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 / Napoleon

2023 / Ridely Scott / IMDb
★ 3.3

이러다가 호아킨 피닉스가 영어로 연기하는 세종대왕도 개봉하는거 아닌가 몰라… 명나라도 영어로, 왜국도 영어로 말하는 그런 상황.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의 수단을 넘어 문화와 사상을 결정짓는 요인이라 생각하기에, 전 세계 모든 국가의 사람들이 영어로 유창하게 대화하는 것이 무척 어색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이건 영화의 몰입도가 낮았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모든 아이러니를 머릿 속에서 삭제시키는 압도적인 힘이 영화에 있었다면, 러닝타임 곳곳에서 저런 생각을 할 틈이 없었을텐데. 이렇게 많은 에너지와 예산을 소모하고 만든 영화의 최후라 생각하니 더 씁쓸해졌다.

생각해보면 포스터를 너무 잘뽑았던 것 같다. 프레스에 풀렸던 이 포스터를 보고, 됐다, 이 영화는 성공했다, 생각했었는데. 포스터 컨셉을 뛰어넘지 못한 영화로 남아버린다.

세계사에 무지해 서사를 따라가는 재미가 있었다. 배우들의 열연도 좋았지만, 딱 맞는 옷이었을지는 아주 살짝 의문이 들지만 그래도 몰입에 방해는 없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쯤 내 머릿 속은 온통 So what? 으로 귀결되어 버렸는데, 어쩌면 영화가 노린 것이 그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Napoleon, so w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