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 / Karma
posted on 2026.05.03
2026 / Myun-woo KIM / KMDb
★ 3.7
불행이 풍년이다. 그렇지만 내가 성불하겠다는 수행의 마음을 가진다면, 지금 내가 있는 곳이 팔만사천대장경에 둘러싸인 아방궁이요.
생각지 못한 스토리에 굉장히 당황했다. 파산과 개인 회생을 전문으로 다루는 법무사 사무실, 그 사무실의 법무사는 파산 직전, 그 아버지가 잘못될까 꿈을 버리고 사무원으로 곁을 지키는 아들의 이야기.
이 메인 플롯에 얹어지는 히스토리들이 너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어우러졌다. 아버지의 고시 실패. 출가했던 어머니의 재출가. 한국 전쟁, 베트남전에 참전한 할아버지, 고엽제 후유증으로 평생을 괴로워하며 하늘궁에서의 완전한 치료를 꿈꾸며. 스님이었던 외할아버지가 절을 사채로 지으며 생긴 23억의 빚. 온 세상이 파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나라는 존재를 이해하고 버텨내는 것만으로도 힘들지만, 내가 소중히 여기는 타인에게 그 고통이 전가되는 것, 그리고 그들이 내 곁을 떠나가는 것이 더 힘든 게 사람이기에. 부처님의 마음을 곁에 적어두고 되뇌며 생을 이어나간다.
원래 살던 터에 새로 집을 지은 형제와 그의 가족에게 “시"라는 선물을 주는 아버지의 모습에 마음이 좀 움직이기도 했다. 빚으로 허덕이는 본인이 지금 당장 해줄 수 있는 최고이자 최선의 선물이라 생각한 마음을 헤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