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야마 부시코 / The Ballad of Narayama

1983 / Shôhei IMAMURA / IMDb
★ 4.1

얼마 전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전작 <복수는 나의 것>을 보고 충격이었던지라, 머지않은 시기에 이 영화를 봐야겠단 생각을 하던 차였다. 밤마다 몇 번을 도전했는데, 실패하다 드디어 완주했다.

일본어로 된 원제가 잘 와닿지 않았는데, 나라야마 부시코(楢山節考)의 뜻을 검색해 보니 “나라산 민요 고찰"로 풀이된다 해 무릎을 탁 치고 말았다. 영화에서 내내 할머니가 부르던 나라산 민요였다니. 거의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 같은 제목인 줄도 모르고..!

영화는 현대 이전의 눈이 많이 내리는 일본의 어느 산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겨우내 먹을 것은 적고 사람은 많으니, 나이가 들어 늙어가는 노인들의 사회적 고려장의 여정을 담았다. 특히나 주인공 가족의 고려장은 사회에서 촉발된 자발적 고려장이었달까.

소스라치게 놀랄 때가 많았다. 원초적인데 날 것이 아니라 영화적인 얇은 포장이 한 겹 쌓여 있는 것같아 비슷한 결의 여느 영화처럼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뱀, 사마귀, 올빼미의 시퀀스를 너무 날 것 그대로 중간중간 삽입해 이따금씩 눈을 돌리게 만들었다. 그 배치가 너무 인간 사회와 대비되도록 직유적이라 가끔은 견디기 힘들기도 했다. 생존에 오리엔티드된 동물들을 바라보는 것도 힘들었는데, 어쩌면 정말 힘들었던 건 인간 사회와 인간이란 종족 자체를 직면하는 게 힘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미드소마>나 <검은 소>같은 비슷한 결의 영화들을 떠올리기도 했는데 어느 일부에서만 겹치는 모습들이 있지 독보적인 방향으로 걸어가는 영화였다 생각했다.

생존을 공유하는 공동체의 무서움. 부락이 될 수도 있고, 친구가 될 수도 있고, 가족이 될 수도 있고, 가족 안에서도 더 작은 단위의 가족이 될 수도 있는 다양한 변주의 공동체가 서서히 목을 졸라 오는 느낌이었다. 모든 관계로부터 벗어나 홀로 살아가면서는 생존이 위협받는 인간의 나약함이 서글펐다. 어머니를 지게에 업고 산길을 오르다 빠져버린 발톱에서 아픔을 느끼는 인간이란, 누군가의 죽음을 등에 업고서도 느껴지는 발가락의 고통이란.

한편으로는 나보다 더 귀히 여길 수 있는 존재를 만드는 인간의 거대함에 놀랐다. 산으로 오르는 길, 하나만 싸온 주먹밥을 서로 먹으라고 양보하는 모자. 결국 산을 내려가는 자식이 등에 멘, 내가 타고 온 지게에 주먹밥 보자기를 매어 줘야만 마음이 놓이는 사람. 그리고 그 밥을 먹지 않고 그대로 집으로 가져온 자식. 25년마다 세대를 가르며 이어지는 고려장. 부모를 내어 놓고 온 자식은 본인이 산으로 들어가게 되는 나이까지 남은 25년을 어떤 마음으로 보내게 될 지 가늠되지 않았다. 그 25년이 단순히 특정한 가족에게만 해당되지 않고 몇 백년의 세대로 확장되니 더 어렴풋할 노릇이었다.

그간 여행 다녔던 일본의 산골 마을들이 여럿 스쳐 지나갔는데, 앞으로 민가를 마주치면 예전처럼 고즈넉한 기분만을 느끼진 못하겠다 생각했다. 한국의 산과 계곡을 닮아 더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촬영, 미술, 편집, 연기, 연출 모든 것에 빠짐이 없던 영화였다. 이렇게 날카로운 영화를 만들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