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동의 여름방학 / A Summer at Grandpa's
posted on 2025.08.01
1984 / Hsiao-Hsien HOU / IMDb
★ 3.7
이 시기의 대만 영화들은 감독에 상관 없이 비슷한 향기를 풍기는 것들이 너무 신기하다. 그런 영화들만 한국에 소개되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풍경을 약간은 조금씩 다른 필터로 볼 수 있어 시대를 다면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 좋다.
에드워드 양 감독이 동동의 아버지로 출연하는데 어딘가 동동과 굉장히 닮아 신기했다. 그것마저 영화의 완성같았는데, 동동의 어린 시절로만 남기지 않고 동동의 미래를 상상케 하기 때문이었다. 동동이가 어른들만큼 나이가 들어 삼촌의 결혼사진 속 추억을 또 누군가에게 들려주겠다는 상상을 했다. 시간과 인류적 보편성을 종과 횡으로 가로지르는 영화였다.
영화는 대체로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지만, 카메라 앞에 아이가 등장할뿐 완전한 아이의 시선은 아니다. 카메라가 과거의 시간에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회상하는 지금의 우리의 머릿 속에 존재하는 것 같았다. 그런 의미에서 카메라 패닝은 형식과 내용이 무척 합치하는 느낌이었다.
쨍한 햇살 아래 바람에 흔들리는 초록의 풀잎들. 그 땐 잘 보이지 않던 어른들의 속사정. 모든 동아시아인들의 여름 방학을 추억하게 만든다. 수많은 비슷한 느낌의 여름 방학의 영화들을 떠올렸는데, 그 흐름의 근원을 이제서야 마주친 기분이다. 허우샤오시엔 감독은 누구를 원류로 삼았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