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들 / The Boys

2023 / Ji-young Chung / IMDb / KMDb
★ 3.2

정지영 감독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이따금씩 너무 깔끔하게 잘 떨어지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 같다가도, 너무 눈에 띄도록 만듬새가 떨어질 때가 있다. 어쩌면 커다란 의식의 줄기는 감독이 가져가지만, 스탭들에게 많이 기대어 그 때문에 편차가 생기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영화는 후자에 가까웠다.

그것이 알고싶다와 뉴스를 통해 대강의 이야기만 알고 있었다. 이런 비하인드가 숨어있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는 이제 이런 이야기들에 지쳐버린 것 같다. 스스로가 한없이 약한 계란같이 느껴져 비판 대신 증오나 무관심을 택해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계속 두드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영화사에 존재감을 내비치는데, 그럴 수록 좀 더 잘 좀 만들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누구보다 잘 만들어서 누구보다 큰 목소리로 사회에 돌려줄 수 있었다면.

왜 항상 약자는 모든 걸 다 걸어야 하고, 강자는 그런 싸움에서 패배해도 티끌의 타격만을 입을까. 사회에서 반복되는 싸움의 양상임에도 또 다시 속상했다.

정지영 감독은 어떤 이야기를 몰입되도록 잘 설명하는 선배같았다. 시간의 흐름에 구애받지 않고 설명을 위해 재배치하는 솜씨가 좋았다. 그런데 이따금씩 너무 진부하거나, 투머치 F처럼 혼자 급발진하는 경우가 있었다. 항상 아쉽다.

이런 영화에서까지 소모되는 캐릭터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엄혜란 배우가 맡은 역할 같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은 열심히 밥값을 하고 있었다. 나쁜 놈일 것 같은 허성태 배우의 연기도 꽤나 좋았다.

화면에 홀로 남아 판결을 내리는 박원상 배우의 모습이, 어쩌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듬뿍 담은 샷이라는 생각을 했다. 세상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