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블루 / Perfect Blue

1997 / Satoshi KON / IMDb
★ 3.8

부산에 다녀오기 전에 시작했는데 결국 다녀온지 한참이 지나서야 끝냈다. 80분 남짓한 러닝타임인데도 그간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여유가 좀 없었던 것같다. 뭐 어쨌거나 추석을 맞이하기 전에 끝낼 수 있어 좋았다.

거진 30년이 되어가는데도 클래식은 영원하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에 재개봉되어 다시 인기를 얻는데도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서늘하고 침울하면서도 날카롭다.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가능한 표현의 방법이 좋았다. 형식과 컨텐츠가 완전히 부합하는 것 같았다.

요즘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너무 좋아하다 못해 나와 동일시 해버려 그것에 기쁨과 동시에 대체 불가능한 상처를 받는 사람들. 혹은 완벽한 타자화로 자존감에 전혀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 결국 중용인데, 그 희미하게 손에 잡히지 않는 확률적 분포의 SDF같은 중용의 기준이 무척 어렵게 느껴지는 요즘이었다. 그런 시기에 머리를 똑똑 두드리는, 이미 30년전에 붙여진 편지를 받은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