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 Harbin
posted on 2025.03.03
2024 / Min-ho WOO / IMDb / KMDb
★ 3.5
웬만하면 극장에서 보고 싶었는데, 뭔가 기회가 맞질 않았다. 이 영화의 최고의 장점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 아름다운 영상에서 조그맣게 움직이는 피사체들인 것이라면 아무래도 극장이었나 하는 아쉬움이 남긴 했다.
다른 것들보다도 진흙과 피칠갑의 얼굴을 한 독립투사들의 모습이 마음에 남는다. 우리는 많은 것들을 동화처럼 상상하며 생생한 현실에 흐린 눈을 할 때가 많지만 세상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는 것. 동화같은 독립운동은 없었다.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전달되는 그 고뇌가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만 같았다. 한없이 영웅적인 고뇌가 아니라 서른 언저리의 인간으로서 느끼는 고뇌. 유재명이 연기한 최재형도 고작 50의 나이였다.
블라디보스톡 여행 때 느꼈던 스산함이 영화에 들어있다. 더운 여름이었는데도 서늘했었는데, 그 이국적인 풍경에서 사람에 대한 긴장을 놓지 못한 채 숙원을 이루려 인생을 바친 이들을 생각했다. 크레딧을 보면 라트비아와 몽골에서 촬영된 것 같지만 충분히 극동의 느낌이 났다.
영화의 촬영은 무척 좋았으나 대사가 정말 에러였다. 특히나 일본인의 배역을 맡은 배우들에게 주어진 대사는 영화를 깎아먹는 느낌이었다. 정말 잘 만들어야하는 영화를 그렇게 하지 못했을 때 오는 아쉬움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