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 A Bittersweet Life

1994 / Yimou ZHANG / IMDb
★ 3.9

걸작으로 영생하는 영화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한 인간과 일가의 연대기가 국가와 시대의 연대기로 매핑되는 영화들이 여럿 있지만, 그 매끄러움과 시린 감정이 유기적으로 느껴지게 만드는 영화는 찾기 어렵다 생각했다. 이따금씩 너무 작위적인 연결 때문에 몰입이 깨지기 쉬워 되려 안 하느니만 못한 시도가 되어버리는데, 이 장예모 감독의 <인생>의 경우 그 편견을 보기 좋게 깨트린 기분이었다.

이집트와 중국을 여행한 뒤, 찬란하고 유구했던 역사 뒤의 짧은 몰락의 시간에서 인생에 물음표가 더해진 기분을 느꼈었다. 인간에 대해 세상과 인간 군집에 대해 프로세스가 흘러가던 중 어떤 엣지 케이스가 잠시 노출되어 세상의 거대한 흐름의 속살이 잠깐 보여졌던 순간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영화를 보는데 비슷한 감정이 들었다. 단 하나의 몰락의 주체 없이 (물론 있을 수도 있겠지만), 커다란 군집에 어떤 스포이트 방울이 똑똑 떨어져 거대하게 퍼져나간 느낌이었는데, 그런 상황에서 누구를 무엇을 탓할 수 있을까 참담했다.

사상이나 진영, 종교와 관계없이 절대적인 믿음과 복종이 두렵다. 인간이라는 개체의 장점은, 그런 비판적 사고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