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한 사랑 / Possible Love

2026 / Chang-dong LEE / IMDb / KMDb
★ 3.8

영화를 외피와 내피로 나눈다면, 일단 외피에 있어선 정말 잘 만든 영화라 생각했다.

초반에 병원에서 전도연을 비추는 카메라가 그냥 멀찍이 줌으로 잡고 있지 않고, 차 내부에서 구경하는듯한 구도로 찍혀 있었다. 그리고서 다음 장면에서 반지를 잃어버리고, 차에서 내리는 조인성의 등장. 그런 영화적인 서사에 영화라는 매체의 장점을 너무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거장의 터치가 느껴졌다. 이건 그냥 한 예시일 뿐, 긴 러닝타임 내내 너무 부드러운 곡선으로 땋인 유려한 몸짓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런 의미에선 수많은 영화들이 떠올랐는데, <미세리코르디아>나 <호수의 이방인> 같은 알랭 기로디 감독의 향이 강하게 느껴졌다.

내피에 있어서는, 좀 의뭉스러운 영화라 생각했다. 피상적인 인간 사이의 관계에서 이해를 마칠 수도 있지만, 좀 더 나아가 군집 사이의 관계로 확장한다면 어쩌면 교묘하게 프로파간다의 영화까지도 확대될 수 있다 생각했다. 좋은 감독이 좋은 영화로 좋은 얼굴을 하며 내보이는 영화의 어떤 미세한 포장이 사람들의 마음에 알게 모르게 심어지는 고차원의 가스라이팅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게 좀, 안타깝고 속상했다. 그런 의미에서 좋아해온 영화감독들에 대한 선이 좀 느껴졌다. 사회 구성원들에게 토론의 장을 열어주지만, 참여하진 않고 대신 근거리엔 서서 그 토론을 건강하게 이끌어 가는 사람들. 그런 영화에서 희망을 느껴온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희망보다는 절망으로 남았다.

서로 다른 군집의 우리내들에게 가능한 온전한 사랑은 어디까지일까. 관객 자신이 캐릭터로 투영된 네 군집에서 어디에 속하냐에 따라 영화를 소비하는 감정이 다르겠다 생각했다. 아, 일곱의 군집이라 봐야하나. 나는 어디에 서있는 사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