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훈의 하루 / Mad Rush
2018 / Heejun LEE / IMDb / KMDb
★ 4.0
이희준 배우의 감독으로서의 첫 작품을 전주영화제에서 <직사각형, 삼각형>과 함께 묶어 관람하게 되었다.
칫솔을 다섯 개나 써야하는 병훈이가 서울 한복판에서 평범하게 돈까스가 먹고싶다 생각하게 되는 하루에 대하여. 차라리 아침에 목욕을 하는 것이 강박증 환자에게 더 도움이 되는 일은 아니었을까 생각했는데, 그건 내가 본 삼각형에 갇힌 사고라는 생각을 했다. 그들이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듯이 내가 그들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고, 그래서 다양한 모양과 색의 사회가 아름답다는 생각.
작은 공간을 담는 카메라가 점점 세상을 비추는데 그 형식이 내용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좋았다. 사람이 무지 많은 서울 한복판에서 홀로 역류하던 병훈이가, 완전히까지는 아니지만 순류가 보태진 인파를 헤쳐나가는 것도 좋았다.
가장 좋았던 것은 영화의 기세였던 것 같은데, 연기의 에너지와 영화의 에너지가 완전하게 일치해 관람이 편안한 그 완급조절이 무척 좋았다. 처음 영화를 만든 사람의 실력이라고 믿기엔 정말 놀라운.
GV에서 들었던 것들 중 흥미로웠던건,
- 감독 겸 배우인 이희준 스스로가 공황장애가 있었고, 어느 날 길에서 마주친 햇살 가득한 초록의 이파리를 보고 그날 밤 시나리오를 끄적거리게 되었다고.
- 병훈이라는 이름을 가진 배우를 주연으로 캐스팅 했었지만, 모종의 이유로 영화를 함께할 수 없었고 그 배우를 대신해 스스로 연기하게 되었지만 그런 미안함과 쑥스러움이 있어 주인공 이름을 그대로 “병훈"이라 하게 되었다고.
병훈이가 내미는 노리 체크카드를 보며 세월의 흔적을 살짝 느끼기도 했다. 나도 사회 초년생 때 잘 썼던 카드인데, 그게 벌써 15년 전.
세상의 모든 병훈이들을 응원한다.
시놉시스
오염강박,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병훈은 남들에겐 별일 아닌 숙제를 전쟁처럼 치러낸다. 그 하루 끝에 승패를 떠난 진짜 선물이 있었다. 늘 가지고 있었지만 언젠가부터 한 번도 제대로 보지 못했던. 이대로도 감사하다.
원문 링크: https://www.jeonjufest.kr/db/movieView.asp?idx=5716
리뷰
이희준의 연출 데뷔작 <병훈의 하루>는 군더더기 없는 영화다. 병훈의 정신적인 문제는 그의 행동에서 자연스레 드러난다. 그가 매일 같이 ‘숙제’를 해야 한다는 것도, 병훈이 여기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것도 효과적으로 표현된다. 그것은 ‘배우 이희준’의 연기가 모든 것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지만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감독 이희준’의 설계가 꽤나 섬세하고 철저한 덕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희준이 스스로 겪었던 공황장애를 표현했다고 하는데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 느껴진다. 명동의 무수한 인파 속으로 월리처럼 사라지는 병훈의 모습이 이상하게 가슴에 맺힌다. 19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상영작이다. (문석)
원문 링크: https://www.jeonjufest.kr/db/movieView.asp?idx=5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