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사라지는 밤 / The Night Is Fading Away

2025 / Ezequiel SALINAS, Ramiro SONZINI / IMDb
★ 3.3

아르헨티나의 경제가 무너지며 점점 경영난을 겪는 시립 영화관. 영사 기사로 일하던 펠루는 야간 경비가 되지만, 월세를 낼 수 없어 아예 짐을 영화관 언저리로 옮기며 몰래 기생을 시작하는데… (이하 스포로 생략)

먼저.. 영화의 때깔이 너무 좋았다. 너무 온화한 렌더링 같은 흑백의 화면이 살아 움직이는 것만 같았다.

<안녕, 용문객잔>, <안녕하세요> 같은 아시아 영화뿐만 아니라 <맨즈 캐슬> 같은 미국 고전 영화에의 향수까지 듬뿍 느껴졌다. 영화라는 매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영화라는 매체를 좋아하게 된 이들을 사랑으로 잔뜩 그려낸 기분이 들기도 했다.

텅 빈 공간, 귀신보다 무서운 생계. 파랑의 혼돈 속에서도 인정과 낭만을 잃지 않는 주인공. 먹고 살려 노력하는 청춘들. 노숙처럼 보이지만 노숙자는 되지 않으려 어떻게든 발버둥 치는 경계의 사람들. 인생과 국가가 무너져 내려도 좀처럼 꺾이지가 않는 낭만의 인간들. 당장 오늘 밤 잘 곳이 막막해도, 남의 휴대폰을 빌려 사랑 고백 메시지를 남기는 그런 사람들. 낭만의 치사량을 넘겨버렸다.

영화관 지하의 미로 같은 공조시설을 천천히 지날 땐 고대 이집트의 무덤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이따금씩 <기생충>의 느낌도 나면서.

결국 도달하지 못한 여사친의 돈. 영화 제목은 어떤 노래의 한 가사 구절이었는데 처음엔 영화와 겉도는 제목이라 생각했지만 결국은 노래와 결말이 이어지는 느낌이었다. 시간은 흐르고, 우리가 꿈꾸는 시간이 찾아온다. 그 시간은 결코 그냥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열심히 살아내야지만 도착하는 시간이라고. 그렇게 밤이 서서히 사라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