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기완 / My Name is Loh Kiwan

2024 / Hee Jin Kim / IMDb / KMDb
★ 2.9

영화의 제작 소식을 듣고 원작 소설을 읽은 것이 작년 겨울의 일이었다. 나름 책을 재밌게 읽었기에 영화도 기대했건만, 역시나 K신파는 빗겨가질 않고…

원작 소설의 좋은 점이 있었다면, (1) 고단하고 작고 여린 로기완이 단단해지는 과정과 (2) 병렬 구조로 이야기가 진행되며 서로 다른 사람들 각각의 인생의 죄책감, 그리고 그 죄책감을 줄여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1)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커버했지만, (2)는 완전히 실패해버린 느낌이었다. ‘마리’라는 인물이 큰 축으로 추가되는데, 2024년의 영화라고는 보기 힘든 올드한 서사를 가진 캐릭터였다. 배우들의 나름 준수했던 연기가 아예 묻혀버릴 정도로 식상하고 고리타분했다.

브뤼셀을 배경으로 하지만 대부분 헝가리에서 촬영되었다. 부다페스트의 Most같은 ruin pub이 잔뜩 나올 때 약간 피식거리기도 했다. 부다페스트와 브뤼셀의 street view는 지붕의 형태나 색의 조합, pavement에서 미세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영리하게 로케를 잘 한 느낌이었다. 연길로 나오는 장소들도 한국에서 촬영한 것처럼 보였는데, 정말 그럴지는 궁금하다. 여튼 덕분에 오랜만에 느끼는 향수.

행복하게 살아 남아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정말로 행복하기 위해서 인생을 살아간단 생각하며 영화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