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스고 / Glasgow

여행 둘째날 밤 버스를 타고 글래스고로 향했다. 사실 글래스고는 어떤 도시일까 상상이 잘 가지 않았다. 막연하게나마 조그만 타운이고 사람들이 소소하게 살아가는 아기자기한 도시이겠거니 생각했었는데, 이게 웬걸. 겁내 큰 도시였다.

아마도 이번 영국 여행에서 다닌 도시들 중 가장 살고 싶은 곳은 어디인가? 라는 질문의 답으로 가장 적절한 도시가 아닌가 싶다.

여튼, 글래스고는 너무너무 좋았으나 날씨는 썪었다. 원래 이런지는 모르겠으나 아침에는 폭풍우가 쏟아져 우산조차 쓸 수 없는 정도이다가도 금세 비가 그치고 쨍쨍한 날씨를 유지하다 갑자기 또 다시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비가 퍼 붓곤했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우산을 갖고다니거나, 있어도 쓰기를 피곤해하나 싶더라. 나조차도 웬만한 빗방울엔 우산을 잘 꺼내지 않았으니 말이다.

글래스고가 좋았던 이유중 하나는, 건축가 매킨토시 때문이다. 디자이너이자 화가이며 건축가인 그는 글래스고 곳곳에 아름다운 건축물들을 남겼는데, 그 흔적들을 따라가는게 꽤나 흥미있었다.



밤에 도착한 글래스고의 풍경. 터미널 앞에 거대한 영화관이 떡하니 서있는데 정말 놀랐다. 정말 상상조차 하지 못한 풍경이었다.


다음날 아침 비가 부슬부슬오더니 폭풍우가 치기 직전의 거리.


숙소가 근처에 있어, 권박사차장님이 다니셨다던 스트라스클라이드 대학교를 구경가려 했으나 하… 비가… 정문까지 갔다가 그냥 돌아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냥 비를 피하고 멍하니 서있기엔 시간이 아까워 얼른 자리를 옮겨 GoMA 로 향했다. GoMA 는 gallery of modern art 의 줄임말이다.


내부가 생각보다 꽤나 아름다워 놀랐으며, 한국 화가의 작품이 걸려있어서 놀랐다. 1900년대 중반의 판화들이었는데, 뭐…


개인적으로 꽤나 맘에 들었던 작품. 캔버스의 천을 반투명한 흰 천으로 해놓고 아주 작게 눈에 쌓인 집을 그려놓았다. 정말로 온 세상에 눈이 내린 것만 같았다.


그리고 전 작품이 맘에드는 화가를 만났다. Ian Hamilton Finlay 라는 시인이자 화가인데 간결한 그림들이 어우 마음을 흔들었다.


미술관 구경을 다하고 밖을 보니 헐. 그 쏟아지던 비가 그치고 해가 비추기 시작한다. 어쩜이래..


미술관에서 나와 매킨토시가 지었다는 유명한 건물인 라이트하우스로 걸어갔다. 라이트하우스로 걸어가는 골목길. 전광판이 이쁘게 걸려있다.


요것이 바로 라이트 하우스!


라이트하우스 4층에서 바라본 라이트하우스의 탑.


정말 라이트하우스는 귀엽고도 기발한 디자인이 가득했는데 특히나 저 화장실 표시에 숨죽여 웃었다.


탑으로 올라가는 길.


탑에 오르면 글래스고의 파노라마 전경을 볼 수 있다. 아! 어떻게 비가 왔던게지 이 날씨에서!


라이트 하우스 1층 디자인 샵에선 정말로 사고싶은게 많았는데, 그 중 가장 사고싶던 치수가 표시된 도마! 이것만 있다면 야채 절단은 끝을 보는건데 윽!


점심을 먹으러, 글래스고에서 가장 맛있게 피쉬앤 칩스를 만든다는 집에 갔다. 아. 정말 그 맛에 깜짝 놀랐다. 여태까지 살면서 먹었던 피쉬 앤 칩스를 다 모아논 것보다 맛있었다. 좋은 고기와 감자를 쓰고, 적당히 맛있는 소스까지 내놓으면 피쉬앤칩스도 정말 요리가 되는구나.


밥을 다 먹고 매킨토시가 지었다는 glasgow school of art 로 향했다. 안타깝게도 내부는 가이드투어만 가능한데, 시간이 맞질 않아 간단하게 미술관만 구경하고 나왔다.


내부는 목조로 되어있었는데, 복도마다 거대한 조각이 빼곡하고 서있는 모습을 보니 괜시리 미술품을 바라보는 마음이 경건해졌다.


시내에서 좀 떨어진 west end 로 슬슬 걸어갔다. 켈빈그로브 박물관을 보기 위해서다.


사실 램브란트의 그림이 있다해서 간 거지 별 생각 없었는데 이번 여행에서 들렸던 박물관 중 가장 흥미로웠다.


그 이유는 교육적인 박물관이 어때야하는가에 대해 박물관 스스로 충실히 알고있었기 때문이다.

명화를 이렇게 인터랙티브하게 걸어놓았다. 아이가 그림을 보고, 그들의 대화를 추측해서 그림 아래있는 패드에 대사를 입력하면 명화에 연결된 스크린에 아이가 쓴 대사가 표시된다.


갑옷같은 경우도 우리나라는 유리 안에 전시해놨을텐데 여긴 직접 마네킹에 걸어놓았다. 말 안장과 말 장신구도 말 모형에 다 걸어놓았다. 25살인 나조차도 눈이 휘둥그레졌는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칼이나 총, 방패도 모형에 모두 걸어놓았다. 어우 기발해.


이 박물관에서 가장 좋았던 그림은,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 이런 구도의 예수는 상상해보지 못했었는데.


사실 이 박물관은 그 규모와 범주가 굉장히 큰데 명화에서부터 매킨토시의 디자인 아이템들도 있으며 동물의 박제부터 비행기까지 모두 전시되어 있었다.


이렇게 날 잡아먹을 듯한 조각은 처음본다.


박물관 구경을 마치고 나와 박물관 뒤에 있는 글래스고 대학으로 슬슬 걸어가 구경을 좀 했다. 걸어가다보니 해가 졌지만.


켈빈그로브 박물관의 야경.


다시 시내로 돌아와 아까 폭풍우로 못간 스트라스클라이드 대학교를 구경했다. 사실 별 구경할게 없어서 캠퍼스를 가로질러갔다 하는게 맞는 말일 것이다. 여튼 캠퍼스를 가로질러 간 곳은 글래스고 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