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 / Ticket

1987 / Kwon-Taek IM / IMDb / KMDb
★ 3.6

그놈의 돈돈돈, 근데 결국 정작 나를 미치게 하는 것은 돈이 아니었더라.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말을 영화 내내 생각했다. 마음이 무너져 어디 넋두리할 곳이 없어 다방 사람들을 모아 놓고 회식아닌 회식을 하는 마지막 장면에 이르렀을 때, 그마저도 티켓을 끊어야 모여앉아 주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영화 내내 단말마의 탄식이 여러군데서 터져나왔다.

여러 스토리를 토막내어 단단하게 얽은 송길한 작가의 솜씨가 돋보였다. 단순히 흑백에 불과했던 글자들에 숨을 불어넣은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목소리를 듣고 단박에 이혜영 배우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는데, 그 모습이 요즘 디바마을 퀸가비의 은지튼튼과 닮아있어 놀랐다.

단연 돋보이는 배우는 김지미였다. 은퇴 번복 후 길소뜸으로 복귀, 그리고 연달아 놓은 이 작품은 본인의 이름을 걸고 차린 회사였던 지미필름의 첫 작품이었다 한다. 본인의 사활을 걸었다는 느낌을 주는 연기가 더럿 있었다.

속초에 놀러가고 싶단 생각을 했다. 누군가에게는 지겨울만큼 힘든 바닷가겠고 누군가에게는 근심을 던져버리는 곳이겠지만, 나는 그냥 동해바다를 본 지가 오래된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