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 이야기 / The Story of My Wife

2021 / Ildikó ENYEDI / IMDb
★ 3.3

밀고 당기는데 능하지 않은 사람들이 만나 가족을 이루었지만 여전히 서로의 역학관계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 생긴 비극.

작년 부국제에서 <사일런트 프렌드>를 보고 온 뒤 일디코 엔예디 감독의 전작들이 무척 궁금했었다. 리스트에만 담아두고 지낸 게 어느덧 반년, 이제야 비로소 한 편을 꺼내 보게 되었다.

생각보다는 서사가 도톰해서 놀랐다. <사일런트 프렌드>를 보고 상상한 감독의 스타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정도도 영화로서의 서사가 부족하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충분히 이해가 가는 평가이기도 하다. 서사가 있는데 없다. 녹진한 반죽으로 반든 머랭쿠키 같은 기분이랄까.

비주얼적으로 무척 신경 쓴 곳곳에서 티가 났다. 일부 장면은 크롭하거나 확장해 액자용 스틸을 뽑아보고 싶단 생각이 들기도 했다. 색과 균형, 그리고 운동이 아름다웠다. 챕터식 구성도 좋았다. 다만 그 형식적인 아름다움이 컨텐츠적인 아름다움과 부합했냐는 질문엔 좀 갸우뚱하게 된다.

배우들의 연기가 무척 좋았다. 원래 레아 세두를 너무 좋아하기도 하지만, 남편 역할을 맡은 헤이스 나베르 연기도 정말 좋았다.

감독이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다는 소설 원작으로 만들었다 들었다. 작품 자체의 아름다움보다도 감독의 추억 보정 또는 개인적인 서사가 더해져 영화를 만들겠다는 결심을 세웠던 것인지 궁금하다.

이러나저러나, 역시 물리적인 역학의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는 세 시간.

그나저나 프랑스처럼은 보이지 않는 굉장히 부다페스트스러운 광경이 여럿 보였는데, 역시나 촬영 로케이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