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

지지난주 주말 부다페스트에서 한창 잘 쉬고 있는데 정말 갑작스레 아무 이유도 없이 피렌체에 가고싶어졌다. 칼도 생각난 김에 빼야할 것 같아서 바로 돌아오는 주말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미 비행기표는 너무 비싸져 있었고, 버스표를 알아보니 갈만했다. 대신 편도 14시간이 넘는 시간을 감수해야만 했다.

다녀온 뒤에 느낌을 말하자면, 누구나 이런 소감을 말한다던데 생각했던 것보다 대도시라 다들 놀랐다고. 일단 너무나도 관광지다. 너무나도 관광지라 관광객밖에 없다. 심지어 유럽인 아시아인 미국인 할 것 없이 관광객도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그것들을 다 감내하고서라도 피렌체에 방문할 이유를 찾아야한다면 그것은 피렌체가 르네상스의 꽃도시이기 때문일 것이다. 역시 메디치 가문은 메디치 가문이더라. 교과서에서 본 르네상스 그림은 거의 모두 우피치 미술관에 있었다. 특히나 치마부이, 지오토, 두치오의 Madonna 를 한 룸에서 볼거라고는 상상도 안했는데 그 상상이 우피치 미술관에서 현실이 됐달까나.

여튼 피렌체가 특유의 아련한 이미지로 이미지 마케팅이 잘 된 것도 사실이나 그 기반엔 선조들의 화려한 나날들이 있었기에 가능할터. 그래도 본인들의 노력보다 선조들이 남겨놓은 것들로 비싼체 구는 피렌체를 보고있자면 배가 아픈 것은 사실!



20:30 피렌체행 버스 탑승 전. 베네치아를 비롯한 몇개의 도시를 경유해서 그런가. 무려 만원 버스였다… 도착은 다음날 10:30. 한숨 푹 잘 요령으로 아이패드에 영화를 듬뿍 담아갔다.


피렌체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간 곳은 두오모. 저 두오모 쿠폴라(돔)가 일요일엔 닫는단 정보를 얻었기에 오늘 아님 못본다는 일념으로 부지런히!


그 전에 일단 성당 내부 구경을 먼저 했다. 돔 안쪽에 빼곡히 그려진 천지창조가 글쎄, 화려하긴 화려한데 왠지 모르게 수수하게 느껴졌다.


엄청 긴 줄을 기다린 후 티켓을 사서 먼저 종탑에 오르는 길. 아 사진만봐도 힘들다 힘들어.


종탑 중간에서 찍은 두오모.


자. 드디어 종탑 꼭대기! 저기 보이는 두오모 쿠폴라(돔) 꼭대기가 여기보다 더 높구나. 이걸 다시 걸어 내려가서, 저길 다시 걸어 올라가야 한단말이지..


피렌체 두오모의 수수화려함에 정말 깜짝 놀랐다. 백색의 밀라노 두오모와 달리 초록, 분홍, 흰색으로 가득한 벽인데 멀리서보며 어떻게 저 색을 맞췄을까 궁금했다. 색이 다른 대리석을 쪼개 넣었을까 하기엔 그 양과 디테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가까이서 봤는데, 정말 일일이 박아 넣었더라. 하.. 이걸 언제 다 쪼개서 박아 넣었을까 참 대단들 하다.


두오모에 올라가는 길. 종탑과 달리 중간중간 쉴 곳이 없다! 다이렉트로 사백몇십개단을 수행하듯 쭉…


자 드디어 두오모 쿠폴라 꼭대기에서! 오른편에 보이는 종탑이 방금까지 서있던 곳.


이 돔을 지을 때 구조역학이 없었는데 브루넬레스키가 돔을 어쩌고 저쩌고 라 한다.


멀리서보면 단조로와 보이지만 정말 디테일들이 어우 예술이다.


피렌체에 오기전 기대했던 것들 중 또 하나는 이 lampredotto, 곱창버거 이다. 유럽에서 한번도 곱창을 못 먹었는데 피렌체에서 먹게될 줄이야. 맛은. 음. 왜 이 맛있는 곱창을 이렇게 수육처럼 해서 먹는걸까.


발걸음을 옮겨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갔다. 내부에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 사진을 못찍었지만 사실 이 미술관에서 나의 베스트는 잠볼로냐의 rape of sabines이다.


이 데이빗은, 공부 열심히 했던 그 내용 그대로 생겼더라.


사비니 여인의 겁탈은 결국 찍지 못하고 엽서로 대신.. 흑.. 이 조각을 보는 내내 영화 까미유 끌로델 속 꼬마의 대사가 생각났다. 이 돌덩이 안에 이 사람들이 있는 걸 어떻게 알았냐는 그 대사!


당연히 메디치 궁전에도 갔다. 사실 내가 공부하면서 상상했던 건물은 뭐랄까… 그럴리는 없겠지만 목조건물같은 느낌의 형태였는데 실제로 보니 완전한 돌덩이에 겁내 단단해 보이는 궁전 아닌 궁전이었다.


다시 두오모 앞을 지나며 한 컷. 굉장히 화려한데, 뭐랄까 이건 정말 화려해! 라고 말할 수 없게 만드는 오묘한 수수함이 있다.


시뇨리아 광장의 베키오 궁전과 유명한 조각의 복제품들이 놓인 화랑.


아까 아카데미아에서 못 찍은 사비니 여인의 겁탈이 있길래 촬칵~


영화 향수의 배경이 되었다는 베키오교.


겉에서 본 것보다 다리 위를 걷다보면, 아 그래. 향수 같긴 하네 생각이 들긴 한다.


아오 이 피렌체 물가때문에 정말. 부다페스트였으면 한 삼천원정도 할 젤라또가 무려 만원이다ㅋㅋ 아니 여기가 스위스도 아니고 북유럽도 아니고ㅋㅋ 이탈리아주제에 젤라또가 만원이라니


돌아다닐 때마다 눈독을 들이다가 적정 가격과 퀄리티가 있는 사비니 여인의 겁탈 조각상을 결국 샀다! 하하하하


강 건너의 피티 궁전. 피티가가 메디치가보다 더 크고 좋은 걸 지어달라 브루넬레스키에게 부탁했지만 브루넬레스키도 죽고 피티도 몰락하고 해서 다시 메디치가 역 구입한 슬픈 역사의 궁전.


해질 무렵이 되어 미켈란젤로 언덕으로 옮겼다. 여기서 보는 석양이 끝내준다길래. 이미 사람들도 많더라.


뭐 석양 자체는 그닥. 피렌체에서 이만큼 나오는 자리가 여기말고는 없는거겠지 흑..


석양을 기다리면서 무료할 것 같아 맥주도 한 캔 사갔었다. 기다리면서 마시는데 옆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눈치가 마구 느껴졌다. 푸하하


자 드디어 해가 지고. 석양을 거의 봤으니 내려갈 때가 된 듯 하다.


피렌체에서 피자를 제일 맛있게 한다는 집을 찾아갔다. 7시에 문을 여는데, 사람들이 7시 이전부터 줄을 서있다가 7시 땡과 동시에 물밀듯 들어가서 주문을 하기 시작했다. 나 역시 앞자리에 서서 일찍 주문할 수 있었다 하하하 리코타 살라미 피자를 먹었는데 우와. 리코타 치즈가 정말 맛있었다.


다음날. 혼잡을 피하기 위해 아침 8시부터 우피치 미술관에 갔다. 역시나 예약안하고도 빠르게 입장했다 훗. 우피치 미술관 역시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는데 다른건 다 참아도 이 램브란트만큼은 꼭 찍어야해서 몰래 찍었다. 알겠지만… 램브란트 인증샷 수집중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좋아하는 자화상인 엑상프로방스의 램브란트는 못찍어왔지만..

여튼 우피치 미술관엔 이것 말고도 카라바조의 그 유명한 작품들이 있는데 실제로 본 카라바조의 유디트는 생각만큼 섬뜩하지 않았다.

메디치가의 초상화들도 있는데, 우와. 그 시기에 그런 초상화라니. 정말 흠뻑 빠졌다.


자리를 옮겨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으로. 두오모에 있는 것들은 짜가고 여기 전시된게 진짜올시다 의 박물관이다. 특히나 대리석 조각들이 어떻게 만들어진건지 너무 궁금했는데 그 불가사의들이 어느정도 풀린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지금 예배당에 달려 있는 문은 짜가이고 여기에 전시된 이 천국의 문이 진짜 천국의 문이란다. 각 섹션마다 그려진 성경 이야기가 달라 그 의미를 유추하는 맛이 있고 특히나 가까이서 보면 엄청 입체적으로 인물이 튀어나와있어 보는 맛이 일품.


어제 길거리 음식을 한 번 사먹었으니 오늘 또 사먹으려 다짐한 것은 소 위로 만든 파니니! 어제 곱창은 말 그대로 수육이었는데 오늘 내장은 양념이 되있어서 더 감칠맛이. 피렌체에 와서 내장파티라니 흑흑


산타 크로체 성당 앞 광장. 일요일 낮부터 열심히 일하는 할아버지.


시간이 좀 남아서 두오모 주변을 어슬렁 거렸다. 두오모 보고 싶어 온건데 두오모 실컷 보다 가야지.


암튼 이렇게 피렌체 여행이 끝났다. 아마도 피렌체에 다시 갈 일은 전혀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