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소 / Black Ox

2024 / Tetsuichirô TSUTA / IMDb
★ 3.7

이번 전주영화제에서 본 마지막 영화였다. 큰 기대를 했다기 보다 트레일러에서 본 수묵의 느낌이 강렬해 큰 스크린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때문에 예매를 했다.

뜻밖에 영화는 꽤나 수작이었다. 불교 선종에서 말하는 십우도를 바탕으로 챕터가 구성되어 있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 십우도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었는데,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것을 의미한다 한다.

  • 심우(尋牛): 소를 찾아서 헤매는 모습
  • 견적(見跡): 소의 발자국을 발견하는 모습
  • 견우(見牛): 소를 멀리서 발견하는 모습
  • 득우(得牛): 소를 잡고 고삐를 물리는 모습
  • 목우(牧牛): 소를 길들여 놓아두어도 마음대로 되는 모습
  • 기우귀가(騎牛歸家): 소를 타고 집에 돌아가는 모습
  • 망우존인(忘牛存人): 집에 돌아와 소는 잊고 사람만 있는 모습
  • 인우구망(人牛俱忘): 사람도 소도 모두 잊는 모습
  • 반본환원(返本還源):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모습
  • 입전수수(入廛垂手): 세속에 들어가서 도를 베푸는 모습

영화는 아홉 챕터로 구성되어 있고, 비유 없이 십우도의 내용에 충실하게 인간과 소의 모습을 담았다. 다만 시대가 메이지유신 시대인. 마지막 열 번째 챕터는 극으로 구성되어 있진 않고 크레딧이 모두 올라간 뒤 짤막하게 쿠키로 등장하며, 극장을 나가 세상을 살아갈 관객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필름으로 찍었다 한다. 어떤 회차로, 얼마만큼의 예산으로 찍었는지, VFX는 어떻게 들어갔는지 같은 제작 뒷이야기가 무척 궁금했는데 GV에 해당 질문이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 아날로그를 즐기는 감독이라면 특수효과를 최소화하며 자연을 고스란히 담았을 것 같은데, 아득해지는 Smoke나 빛의 음영, 극장의 스피커를 잡아먹는 폭우를 어떻게 만들어 낸 것인지 궁금했다. 로케는 GV에서 잠깐 언급된 것처럼 도쿠시마에서만 이뤄졌는지, 크레딧에 등장하는 대만과 일본의 다양한 도시들에서 이뤄진 것인지도 궁금했다.

소가 나고 내가 소인 물아일체의 경지. 그래서 슬픔도 기쁨도 모두 허상인 세상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살아가야하나 또 좋은 질문을 얻어간다.

그간의 이강생 배우의 이미지를 완전히 지워버리는 정말 좋은 연기였다고 생각한다. 배역에 요구되는 것이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닌데, 얼굴을 갈아끼운 듯 점점 세상에 녹아드는 산사람의 얼굴이 놀라웠다.

소를 돌려주지 않으면 어떡하나 마음을 졸였다. 속세와 자극적인 대본에 찌들어 버린 스스로에게 건내는 거울치료. 일본의 젊은 감독들의 기세가 무섭다.

시놉시스
<검은 소>는 서구화가 진행 중이던 메이지 시대 일본의 한 남자의 삶을 따라간다. 한때 수렵과 채집으로 생활을 이어 나가던 그는 농부가, 그리고 ‘일본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자연의 신들과의 연결과 자신의 영성을 잃어버린다.
원문 링크: https://www.jeonjufest.kr/db/movieView.asp?idx=5546

리뷰
19세기 일본 시골을 배경으로 자연에서 수렵생활을 하던 한 인물이 농사를 짓게 되는 변화를 거치며 시대의 흐름에 따라 맞이하는 삶을 그린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은 검은 소를 만나고, 계절이 지나면서 둘은 동료가 된다. 이 영화의 전개방식은 선불교의 십우도를 연상시킨다.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을 야생의 소를 길들이는 것에 비유한 10개의 그림에 영감을 받아 영화화한 것으로 보인다. 감독이 창조한 인상적인 흑백 이미지는 부분적으로 70mm 필름으로 촬영되었고, 자연의 또 다른 요소로 변신한 이강생을 보는 경이로움이 있다. (문성경)
원문 링크: https://www.jeonjufest.kr/db/movieView.asp?idx=55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