이를 먹기로 다짐하며.


기노미야역에 내렸다.


기노미야 신사로 걸어가는 길.


표지판 하코네, 그리고 말잇못인가..


신사 입구. 개인적으로는 일본 사찰은 들려도 웬만하면 신사엔 가진 않는데, 여기에서 꼭 구경할 것이 있다해 들렀다.


신사 본당.


바로 이 2000년되었다는 나무때문! 신사 초입에서 가져온 굉장히 잘 정리된 가이드맵에 따르면 이 신사엔 무척 많은 나무와 무성한 양치식물이 가득했는데 어떤 사건으로 소송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대부분의 나무를 베었다한다. 이 나무도 커팅될 처지에 놓여있었는데, 톱을 대는 순간 흰수염의 할아버지가 나타나 톱을 두동강냈다 한다. 신의 계시라 믿은 사람들은 이 나무는 자르지 않기로 했단다.


나무를 빙 둘러보는데, 그 오래된 거대함과 생명력에 놀랐다. 아직 새 잎이 푸르게 나고있다. 뭐랄까.. 공룡을 보는 느낌이랄까. 나와 동시대에 놓여있다는 것이 실감이 잘 나지 않을 정도로.


신사의 가이드맵도 잘 되어있었고, 셀카대도 무척 잘 되어있어서 카메라를 편히 올리고 찍었다.


간결한 방향 지시.


기노미야에서 바닷가를 향해 걸어내려갔다. 저 멀리보이는 아타미성이 보인다. 이따 올라갈 예정. 원래 있던 성이 아니라 박물관용으로 1959년에 지었다한다.


고주의오네가이시마스!


주택가를 내려가다, 아타미 시내에 입성.


키운카쿠로 향했다. 누군가 아타미에 가면 꼭 여길 가보라고 했는데 으.. 정말 감사하단 말을 전하고 싶었다. 너무 좋았다~!

처음 1919년에 개인의 저택으로 지어졌다가 1947년부터 1999년까지 료칸으로 운영되었고 이후엔 시가 매입해 문화 유산으로 운영중.


일단 무척 큰 부지다. 그 부지를 삥 둘러싼 형태로 건물이 놓여있고 모두 연결되어 있다. 부지 가운데엔 일본식 정원이 넓게 형성되어 있다. 건물을 한바퀴 삥 도는 식으로 관광 시작.


첫 방에 들어서자마자 으~ 햇살과 초록과 나무결 그리고 방에서 풍기는 향내음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정원의 한 켠.


2층에도 오를 수 있었다. 으.. 여기서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어머님들은 다다미에 앉아 하하호호 담소중.


이전에 이 방은 뭐로 썼으려나?


다음 건물로 넘어왔다. 서양식 인테리어가 펼쳐진다.


방금까지 있던 건물을 바라보고선.


기둥, 대들보, 서까래 나무 어느 하나 같은 것이 없다. 모서리가 모두 둥글게 작업되어있다.


딱 차 한 잔 할 각인데…


한 층 아래로 내려왔다. 처음엔 지하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오른쪽 방들이, 료칸에서 객실로 사용되던 곳들.


이런 뷰에, 저런 쇼파와 방 구조는 사기얏!! 이 료칸엔 많은 문인들이 머물며 작품을 쓴 것으로 유명하다던데 이런데서 글을 못썼으면 그건 직무유기란 생각을 계속 했다.


나도 쇼파에 앉아 느긋하게(?) 즐겼다.


이 료칸에 머물렀다는 문인중 유일하게 아는 한 사람! 다자이 오사무도 왔었다니~! 뭘 쓰고 갔는지는 모르겠다.


오즈 야스지로식 다다미샷을 찍어보려 했는데 무리무리.


로마탕도 있었다.


별채에 갔다. 창문열고 방에 앉으면 바람이 솔솔 불어댈 것 같다.


다 구경을 하고 발견한 표지판. 두둥. 입장료 맹점이 있나보다.


신발을 갈아신고 정원을 산책했다.


이 정원에서 가장 큰 암석인데 이 돌을 운반하는 사진이 갤러리에 걸려 있었다.


한적하다. 일본식 정원은 별론데, 여긴 왜 그나마 괜찮았을까?


산책을 마치고 다시 길을 나섰다.


저 멀리 보이는 산을 올라야한다.


오르다 중간에 멈췄다. 걸어서는 아타미성에 갈 수 없었다. 터널을 지나야 하는데, 도로는 뚫려있지만 매연을 가로지르고 싶진 않았다. 게다가 중턱에서 바라보는 아타미 뷰도 괜찮았다.


요트가 정박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덕분에 신식 해안 도시같아 보인다.


온천 여관의 뜨거운 물의 비밀.


후지산대신 시로산 이와토산을 맘껏 구경했다.


아타미 성엔 오르지 못한채.. ㅂ2ㅂ2.. 로프웨이를 탈까도 싶었지만, 그 정도로 보고싶진 않아서..


해안가에 내려와 음악을 들으려고 보니 아.. 또 이어팁 잃어버림ㅠㅠ흑흑..


해안가를 따라 걸었다.


이따 당일 온천을 가려는 미쿠라스~! 8층 야외 테라스가 여성 전용 야외 온천, 13층 야외 테라스가 남성 전용 야외 온천.


아타미 비치엔 꽤나 많은 사람들이 물놀이 중.


물이 그리 차진 않아서 할 만 하겠더라.


나는 발만 담궜다.


나중에 온천에서 바라보니 해안가의 파도가 정말 기다란 일자로 넘어오더라. 가까이서 볼 땐 몰랐는데, 멀리서보니 그랬다. 인생의 무언가가 잠깐 스쳐지나간 느낌.


아타미에 오고싶었던 가장 큰 이유중 하나는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동경이야기에 아타미가 등장했던 까닭인데 아주 짧게 나오지만 이상하게도 그 장면이 뇌리속에 오래 남았다. 교환학생 시절에 와보려 했지만 늦잠으로 실패.


장면도 맞춰봤다. 영화 속에 등장한 둑은 없어진건지, 다른쪽인건지 찾지 못했다.


어느 료칸에서 찍은 건지 이건 정말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처음 동경이야기를 봤을 땐 하라 세츠코에 빠져버렸지만 다시 볼 때는 전반적인 내러티브에 감탄하고야 만다.


아, 그러고보니 아타미는 한국에 ‘이수일과 심순애’ 로 번안된 금색야차의 배경. 해안가에 동상이 서있다. 김중배의 다이아몬드가 그렇게도 탐이나더냐가 귓가를 울린다.


아타미 역쪽으로 걸어 올랐다. 일부러 점심시간을 피해가는 음식점, 고바야시가 아케이드 안에 있다.


긴메다이 정식과 생맥을 시켰다.


식전에 나온 꼴뚜기 절임인데 이거 완전 간장게장맛!


채소 찜은 무척 맛있었다. 특히 토란… 아 토란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한국에서 토란을 만나면 한 번 해먹을 것 같다.


드디어 나온 긴메다이 히모노 구이. 말린 금목어를 바삭하게 구운 것인데 바로 뜯어먹으려 하니


이모님이 오셔서, 뒤집어 먹어야한다고. 냉큼 뒤집어서 1/4은 그냥 먹고, 1/4은 레몬뿌려먹고, 1/4은 오로시와 먹고, 1/4는 레몬을 뿌려 오로시와 함께 먹었다. 흰 쌀밥과 게된장국이 나왔는데 정말 밥도둑이었다. 짤 거라 생각했는데, 간을 엄청 살살한건지 원래 싱겁게 먹는 내 입맛에 딱 좋은 구이가 되어있었다. 이번 일본에 와서 처음으로 ‘아 여긴 가족이랑 와야겠다’ 라는 박명수의 말을 입밖으로 내뱉었다.


밥을 맛있게 뚝딱하고 우체국에 들렀다. 온천을 마치고 오면 우체국이 닫혀있을 것 같아 우표를 먼저 샀다.


다시 아타미 해변으로 내려갔다.


입욕 가능하답니다~!


미쿠라스 당일 온천은 다른 여관보다 비싸지만 그만한 값어치가 있었던 것 같다.


내부는 촬영 금지라 홈페이지 사진으로 갈음한다. 썬베드에 발받침이 없었던 것만 빼고는 완전 똑같다~! 아타미 해변을 실컷 보며 자다가 물에 들어가있다를 반복했다. mp3는 반입할 수 있대서 음악을 들으며 즐겼더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실컷 즐기다가 더이상 물에 들어가있음 안 될 것 같아 씻고 나왔다. 로비에서 직원분이 한국어로 한국분이시냐 물어 깜짝 놀랐다. 아까 체크인할 때 나를 보셨다한다. 워홀로 오셨고 10월에 귀국하신다는데, 화이팅하시길~! 로비 샵에서 엽서를 샀다.


땅거미가 지는 아타미.


주점에서 아타미 치비루를 한 병 사와 가게앞 벤치에서 마셨다. 바이젠, 필스너, 페일에일, 레드에일이 있었는데 고민하다 바이젠을 골랐다.


해질무렵 온천 후 맥주는 완벽한 조합! (사실 우유를 마시려 했는데 우유가 없어 맥주를 마셨다?!)


아케이드의 샵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다른 아케이드도 마찬가지.


옛 아타미의 모습이 궁금하다.


저 아저씨가 아타미의 마스코트라한다. 계속 보니 귀엽다.


리모델링했다는 아타미역. 진짜 삐까뻔쩍하다.


아타미 역 앞에 두 아케이드는 나란히 놓여있다.


아타미에서 한국에 가져갈 오미야게를 샀다.


100분을 달려 우에노역에 왔다. 야근을 마친 사람들이 요코하마부터 타기 시작해 기차는 풀방이 되었다.


늦은 저녁을 먹으러 우에노를 걸었다.


기차를 타고오면서부터 오늘 저녁은 야끼도리로 못을 박았다. 어느집으로 갈까 고민했다. 1. 사람이 덜 붐볐음 좋겠다. 2. 호텔에서 몇 정거장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 3. 토리가와를 팔아야 한다. 를 적용하니 딱 한 집이 남았다. 본의 아니게 백종원 스트리트 푸드파이터에 나온 분라쿠에 갔다. 1)은 포기였다.

탄, 토리가와, 그리고 호루몬을 젠부 시오로 먹었다. 다른 것보다도 호루몬이 무척 맛있었다.


타레도 먹고싶어 추가 주문을 넣으려 했는데, 야끼류는 마감했단다. 다 먹고 나와 한 컷. 우에노는 여전히 사람이 무척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