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 / All We Imagine as Light
2024 / Payal KAPADIA / IMDb
★ 4.0
진한 대만 뉴웨이브의 향기. 그 향기를 인도 뭄바이에서 맡게될 줄이야. 도시와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는 사람이 카메라를 잡았을 때 나는 향기랄까.
상상한 것과 굉장히 다른 이야기라 놀랐다. 영화의 형식과 컨텐츠가 부합하는 정말 좋은 만듬새의 영화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한 가지 아쉬움이 드는데, 비슷한 결의 에드워드 양이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영화를 봤을 때 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깊숙한 울림이 없었다는 것 같다. 이게 단순히 너무나도 먼 타국의 이야기여서인지, 영화 자체가 갖는 한계인지 잘 모르겠다. 그들 개인의 문제와 사회의 문제가 나에게로까지 확장되지 않은 단절에서 기인한 것 같은데.
오랜만에 숨을 멈추고 단숨에 본 영화였다. 빛과 색의 사용이 아름다웠다. 핸드헬드와 패닝되는 카메라도 무척 좋았다. 영화와 완전한 하나가 되는 음악과 사운드의 사용은 압권이었다.
병원에 입원한 할머니의 말로 시작하는 초반과, 후반 프라바의 말이 겹쳐지는 구조가 무척 좋았다. 영화를 시작하는 법, 진행하는 법, 끝내는 법을 너무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만든 영화라 생각했다.
그것은 우리의 상상이기에, 나의 내일을 만드는 밑거름이 된다.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와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지만,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빛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여전이 빛일수도, 빛이 아닐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시간은 흐르고야 만다.
덕분에 세상에 좋은 영화가 많아 너무 행복하다는 생각을 잔뜩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