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 로잔

18일 밤부터 20일 낮까지 스위스 제네바에 다녀왔다. 가기 전까진 제네바가 어디에 붙어있는지, 스위스가 어떻게 생긴건지 알지도 못했는데.

제네바는 스위스 남동쪽 끄트머리에 뿅 붙어있는 바람에 3면이 프랑스다. 실제로 제네바공항도 프랑스와 함께 사용하고 있어서 원하는 곳으로 입출국할 수 있다하는데, 난 그럴 일이 없어서.. 대중교통으로도 국경에 갈 수 있는데, 그 국경에 있는 CERN 에는 잠시 들렀다. 내부도 구경하고 싶었는데 역시나. 구경시켜줄리가 있나ㅋㅋㅋㅋㅋ

제네바는 생각보다 작은 도시였고, 예상대로 물가가 비싼 도시였다. 스위스 살라면 못 살 거 같다. 흑흑. 대신 관광객으로써 좋았던 것은, 제네바에서 숙박을 하면 제네바 교통패스를 준다. 심지어 공항에서 시내로 나올 때도 공짜다. 보통 여행을 다닐 땐 걸어다니거나 자전거를 죽기 전까지 타기때문에 여행을 다녀오면 발에 물집이 어마어마하게 잡히곤하는데 제네바에선 편하게 버스랑 트램타고 다녔다.

지금까지 돌아다니면서 회색의 나라는 단연 벨기에라 생각했는데 진한 회색의 강인한 이미지가 벨기에라면, 스위스는 뭐랄까 옅은 회색의 느낌이다. 색채도 무미건조한데, 가녀리기까지한. 물론 인터라켄이나 베른, 루체른에 다녀오면 다른 생각이 들겠지만.

제네바는 서유럽에서 가장 크다는, 여의도에 70배 크기의 거대한 호수 레만호의 끝자락에 붙어있는 바람에 마치 바다를 낀 해안도시같은 느낌이 드는데 강물이라 비린내도 안나고 강변을 산책하기 참 좋았다.

제네바 구시가지의 돌 언덕길은 운치있었으며 가을 낙엽때문에 가볍게 산책하기엔 너무나도 좋았다. 특히 이상하리만치 제네바가 인천과 너무 닮았다는 생각을 자주했는데 실제 제네바 시청사가 인천시청가는 느낌과 살짜기 비슷해서였을까.. 걷는 내내 구월동을 걷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제네바는 참, 고요했고 (관광객은 좀 있었지만), 비쌌고, 어둑어둑해질 쯤엔 살짝 무서웠고, 참.. 재미가 없었다.

고민이 됐지만 결국 일요일엔 서둘러서 기차를 타고 40분 거리의 로잔에 다녀왔다. 로잔공대도 들러보고싶었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부족해 못들렀다. 로잔 역시 살만한 도시는 아니었다.

사실 로잔을 가기로 마음 먹은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었는데, 로잔 역시 스위스 남동쪽 끄트머리에 있는 바람에 지금 이 제네바에 왔을 때 들리지 않으면, 이 로잔을 들리기 위해 제네바를 다시 와야할 판이었다. 그러긴 싫고, 한번쯤 가보고는 싶고. 그냥 가면 되지! 하기엔 제네바에서 로잔에 가는 기찻값이 꽤 비쌌다. 40분 걸리는데, 52CHF 인가… 한 왕복 6만원쯤 했다. KTX 도 아니고 말이야! 시덥잖은 기차 주제에!

또 하나의 이유는 스위스의 시골 정취를 맛보고싶어서였다. 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로잔은 도시였다.. 제네바나 로잔이나…

거기다 레만 호의 위쪽끝에 붙어있는 이 도시는 도시 자체가 산이었다.. 무슨 언덕이 이렇게 가파르고 높은지. 심지어 지하철을 타는데 케이블카 타는 줄 알았다. 로잔에 도착하자마자 가랑비가 내리더니 공항으로 돌아올때는 장마가 되어있었다.. 비오는데, 배낭 메고 언덕길을 오르락 내리락. 아. 비맞는건 좋은데 배낭에 노트북이 들어있어서 안절부절하며 돌아다녔다.



아침부터 UN, WHO, 적십자 등 여러 국제기구들의 본부에 들르기로 했다. UN 바로 앞 광장엔 이 거대한 다리 한짝 잃은 조형물이 서있는데 당시엔 몰랐는데 돌아와서 검색해보니 지뢰로 한 발을 잃은 사람을 상징한단다.


자 서둘러 UN 구경하러 뙇! 갔더니만 오늘은 투어 쉬는 날이란다 에헤라 디야~ 역시 좋은 직장이 확실하다..


바로 맞은편 적십자로 넘어갔는데 에헤라디야~ 적십자도 문 닫음ㅋ 하하하하


결국 국제기구들이 모여있는 길거리를 조깅하다 왔는데 정말 놀란건 대덕연구단지나 이 거리나 다른게 하나도 없다 아침에 대전 걷는 느낌… 차이라면 대덕연구단지엔 없는 간디 동상?


국제기구에 한 발도 못들어간 서러움을 달래고자 프랑스 국경에 접해있는 CERN으로 갔다. 그렇다 이 곳이 그 유명한 원자가속기가 있는 그 연구소다. 연구소 안엔 당연히 못들어가겠지 생각으로 개방해놓은 이 돔에만 들어갔다. 내부에서 뭐 짧은 쇼도 하고, 여러가지 기념비적인 조그만 기구들을 전시해놨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WWW 서버! 이 월드와이드웹이 CERN 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그 서버가 이렇게 작았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 옆에 이 WWW 를 개발한 박사의 상부 보고서도 아주 재밌었다.


자 자리를 이동해 구시가지로 옮겼다. 시청사 뒤의 절벽 위 공원인데 가을이 만연했다.


나폴레옹 전쟁 때 사용되었다는 대포들을 그냥 길거리에 전시해놨다. 사람들이 대포 안에 샌드위치 박아놨더라.


시청사를 내려와서 그 아래 종교개혁 기념비를 봤다. 이렇게 길고 클 줄 몰랐다. 사진이 잘려서 그렇지 이 길이 두배다. 이 기념비 맞은편, 그러니까 사진을 찍는 내가 있는 곳은 제네바 대학인데, 이렇게 작을 줄이야… 더블린 트리니티칼리지 작다고 놀렸는데, 더 작아서 놀랐다.


다시 구시가지 위 언덕으로 올라왔다. 생 피에르교회. 교회같이 안 생겼지만 교회다.


교회 안은 그럭저럭했는데, 이 교회 탑에서 보는 제네바 전경이 좋다길래 올라갔다. 아.. 사진만 봐도 힘들다. 물론, 우트렉트의 교회보단 낮지만.


짜잔. 제네바 전경이다. 호수인데도 너무 커 끝이 안보이다보니, 마치 통영보는 느낌.


구시가지를 내려와서 상점가를 거닐다가 대형 토이샵이 있어서 들어갔다. 아 드디어 구했다 우디 피규어! 여행다닐때마다 이렇게 서있는 조그만 우디를 사고싶었는데 파는 데가 없어서 구하질 못했는데. 그 니모를 찾아서의 파란 물고기도 있었는데, 그래서 짜요 생각이 났는데, 이 10cm 도 안되는 피규어가 만원정도해서 그냥 내꺼만 샀다. 미안 짜요.


레만호 호안가에 있는 영국공원. 이 시계때문에 또 한번 인천의 기시감을 느꼈는데 이거 마치 부평구청에 서있는 시계 같지 않나? 583타고 부평구청 앞에서 신호 대기하면 매일 보는게 이거였는데. 쩝.


영국공원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동상을 봤다. 다정하게 어깨동무를 하고있는 동상이었다. 두 사람이 너무 다정해보여서 울컥했다. 제네바가 스위스 연방에 가입한 걸 기념하는 기념비라한다.


영국 공원의 호안가에서.


론강과 호안가가 만나는 다리 근방의 산책로는 제네바에서 가장 좋은 곳 중 하나였다. 마치 베니스에 온 것 마냥 청록빛 강물에 감격.


호안가를 걸어 도착한 Bains des paquis. 이 부두 끝자락에 있는 커다란 포장마차느낌의 레스토랑의 퐁듀가 맛있다길래 갔더만, 헉.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심지어 나 스위스프랑도 없는데… 눈물을 머금으며 그냥 구경만했다.


이 부두 느낌이 너무너무 좋았는데, 나중에 와서 검색해보니 제네바 시민들의 휴식처라고한다. 어쩐지.. 제네바 사람 다 여기와있는거같더라니.. 실제로 날이 조금 쌀쌀한데도 사람들이 그냥 부둣가 앉아서 놀고있음. 저 애기는 파도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느라 정신 없고. 여름엔 파도보다 사람의 물결이 더 많았겠구나 하는 상상을 잠시.


결국 퐁듀를 먹었다. 저 끓는 치즈에 삶은 감자니, 빵이니, 포도니 담궈 먹었는데 나는 아주 맛있게 잘 먹었으나 그건 치즈를 평상시에도 즐겨먹고 찾아먹는 나니까 그렇지 우리 어머니 아버지 수정이 병찬이는 한 입먹고 치우라 할 맛. 암튼, 저녁 먹고 구시가지 돌아다니다 맥주도 한 잔 하고 돌아왔다.


다음 날, 새벽같이 눈을 떠 로잔으로 넘어갔다. 내가 생각해도 대단타 참.. 목요일 밤에도 이것저것 하다가 4시간밖에 안잤고, 금요일에 비행기가 연착하는 바람에 제네바에 새벽에 도착해 본의 아니게 5시간 자고, 일요일 아침 일찍 로잔으로 떠나는 바람에 토요일도 5시간밖에 못잤는데 어떻게 일어났지! 비행기에서도 영화보느라 못 잤건만… 새삼 내가 대견하다.


로잔에 도착했는데, 정말, 이 언덕, 아오. 여튼 오르고 올라 로잔의 거의 꼭대기에 있는 노틀담 성당에 가는 길.


12세기의 성당이라는데 아. 성당 내부가 정말 깔끔하다. 보통의 경우 기둥마다 장식에 온갖 데코가 넘쳐흐를텐데 여긴 이 돌벽과 돌기둥들이 장식의 전부였다. 특히 이 성당에서 유명하다는 남문 아치의 성인 조각상들은 정말 자리에 앉아서 꼼꼼히 봤다.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 성인 조각도 처음이거니와 성인들이 각자 악마를 밟고 높이 서있는데 꽤, 흥미로웠다.


로잔에서 예쁘기로 유명하다는 마르쉐 계단이라던데 비도 오고, 사람도 없고, 가파른데다가 심지어 왼쪽 돌계단은 계단이 평평한게 아니라 오르막 계단이다. 내 참 이런 계단은 처음보네. 미끄러지면 어쩌려고.


처음엔 그냥 비를 맞았는데 점점 비가… 다행히도 비가 많이 내리는 시기에 뤼민 궁전이 짠 문을열어 짠 들어갔다. 가이드북에 쓰여있는 대로 진짜 내부 구조가 너무 유려해서 놀랐다. 유럽에서 들어갔던 건물 중 내부 건축적 구조가 이렇게 투박하면서도 우아하고 기품있는건 처음본 듯. 내부는 박물관으로 사용돼서 흰 곰이나, 호랑이, 뱀, 비둘기 박제가 전시되어 있었다. 마치 박물관이 살아있다 체험 하는 느낌.


비가 잠시 그치길래 서둘러 남쪽으로 내려가고 내려가 우시성으로 내려갔건만 “힝 거의 속았지” 느낌으로 비가 더 퍼부었다. 결국 호안가 산책은 그만두고 옆에 천막에서 열린 커다란 벼룩시장 구경하다 아무것도 못사고 공항으로 넘어갔다는 슬픈 전설. 벼룩시장은 정말 싸게 이것저것 다팔고 있었는데, 그 항목에 놀랐다. 런던 벼룩시장도 이렇진 않았는데.. 흥미롭던 항목은 퐁듀 전용 냄비, LP 턴테이블, 그리고 우산이었는데 뭐 가지고 비행기 탈수도 없고, 우산은 5분 뒤 필요 없어질 예정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