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하우스 / Greenhouse

2022 / Sol-hui Lee / IMDb / KMDb
★ 3.8

자주는 아니지만 포스터를 봤을 때 강하게 당기는 영화들이 있다. 영화 <버닝>의 헛간 태우기를 연상시키는 강력한 불꽃이 극장으로 잡아당겼다. 알고보면 결은 꽤나 다른 영화였지만.

생각해보면 캐릭터들은 이미 극이 시작할 때부터 각자 발산하는 태풍의 한 가운데 놓여진 상태였다. 성했던 사람들이 악화되는 얘기가 아니라, 그저 태풍 속에서 최대한 버텨보고 나아지려 노력하지만 태풍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뿐이었다.

배우들의 연기는 군더더기가 없었다. 영화의 만듬새도 사족이나 모자람 없이 깔끔했다. 화려한 카메라의 움직임이 없어 인물의 표정과 대사에 집중할 수 있었지만, 이따금씩은 그 시간이 조금 견디기 어려울 때도 있었다. 영화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내가 그 상황을 견디기에 부족한 사람이라.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들에서 등장하는 가만히 인물을 들여다보기의 느낌이었달까.

누구의 잘못도 아닌 상황. 다만, 사건에 대해 은폐하려는 것은 분명 잘못되었던 선택. 내 상황과 어려움을 이유로 약자들을 방관한 것. 그 정도의 오프셋들이 문제였다면 문제였을까. 완전한 사회의 탓도, 완전한 개인의 탓도 아닌. 어쩌면 세상은 이렇게 흘러가도록 누군가에 의해 교묘하게 설계된 것인가 의심하게 된다.

완전한 자의도 타의도 아닌 채 태풍 속으로 너무 많은 걸음으로 들어와 다시 온전히 처음으로 돌아가기엔 아득해져버린. KAFA는 훗날 한국의 A24같이 될 수 있을까. 이 좋은 선구안을 쭉 유지해 나갈 수 있을까.