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최후의 밤 / Long Day's Journey Into Night

2018 / Bi Gan / IMDb
★ 3.9

기억 속에 남는게 가장 무섭다지만, 그래도, 꿈에서라도.

생각했던 결의 영화와 너무 달라 충격이었다. 그리고 그 구조와 내용이 한 번 더 충격을 주기도 하는 138분이었다.

영화는 논리적이지도, 명확하지도 않게 몽환적으로 전개된다. 그런 의미에서 차이밍량 감독의 <안녕, 용문객잔>과 닮아있다 할 수도 있겠다.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단순히 표절이나 오마주처럼 느껴지지 않고 감독의 변주처럼 느껴졌다. 기술과 뚝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영화 내내 했다. 특히나 후반부에 이어지는 1시간 가량의 롱테이크가 그 결을 다르게하는데 방점을 찍었다.

1분 남짓 탄다는 폭죽이 계속해서 불에 타고 있고, 그 사이에 일어났던 많은 일들. 그런 시간과 공간의 왜곡을 즐기는 것이 좋았다. 사실 우리는 매일 밤 그런 왜곡을 맛보고 즐기러 잠에드는 것은 아닐까.

세상에 영원한 것이 없어 슬프고, 그래서 기쁘다는 생각을 했다. 내 머리와 마음 속 어딘가에 영원불멸한 궁궐을 짓고 그 안에 가둬 만드는 가짜 영원을 만들 수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