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 / The Match
posted on 2025.03.03
2025 / Hyeong-ju KIM / IMDb / KMDb
★ 3.3
학창 시절 몇 년간 바둑을 배운 적이 있다. 친구무리에서는 지지 않았어도 바둑을 좀 둔다는 동년배의 친구들에게 처참히 깨진 후에는 바둑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고 공부를 했던 것 같다. 대학에 들어와 바둑동아리에 가입했을 때도 마찬가지. 노력으로 되는 것이 있고, 결코 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반복해 깨달은 순간들이었다.
이창호의 묵묵하고 두터운 바둑보다는 유창혁의 공격형 바둑을 좋아했다. 세상을 그래도 삼십 년 정도 살다보니 반 집으로라도 이기는 승부의 아름다움에 대해 더 마음이 가게되는 것 같기도. 그게 누구보다 승부욕이 큰 사람이 갖는 필승 전략이었다는 사실이 새삼 무섭게 느껴지기도 한다.
바둑판 앞에 마주보고 앉아 장고를 하는 두 배우가 연기하는 각 인물을 얼마나 연구했는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숨을 빨아들여 볼을 홀쭉하게 만든 입모양이 무척 닮아있어 놀랐다. 이상하리만치 조우진이 연기한 남기철 사범에 마음이 쓰였다. 조우진이 그동안 연기한 수많은 배역들 중 손에 꼽힐만큼 탁월한 배역과 연기가 아니었음에도 이상하리만치 그 자연스러움이 눈에 밟힌다. 계단을 오르는 몸과 발걸음에서 그런 인상을 받았던 것 같다. 지금도 충분하지만 더 날아올랐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만듬새가 좀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다. 특히나 프로야구 중계식 발성이 여간 튀는 것이 아니었다. 영화의 톤이 좀 바뀌는 부분이라 무척 아쉬웠다.
굴 속에 파묻힐지 굴 밖으로 나올지의 결정을 내가 할 수 있다는 것. 영화를 보고 나오며 그 점만 기억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