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호랑이 / Sea Tiger

2025 / Yoon-Chul JUNG / IMDb / KMDb
★ 3.2

이번 영화제에서 이 작품은 스케줄 배정을 무척 잘 받았다고 생각했다. 뭔가 살짝 쉬어가는 타임들이 항상 생겼는데, 그 때마다 이 영화가 상영 예정이라 예약에 있어 어려움이 없었다.

이 영화에 대한 큰 기대가 있었다기보다, <말아톤>을 아직까지도 돌려보는데 대한 정윤철 감독에 대한 빚을 갚는다는 생각으로 예매했다. 상영이 끝나고 GV가 있었는데, 예전부터 생각했지만 정윤철은 정말 쾌남 상남자라는 생각이다. 세월호라는 민감한 토픽으로 인해 저예산으로 찍게 되었고, 누추하게 찍느니 차라리 모두 없애고 연극무대 위에서 찍어버리겠다는 대담함. 머리로 들이받아 버리는 그의 돌파가 참 그답다고 생각했다.

바다호랑이는 세월호 구조에 참여한 한 민간잠수사의 코드명이다. 어쩔 수 없이 예산문제로 배경을 모두 지우고 연기와 사운드만으로 공간을 창조하게 되었지만, 결국 영화를 다 찍고난 지금은 형식에 대한 탐구에 대한 질문으로 남겨진다. 우리 모두가 블록버스터만을 찍을 수 없을 뿐더러, 불필요한 블록버스터가 넘쳐나는 시대에 좀 경종을 알리는 기분이기도 했다. GV에서 감독이 말하길 자본이나 돈이 들지 않아도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고 싶어 찍었다 한다. 영화와 연극의 차이는 “클로즈업"과 “편집"에서 온다고 생각하는데, 덕분에 이 영화는 그 둘을 극대화한 가장 영화다운 영화를 만들게 된 것 같다고. 총 7~8회차 정도로 촬영을 마쳤고, 낯선 형식으로 인해 관객들이 몰입이 어려울까봐 초반에 “연극"임을 알리는 컷을 넣으며 동참을 유도했다 한다.

안주빨을 세우는 사람은 아니라더니 알약을 안주삼아 소주를 마시는 주인공. 인물들을 텅 빈 공간에 올려두고 핸드헬드 클로즈업으로 촬영한 것도 흥미로웠다. 단조로운 영상에 더하는 영화가 줄 수 있는 최대의 역동성이었달까. 근데 그 흔들림이 주인공의 트라우마와 맞물려 형식과 내용이 일치하는 느낌이 된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영화는 무척 아쉬운 점이 많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감정이 차갑게 담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후에 클로드 란츠만 감독의 <쇼아>를 끝내며 그 점이 더 확실해 진 것 같다. 뜨거운 것을 정말 뜨거움 그 자체로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가장 감정이 격한 내가 먼저 내 영화를 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남겨진 이들이 뭉쳐 북치고 장구치는 쿵짝 스토리는 이제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원래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들은 내가 뒷구르기를 해도 박수를 쳐주기에, 나를 의심하는 사람들을 위한 냉정함이 조금은 필요하지 않았나. GV에서 일부러 감독과 배우가 검사 역을 맡은 배우를 더 재수없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말하는데 귀를 의심했다.

누구를 탓하고 미워하면 누구의 트라우마와 상처가 없어지는지에 깊은 상념에 빠졌다. 탓해서 없어지는 상처가 아니라면 연대를 통한 극복밖에는 답이 없는 것인지. 그래도 누군가를 주어해 몸통박치기라도 해야하는지. 결국은 패어져버렸고, 그 상처에 대해 남겨진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원작 소설이라는 김탁환의 <거짓말이다>가 궁금하다.

시놉시스
나경수 잠수사는 2014년 봄 세월호 참사 시신 수습 작업에 참가했지만 지금은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홀로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해경 측에서,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불의의 사고로 죽은 동료 잠수사 한 명에 대한 책임을 민간 잠수사들 대표를 맡은 류창대 선배에게 물어 과실치사죄로 재판에 넘긴다는 소식을 듣고 경수는 분노한다. 과연 그는 재판을 무사히 끝내고 꿈에도 그리던 가족들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원문 링크: https://www.jeonjufest.kr/db/movieView.asp?idx=5588

리뷰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맞이하는 상황임에도 희생자 가족의 고통은 여전하다. 참사의 희생자 중에는 세월호 탑승자 뿐 아니라 이들을 구하려 애쓰다 피해를 본 잠수사들도 존재한다. 정윤철 감독이 연출한 <바다호랑이>는 그동안 많이 언급되지 않아온 잠수사들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영화다. 김탁환 작가의 <거짓말이다> 속 캐릭터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구성한 <바다호랑이>는 故 김관홍 잠수사와 공우영 잠수사의 실화를 재구성한다. 영화 속 주인공 나경수 잠수사는 먼저 참사 현장으로 떠난 잠수 팀 후배를 따라 세월호에 들어가게 되고, 그 이후로는 이 생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는 한 잠수사가 사망한 데 대한 책임을 다른 민간잠수사인 류창대에게 떠넘기는 정부의 파렴치함에 치를 떨며 그의 구명을 위해 발벗고 나선다. <바다호랑이>가 특이한 것은 이 이야기의 대부분이 세트장 위에서 펼쳐진다는 사실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연출자가 배우들에게 말한다. “이제 여러분들은 이 세트장에서 한 편의 영화를 작업하게 될 겁니다.” 이후 모든 장면은 세트장에 차려진 단출한 공간에서 벌어진다. 어찌 보면 연극 같기도 하고, 라스 폰 트리에의 <도그빌>(2003)이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이야기의 흡인력과 배우들의 연기력 덕인지 어느 순간부터는 외적 공간에 신경을 쓰기 보다는 드라마 자체에 몰입하게 된다. 물론 외부적 조건이 충족되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최소한의 세트와 조명효과만으로 상징적으로 표현되는 세월호 수색 장면 같은 대목은 오히려 이 영화만이 만들 수 있는 힘으로 보인다. <대립군>(2017) 이후 8년만에 만나는 정윤철 감독의 탄탄한 연출력을 재확인하게 한다. 나경수를 연기한 배우 이지훈 또한 깊은 인상을 남긴다. (문석)
원문 링크: https://www.jeonjufest.kr/db/movieView.asp?idx=5588

[전주 리뷰] 물밑의 기억을 길어 올리다 - 리뷰 〈바다호랑이〉

글: 김병규(영화평론가)
원문 링크: https://jeonjureview.jeonjufest.kr/post/23

정윤철 감독의 〈바다호랑이〉는 세월호 침몰 사고 수습 현장에 있었던 민간 잠수사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민간 잠수사들은 사고 이후 여전히 배 안에 남아 있던 291명의 구조 활동을 돕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이 영화는 참사로부터 11년이 지난 시점에서 그동안 적극적으로 조명되지 않은 잠수사들의 기억과 상흔을 돌아보는 극영화다. 김탁환 작가의 소설 『거짓말이다』(북스피어, 2016)를 바탕으로 세월호 참사 2년 뒤에 스스로 생을 마친 故 김관홍 잠수사와 국가가 제기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을 받아 온 공우영 잠수사의 실화를 각색한 결과물이다. 수습 현장에서 잠수사들이 느꼈던 충격과 현장을 떠난 뒤에도 해소되지 않는 후유증에 사로잡힌 모습을 그린다.

정윤철 감독은 원래 100억 원대 예산의 거대한 블록버스터로 제작하려고 했던 기획을 틀어 극단적인 저예산으로 영화를 완성했다. 과거와 현재, 일상적인 공간과 세월호 사고 현장, 그리고 법정 공간을 오가는 이 영화의 구성은 세트장처럼 지어진 단출한 공연 연습실 무대에 한정되어 있다. 감독의 말에 따르면 한 공간에서 최소한의 소품과 조명으로 5일 동안 촬영되었다고 한다. 이런 빈곤한 조건이 영화의 좋고 나쁨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빈곤할지라도 만들어져야만 하는 어떤 영화들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사의 주요한 실천 가운데는 아주 짧은 촬영 기간에 어떻게든 완성해야 한다는 시급함으로 만들어진 경우가 적지 않다.

최소한의 소품과 조명이라는 조건으로 인해 영화는 연극 무대의 특징을 빌려 오게 된다. 〈바다호랑이〉는 서로 다른 공간의 물리적인 경계를 지우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같은 무대 위에서 뒤엉키는 구성을 취한다. 잠수사들의 일상과 그들이 진입한 바다속 선박은 같은 무대 위에 존재한다. 그 안에서 인물들은 보이지 않는 대상을 향해 마임으로 연기한다. 선박에서 시신을 수색하는 장면에서 주인공 나경수는 보이지 않는 대상을 눈빛에 담고 손으로 옮긴다. 마임은 눈앞의 대상이 부재하다는 것을 망각하는 행위다. 세월호를 소재로 극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그들이 없다는 것을 망각하는 태도로부터 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두운 빛과 좁은 앵글로 촬영된 수색 장면에서 영화는 촬영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곤경을 만난다.

인물들의 행적을 둘러싼 작위적인 내러티브와 진부한 감정의 드라마는 영화의 큼지막한 흠결로 남는다. 주인공들과 유가족을 연결하는 투박한 극적 매개도 거슬리는 장치로 다가온다. 다만 또 다른 관점으로 세월호 참사를 돌아본다는 계기로서의 의의는 존재한다. 민간 잠수사들은 희생자들과 직접 연결된 유가족이나 같은 장소에서 참사의 현장을 경험한 생존자들과는 다르게 세월호의 기억과 내밀하게 접속되지 않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평범한 시민으로 참사를 목격했고 사건에 대한 객관적인 관찰자로 남을 수도 있었지만, 현장에 직접 뛰어들어 연루자가 되었다. 그날 텔레비전과 스마트폰 모니터로 참사 소식을 보고 듣던 우리도 같은 조건에 있었지만 실행하지 못했다. 그들은 저곳으로 향했고 우리는 이곳에 있다. 하지만 그들이 저곳의 기억을 안고 이곳으로 되돌아올 때, 우리가 머무는 이곳은 더 이상 안전하고 객관적인 장소가 아니다. 세월호를 다루는 영화 앞에서 우리가 맞닥뜨리는 불가피한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