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 보스톤 / Road to Boston

2023 / Je-kyu Kang[https://www.imdb.com/name/nm0437625] / IMDb / KMDb
★ 3.0

예상대로, 예상한만큼.

사람들이 런복동 아니냐 걱정했던 것에 비해서는 아주 그렇게 별점 0.5의 최악은 피한 느낌이다. 강제규는 강제규 영화를 만들었는데, 좋은 소재라 그 매칭이 아쉬웠다. 좀 더 신선한 재능과 시각을 가진 젊은 감독이 맡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이 영화의 주인공이 손기정에만 포커스되어있지 않고 남승룡, 서윤복, 더 나아가 그 시대를 함께한 모든 국민들의 염원을 담았다지만, 92년도 몬주익의 손기정부터 시작했다면 하는 아쉬움이랄까.. 태극기 휘날리며가 좋은 이유 중 하나는 현대에 살아남은 이들의 이야기로 수미쌍관을 이뤘기 때문이라 생각하는 터라 더..

배우들의 연기도 좀 아쉬웠다.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장면들이 더럿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보스톤 마라톤을 끝낸 뒤 42.195km를 완주해본 이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이 느껴져 신기했다. 민족의 자긍심을 떠나 개인의 한계를 뛰어넘어 본 사람들이 눈빛으로 어깨의 움직임 하나만으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순간. 그런 것들이 스크린에 포착되어 느껴진다는 것이 굉장히 신기했다.

또 하나 싫었던 것은.. 특히나 전체적인 음악이 정말 별로였는데, 별로였던 것을 그냥 까먹을 수도 있었지만 엔딩크레딧에 흐르는 BGM까지 별로라 상영관을 빠져나오면서도 “별.로.“라는 말이 각인된 기분이었다.

영화 속 장면이 아니라, 그 당시의 현실에 감정이 벅차오르기도 했다. 하와이의 사탕수수 농장에서 고국을 그리워하며 밤낮으로 일한 돈을 십시일반 건내주던 그 마음. 역시 한국인은 어쩔 수 없이 한국인이다, 지금의 우리가 왜 이런 민족성을 가지게 된 것일까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은 시간이었다.

10월 중순에 있을 대청호 마라톤 산책 코스에서 그 때의 그 마음을 생각하며 달려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