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사각형, 삼각형 / Rectangle, Triangle

2025 / Heejun LEE / KMDb
★ 3.2

캠핑 테이블과 머그잔에 마시는 맥주까지, K가족들이 모이면 언젠가는 한 번은 마주해야 하는 작은 소동.

GV에서 들었던 내용들을 언급하자면,

  • 로만 폴란스키의 <대학살의 신>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어 시작하게된 작품이라 한다. 법륜스님의 “직사각형, 삼각형"을 바탕 삼아서.
  • 출연한 배우들이 대부분 연극배우들이라, 일주일 정도 연습실을 빌려 원테이크로 촬영할 수 있을 정도로 연습을 했다 한다. 촬영은 실제 빌라에서 이뤄졌고, 새벽/밤 촬영을 하기가 미안해 창문에 블로킹을 하고 아침 9시부터 저녁까지 총 3회차에 걸쳐 촬영되었다 한다.
  • 다른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 자기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고 싶어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고.

<병훈의 하루>를 먼저 관람하고 연달아 관람하게된 덕에 기대가 한 껏 올라있었는데, 그 정도는 아니라 좀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 이희준으로서의 성능을 확실하게 보여준 작품이란 생각이다. 좋은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배우로서도 감독으로서도 굉장히 야무진 사람이란 생각을 했다.

영화에서 살살 오르는 술냄새처럼, 미묘한 감정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고조되는 느낌이 좋았다. 총 4커플, 9명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데도 꼬임없이 진행되는 서브플롯들이 괜찮았다. 부부로서, 형제 자매로서, 같은 동서지간으로서 겹쳐지는 작은 그룹들의 미묘한 공감과 연대도 흥미로웠다. 그 와중에 계속 화면에 걸리는 둘째 집주인 부부의 행복한 스냅 사진들이 참 웃픈 시간이었다.

감독은 모든 배우들이 한꺼번에 등장해 오디오가 꼬여버릴 정도로 엉망이 되는 엔딩이 무척 맘에 든다 했는데, 난 그게 이 영화의 가장 아픈 부분이라 생각했다. 이 영화는 중간에 식탁에 앉아있던 배우가 좌식테이블로 이동하기 위해 큰 오빠의 직사각형 삼각형 쇼를 이용할 정도로 영리했는데, 엔딩은 그냥 한 쌈에 크게 모든 사건을 넣고 큰 BGM과 슬로우 모션으로 이야기를 보쌈해버리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가 영화를 그냥 삼각형 모양으로만 본 것 같기도 하고ㅎㅎ…

시놉시스
다 같이 사이좋고 행복해 보이기만 하는 가족 모임입니다. 이런저런 농담으로 시작한 이야기들은 점차 해묵은 갈등으로 번집니다. 다들 잘 지내보고자 풀어보고자 하는 대화들이 점점 꼬여가고 풀리기 어려워 보입니다. 겨우 평화로워진 듯한 가족은 옆집 부부와 시비가 붙으면서 금세 똘똘 뭉친 한 가족이 됩니다. 직사각형, 삼각형이 지금까지의 이야기들을 은유하듯이 카메라에 남습니다.
원문 링크: https://www.jeonjufest.kr/db/movieView.asp?idx=5597

리뷰
배우 이희준의 두 번째 연출작 <직사각형, 삼각형>은 아주 떠들썩한 가족모임을 보여준다. 이 자리에 모이는 건 아버지와 새어머니, 그들의 아들 부부와 두 딸 부부, 그리고 아들의 딸까지 모두 9명이다. 보통 가족들 모임이 즐겁게 시작했다가 이내 그동안의 앙금이 불거지고 오해가 생기면서 분위기가 나빠지곤 하지만, 영화 속 가족의 경우 상당한 지경까지 치닫는다. 특히 돈 문제가 불거지면서 상황은 심각해진다. 둘째 딸 부부가 싸우기 시작하고 여기에 아들이 끼어들면서 언성은 올라간다. 이제 아버지는 모른 척 잠을 청하고 전선(戰線)이 딸과 아들, 며느리와 사위 사이를 오락가락하면서 싸움은 잦아들지 않는다. 격해지다 못해 마침내 말 그대로 피를 볼 무렵, 의외의 전선이 형성된다. 가족의 본성을 예리하면서도 재미있게 보여주는 이 영화는 실제 빌라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 배우들이 앉아있기만 해도 꽉 찬 쉽지 않은 환경이었을텐데, 이 와중에 배우들에게서 밀도있는 연기를 뽑아낸 연출자 이희준의 역량이 대단하다. (문석)
원문 링크: https://www.jeonjufest.kr/db/movieView.asp?idx=55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