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도키, 뉴욕 / Synecdoche, New York

2008 / Charlie Kaufman / IMDb
★ 4.0

머리가 띵하다.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나 <존 말코비치 되기>를 봤을 때와 비슷했다. 이해하기 위해 열심히 뇌를 굴리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시간이 닮았다. 피상적인 사건의 나열을 이해하기 위한 뇌 작업이 아니라 그들의 심리와 정신세계로의 탐험의 작업이 필요했다. 결국 그들을 이해한다는 명목으로 나를 이해하기 위한 시간이겠지만.

짜요의 추천으로 제목을 처음 들었다. 2008년에 이런 영화가 개봉했음도 몰랐거니와,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의 필모그래피에 있다는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했다. 마치 도깨비의 장난처럼 나의 촘촘한 영화 그물망을 기가막히게 피해간 영화 같았다. 짜요를 만나기 전에 다 보고선 영화에 대해 얘기하자고 했는데, 결국 만나기 전에 반절을 그리고 짜요가 돌아간 뒤에 나머지 반절을 다 보게 되었다.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지하실에 사는 부동산 중개인의 아들 데릭의 미래, 곳곳이 불타고 있는 헤이즐의 집에서 아무렇지 않게 있는 두 사람. 뜬금없이 등장했다 사라져도 아무도 아무렇지 생각하지 않는 매들린. 차츰차츰 아귀가 맞지 않는 이야기들의 등장으로 이 영화는 머리가 아닌 마음의 눈으로 봐야하는 영화구나 생각했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중요하지 않고, 케이든은 왜 이런 세상에서 남겨져 살아가고 있나를 생각하려 애썼다.

점점 머리가 벗겨져 가고 노화와 퇴행이 진행되어 가는 캐릭터들. 그 흘러가는 시간들을 눈치챘을 땐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가버린 뒤였다. 나의 인생도 어쩌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