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실 비치에서 / On Chesil Beach

2017 / Dominic Cooke / IMDb
★ 3.3

나를 더 아끼고 생각해달라 원하기 전에, 나는 상대를 충분히 아끼고 있는가. 이언 매큐언 식 운명은 너무 가혹하다.

작년 겨울 푸켓 여행에서 읽었던 원작의 여운을 느끼고자 꼭 볼 것을 다짐했던 영화판 버전을 봤다. 원저자인 이언 매큐언이 직접 각본에 참여해 단순한 소설의 영화화보다도 기대되는 면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책을 읽으며 상상한 두 주인공의 모습과 시얼샤 로넌 그리고 빌리 하울의 모습에는 차이가 있어 그게 좀 아쉬웠을뿐 이외의 아쉬움은 없었다.

소설과는 결말이 조금 바뀌었다. 원작 소설의 결말은 <어톤먼트>의 바네사 레드그레이브가 읊조리던 일어나지 않은 사건에 대한 주절거림처럼 멀어진 그들의 인생에 대해 관망적이었다면, 영화는 멀어진 끈을 다시 한 번 붙여보는 여지들을 남긴다. 양쪽 다 흥미롭다 생각하기에 어느 쪽이 더 나았다고 말하고 싶진 않다. 각기 다른 상황에서 오는 각기 다른 안타까움이 존재하기에.

이제 영화를 보며 나의 미래나 나의 현재를 보기보다, 나의 과거를 보게되는 상황이 많아졌다. 일상에서 잊고 지내는 나이 들어감을 영화를 보며 무심코 깨닫는다.

다른 이언 매큐언의 작품들이 여전히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