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수가없다 / No Other Choice

2025 / Chan-wook PARK / IMDb / KMDb
★ 3.4

2025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보게 되었다. 야외상영으로 관람했는데, 스피커로 울리는 음악 자체는 좋았는데 대사나 전체적인 사운드 믹싱이 좀 울려 아쉬움이 남았다. 박찬욱 감독이 자화자찬한 야외상영을 위한 한국어 자막이 꽤나 요긴하게 쓰였다. 나중에 개봉하면 극장에서 다시 한 번 보기를 소망하며. 고추잠자리를 풀 사운드로 조용필 콘서트만큼 빵빵하게 듣게된 경험만으로도 충분했다.

무척 많이 기대했던만큼 실망이 컸다. 기대가 없었다면 더 즐겁게 봤을텐데, 아무래도 배신감으로 인한 페널티를 톡톡히 받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박찬욱스럽지만 박찬욱스럽지 않은 이야기. 무엇이 가장 다른가 생각해보면, 그의 작품엔 반드시 그가 애정하며 무한한 다정함을 쏟는 캐릭터가 나왔던 것 같은데, 이번 작품에선 그런 캐릭터가 없던게 아닌가 싶은. 감독을 포함한 모두가 영화를 타자화하니 관객으로서도 그만큼 한 발 물러서 온전히 영화에 포함되지 못하는 기분이었다.

우화같은 이야기였다. 우리가 하는 선택들, 변명들, 면피들. 우리가 살아온 인생들이 정말 그랬어야만 해서 논리를 펼치고 행동해왔나. 세상이 가끔 억까처럼 나한테 왜이러나 싶게, 마치 세계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그런 곤란한 상상에 빠지곤 하는데 그런 상상의 시각화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우리는 한 번쯤은 만수이기도, 미리이기도, 선출이다가 범모이기도, 아라같기도 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으로 가득했다.

겉으로 드러난 표상적인 것만을 믿고 이해하고, 그렇게 형사들처럼 인생의 절반만 알고 살아가는 것이 맞는가. 그렇다고 낱낱이 파헤치고 상상하다 파국을 맞이해야 하는가. 결국 중용이 정도라는 생각으로 귀결.

이따금식 음악이 너무 과하게 남발되어 아쉬울 때가 있었다. 맡은바를 다해주는 배우들의 연기가 나쁘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문득 기자간담회에서 있었던 손예진의 분량 불만이 왜 나온 것인지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차승원이나 박희순이 가진다면 몰라도..

희미하게 여지를 남기고 사라진 유연석이 맡은 오진호의 캐릭터 역시 흥미로웠다. 박찬욱의 맛이랄까. 기도수에 이어 최선출로 이어지는 박찬욱의 유튜브 쇼츠 알고리즘. 언젠가 박찬욱이 직접 “영화 찍는 방법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하며 채널을 개설해도 머리를 끄덕이게 될 것 같았다.

애초에 “분재"를 하며 “제지"를 하는 설정에서부터 묘한 discrepency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기계가 잠식하는 세상. 다만 후반의 샷들이 너무 다급하게 등장하며 큰 가지들이 얼기설기 엮여 스무스하지 않아 보였다.

그런 세상에서라도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이고 우리는 강한 자가 되어야만 하는가. LP카페를 열든 분재를 하든, 트랙에서 조금 벗어난 정답을 찾아가는 것은. 리원이의 악보처럼 각자만의 방법이 있다.

개막식 행사가 끝나고 개막작 상영이 이어졌다. 불편한 의상 속에서도 영화를 끝까지 보려 남은 배우들, 영화인들 관객들을 보며 여러 단상에 빠졌다. 내 좌석 앞쪽에 앉은 유태오 배우가 턱시도의 자켓을 벗고, 타이를 풀고, 영화가 잘 보이는 좌석으로 이동해 불편한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은 모습을 보며,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진짜 영화를 좋아한다는 것은 이런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다. 영화가 궁금해 도저히 집으로 발길을 옮길 수 없는 사람들과 함께 불편하게 앉아 영화에 빠진 두 시간 남짓의 경험이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