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코 / Jagko

1980 / Kwon-Taek IM / IMDb / KMDb
★ 4.0

전주영화제에 다녀온 이후 <송길한 시나리오 선집>을 반납하기 전에 최대한 많은 영화를 보고 시나리오를 읽어야겠다 생각했다. 서울에 다녀오는 버스에서 시간이 생겨 먼저 짝코를 보았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 HD로 리마스터링한 영화를 유튜브에 올려주어 쉽게 볼 수 있었다.

이 작품을 리메이크해 지금 다시 찍는다 해도 이 날 것의 느낌을 낼 수 있을까? 연기와 연출, 촬영, 편집, 특수효과 등 모든 것의 박자가 edge에 닿아있는 느낌이었다. 처음 극장에 가서 봤던 임권택 감독의 영화는 <하류인생>이었는데 그 때는 도무지 임권택 감독의 명성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시퀀스들의 맥락을 이해할 수 없었다. 고작 중학생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그 어떤 인간의 날 것 그 자체의 본성의 냄새를 맡지 못했던 것 같기도 하다. 짝코부터 이어지는 퍼즐이 뭔가 이제야 좀 맞춰지는 것도 같다.

짝코와 송경사는 계속 겹쳐지는 인생이었다. 동전의 양면 같았다. 결국은 모두 갱생원으로 들어가고, 같은 옷을 입고 기차 옆에 나란히 앉아 인생의 종말을 기다리는, 하나의 운명으로 귀결되어버리는 인생이었다. 그들을 구분하게 만든 희미한 장막같은 support vector는 무엇이었나 계속해서 생각해봤다.

그나저나 김희라 배우의 젊은 시절을 보는 것이 거의 처음인지라 처음엔 짝코가 아니라 송경사가 김희라 배우인줄 알았다. 최윤석, 김희라 두 배우의 연기가 정말 탄탄하다는 생각을 내내 했다. 플래시백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데도 위화감이 없었다.

얼른 <만다라>를 비롯한 다른 영화들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